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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속의 국민

[문화일보]<포럼>디트로이트와 울산… 두 도시 이야기 /유지수 총장

  • 작성자 김동호
  • 작성일 13.07.25
  • 조회수 10252

미국 자동차 산업의 아이콘이라고 할 수 있는 디트로이트 시(市)가 파산했다. 디트로이트에 자리잡은 미국자동차는 1960년대까지 경쟁자가 없었다. 가솔린 값이 싸니 연비를 걱정할 필요도 없고 소비자는 마냥 큰 자동차를 원했다. 경제가 호황이라 생산만 하면 자동차는 팔리고, 대형차 위주라 대당 마진도 좋았다. 노조도 투쟁만 하면 사측이 들어주니 많은 것을 얻어낼 수 있었다. 디트로이트 시도 세수(稅收)가 많아 날로 발전했다. 중서부 지역에서 시카고 다음 가는 큰 도시로 부상했다.

하지만 행복한 시절도 1960년 후반부터 변하기 시작했다. 1967년의 디트로이트 폭동은 도시를 공포에 빠뜨리고 시민들에게 깊은 상처를 주었다. 이후 두 번에 걸친 석유파동은 디트로이트에 결정타를 날렸다. 휘발유 가격이 치솟자 대형 자동차에 대한 수요가 급감하고 일본 자동차가 시장을 잠식했다. 경쟁은 심해지고 마진이 축소되자 미국 자동차회사는 디트로이트 주변의 공장을 폐쇄했다. 생산성이 정체되니 고임금