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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속의 국민

[국민일보] ‘스승의 날 반성문’으로 감동 준 이의용 국민대 교수/이의용(교양과정부) 교수

  • 작성자 조수영
  • 작성일 13.06.19
  • 조회수 9446

“인생설계 방법 가르치다보니 스펙보다 인성이더라”

“교수를 ‘갑’으로, 학생을 ‘을’로 여긴 나머지 학생에게 시간적·금전적 부담을 부당하게 준 것을 반성합니다.” 스승의 날을 이틀 앞둔 지난 5월 13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에 반성문(사진)을 올린 교수가 있었다. 갑을(甲乙) 관계가 사회적 이슈가 돼 있을 때 제자들에게 ‘갑질’한 것을 반성한다는 내용 등 40가지였다. 반성문은 교수, 학생은 물론 사회 전반에 적지 않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화제의 주인공인 이의용(59) 국민대 교양과정부 교수는 반성문을 게재하면서 걱정도 많이 했고 그 결과에 스스로도 놀랐다고 했다.

하지만 이 교수는 학생들에게 그나마 시간적 부담을 덜 주고 있는 편이다. 항상 수업시간 전에 강의실에 먼저 도착해 강의 점검을 하며 학생들이 들어올 때마다 자연스럽게 ‘하이파이브’를 하며 인사를 나눈다. 자신이 늦게 도착해 학생들이 기다리게 하는 것은 잘못된 사고방식이며 이런 것부터 하나씩 바꾸면서 학교 전체가 변해야 한다고 전한다. 이 교수를 지난 12일 국민대 북악관에 위치한 그의 교수실에서 만났다.

 -직장생활을 하시다가 만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아 교수가 되셨는데 계기는.

“회사에서 일하면서 저의 회사뿐 아니라 다른 회사에도 출강할 기회가 많았다. 신입사원 교육도 직접 해 봤다. 이런 가운데 대학교에서도 출강 요청을 해오기에 좀 더 체계적으로 가르침을 전하기 위해 저 자신부터 공부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회사에서 일하면서 석사·박사 과정을 밟은 데다 나이가 들어서 공부를 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제가 배우고 느낀 것을 전할 수 있다는 생각에 각오를 다지게 됐다.”

-학생들 교육에 과거 직장생활이 도움이 된다면 어떤 점이 있나.

“기업에서 근무한 것은 교수로서 남다른 이력임에 틀림없다. 어찌 보면 먼 길을 돌아 교수가 된 셈이다. 27년간 직장생활 등 과거의 경험이 학생들의 실질적인 고민에 손을 내밀 수 있는 밑바탕이 됐다. 대기업만 바라보며 패배감에 젖지 말고 길이 막히면 돌아가는 방법도 있음을 깨우쳐주고 싶다. 교육 현장과 기업체에서 축적한 다양한 콘텐츠가 대학생들의 인생설계에 녹아날 수 있다고 본다. 2004년부터 모교인 국민대학교에 출강하면서 세 가지 프로그램을 개발해 정착시켜 왔다. ‘인생설계와 진로’, ‘통하는 커뮤니케이션’, ‘자신 있게 말하기’다. 이들 프로그램 모두 졸업 후 직장생활을 하는 데 필수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 인기 교양 강좌가 됐고 ‘인생설계와 진로’라는 과목은 올해부터 신입생 필수 교양과목으로 지정될 정도다. 오랜 세월 학교와 기업 등에서 강의를 해오다 보니 교수법에 관심을 갖게 돼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등을 중심으로 전국 대학의 교수들을 상대로 강의해 왔다.”

-요즘 대학교 교육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경영학에 1대 10대 100의 법칙이란 게 있다. 불량이 생길 경우 즉시 고치면 1의 원가가 들지만, 그냥 넘어가면 10의 원가가 들고, 고객의 손에 들어가면 100의 원가가 든다는 얘기다. 교육에도 마찬가지다. 직전 과정에서 생략한 것을 다음 과정에서 해결하려면 많은 원가가 들고, 그나마 성공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기업에서 일해 오면서, 또 대학에 출강하면서 느낀 안타까운 점이 있었다. 기업이 필요로 하는 걸 대학이 제대로 가르쳐주지 못하는 현실이다. 학생들이 살아갈 현장을 경험해보지 못한 교수들이 학생들을 가르치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많았다. 그 결과 학생들은 취업 후 직장생활에 어려움을 겪게 되고, 기업은 대학을 향해 ‘불량품’을 양산하지 말라고 한다. 동감하는 부분이 적지 않다. 이제 대학은 사회가 원하는 인재를 양성해 내는 것에 관심을 좀 더 둘 필요가 있다. 대학 교육이 학생들이 살아갈 ‘내일’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준비 안 된 교수들이 너무 많은 것도 문제다. 학생들에게 콘텐츠를 전달하는 방법을 잘 몰라 성과가 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교수법이 중요한 이유다. 이를 고치려면 대학원박사과정에서는 반드시 교수법을 가르쳐야 한다.”

-사회가 원하는 인재 양성을 위해 대학교는 어떻게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대학은 잘 가르쳐야 명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대학교의 교수들이 ‘연구’에만 매진하고 있는 것 같다. 학생들이 비싼 등록금을 내고 좋은 교육 서비스를 받지 못한다면 안 된다고 본다. 대학의 교육 서비스를 한 단계 높여야 한다고 본다. 커리큘럼뿐 아니라 교수방법이 크게 혁신돼야만 하는 것이다. 산업체 근무경력이 있는 교수들이 필요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연구’와 함께 ‘교육’도 살려야 한다.

-교수와 학생의 관계를 중요시 한다던데.

“교수가 스스로 ‘스승’의 모습을 보이는지, 학생들을 수강생이 아닌 ‘제자’로 여기는지가 중요하다. 제자라고 생각하면 학기를 마칠 때까지 얼굴과 이름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만큼 관계가 중요하다. 지식만 전달해서는 진정한 스승이라고 할 수 없다. 이런 것들은 책에 다 있는 것이다. 지식전달보다 태도변화를 우선시한다. 제자들에게 처세술보다 삶의 가치관이나 태도를 가르치고 잘못이 있으면 방관하지 않고 꾸짖는 일도 중요하다. 교수가 그냥 직장인이나 정보지식 유통자가 돼서는 안 된다. 학생들을 진정한 제자로 여긴다면 훌륭하게 양성해 사회에 진출시켜야 한다고 본다.”

-학생들을 가르칠 때 적용하는 독특한 방법이나 철학이 있다면.

“학생을 존중하며 학생이 참여하고 주도하는 수업을 한다. 이론 중심의 일방적인 ‘티칭(Teaching)’이 아니라, 삶 중심의 쌍방적이고 체험적인 ‘코칭(Coaching)’ 수업으로 진행된다. 3시간 수업 중 교수 강의는 다음 과제를 설명하는 30분∼1시간 정도에 불과하고 대부분 학생이 주도한다. 한 학기 동안 명확한 학습목표와 목차를 제시하고 목차대로 진행해 나가면서 책자 등을 통해 자료를 충실히 공급해 준다. 학생들이 스스로 해나가는 과정에 나는 도와주는 조력자일 뿐이다. 비전 낭독, 칭찬 샤워 등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주고 학생이 준비해 온 것을 매주 조원들에게 발표하도록 한다. ‘비전 인터뷰’로 이름 붙여진 1대 1 인터뷰를 통해 학생 스스로 주변의 학생들에게 비전을 물어보고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이렇게 하면 다른 학생이 생각해 온 것을 배우는 장점이 있다. 교육은 전인적인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

-대학생들이 인생설계와 진로에 대해 어떻게 하고 있나.

“요즘 대학생들에게 ‘네 가지’가 없다. 정체감, 자존감, 목표, 자립심이 없다는 것이다. 이는 학생들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모르는 것과 다름없다. 학생들이 이것들을 회복하고 인생의 비전을 수립하여 자기 주도적인 삶을 살아가도록 가르칠 것인가 하는 고민 속에서 개발한 프로그램이 바로 ‘인생설계와 진로’이다. 이는 자존감, 비전, 자립심, 인성 등을 내용으로 하고 있으며 모든 학생이 자신만의 인생설계도(포트폴리오)를 만드는 독창적인 프로그램이다. 구체적으로는 자신에 대해 알기·인정하기, 나답게 살기, 비전 탐색과 수립, 직업의 선택, 직장의 선택, 취업 준비, 시간 경영, 사랑과 결혼 등의 주제로 진행된다. 조별 활동 등을 통해 한 학기 수업을 듣고 나면 자신에 대한 200여 쪽의 책 한 권씩을 갖게 된다. 이 과목을 만든 것은 10여년 전 한 학생으로부터 ‘4학년인데도 어떤 목표를 갖고 어떤 직업을 가져야 하는지 방향조차 정하지 못해 답답하다’는 메일을 받고 나서다. 학생들의 미래 준비를 뒷받침하기 위한 체계적인 교육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인성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는데.

 “그동안 우리는 ‘인성’은 뒷전으로 밀고 ‘능력’에만 초점을 맞춰 가르쳐 왔다. ‘된 사람’보다 ‘난 사람’을, 다른 사람을 ‘먹여 살릴 사람’보다 ‘잡아먹을 사람’을 경쟁 속에서 키워온 셈이다. 입시 준비과정으로 전락한 중·고등학교 교육의 실패로 인한 후유증으로 생각한다. 인성이 빠진 능력 교육은 수성(獸性) 교육이나 다름없다. 가정교육이 제대로 안된 상태에서 중·고교에서 지나쳐 버린 인성교육을 대학교마저 보완해주지 않으면 우리 젊은이들은 인생을 어렵게 살아가게 될 게 분명하고 우리나라의 미래도 그만큼 어두워질 수밖에 없다. 사회적으로도 비용이 엄청 들어간다. 대학이 전인적인 교양교육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따라서 대학 교수는 학생들의 인성을 함양하고 창조적인 사회인이 될 수 있도록 준비시키는 게 가장 큰 역할이라고 본다. 인성이 다른 어느 스펙보다 중요하다.”

-학생들에게 ‘감사일기’를 쓰게 하는데 어떤 효과가 있나.

“학생들에게 긍정의 마음을 심어주고 자존감을 높여주는 것은 중요하다. 매일 ‘절대긍정’의 눈으로 감사일기를 쓰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평범한 일상에서 감사거리를 찾게 되고 삶에 평안이 찾아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거창하게 생각할 필요 없다. 휴대하기 편한 작은 수첩 등을 감사일기장으로 준비한 뒤 당일 고마웠던 일, 고마웠던 사람, 자신이 고마움을 표현할 대상 등을 떠올려 간단히 제목만 적어도 된다.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일기의 날짜와 요일, 날씨 등은 쓰지 않아도 된다. 이렇게 3개월 이상 꾸준히 실천하면 스스로 감사거리를 찾게 되고 사회에 봉사도 하게 된다. 군대에서도 이 같은 인성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하면 군 내부에서 발생하는 각종 사건사고를 많이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멘토링’ 교육의 중요성에 대해 한말씀 한다면.

“교수와 학생의 경직된 관계를 멘토(mentor)와 멘티(mentee)의 친밀한 관계로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서로 간 만남의 기회도 확대될 것으로 생각한다. 멘토는 직장생활을 경험하고 역경을 극복한 경험을 지난 전임교수 이상이면 좋다고 생각한다. 멘토는 멘티가 작성한 포트폴리오를 평가하고 피드백하는 등 성실하게 멘토링해줄 필요가 있다.”

-‘반성문’이 화제가 됐는데 어떤 심정으로 쓰게 됐는지.

“스승이 아니라 ‘지식정보유통업자’로 살아온 게 아닌가, 연구활동 때문에 ‘교육’을 제대로 하지 못한 점도 적지 않았다. 사명감이나 열정 없이 학생들을 가르쳐온 것 등 교수로서 제대로 살지 못한 문제점 40가지를 열거해 봤다. 교수로서 온갖 지위를 누리면서 학생들에게 걸핏하면 심부름을 시키고, 자신이 쓴 책을 강매하고 음악회에 학생들을 동원하는 등 교수사회의 풍토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지극히 개인적인 반성문이었는데 사회 전체의 이슈가 돼 솔직히 무척 당혹스러웠다. 훌륭하게 잘 가르치는 교수들도 많은데 이 글이 공개됨으로 해서 본의 아니게 상처를 준 것이 아닌지 염려가 됐다. 다행히 여러 교수들이 공감을 해줬고, 학생들도 응원해줘 위안이 됐다.”

■ 이의용 교수는

△1953년 충북 청원 출생 △77년 국민대 영문학과 졸 △77년 쌍용양회 입사 △90년 중앙대 광고홍보학과 겸임교수 △92년 중앙대 신문방송대학원석사 △99년 쌍용그룹 홍보팀장 △2001년 생활커뮤니케이션연구소 대표 △2009년 국민대 대학원 박사(커뮤니케이션 전공) △2011년 대전대 교양학부 교수 및 교수학습센터장 △2013년 국민대 교양대학 교수 △저서 ‘스무 살의 나의 비전’ ‘잘 가르치는 교수’ 등 38종

원문보기 : http://news.kukinews.com/article/view.asp?page=1&gCode=kmi&arcid=0007287592&cp=nv

출처 : 국민일보 기사보도 2013.06.18 1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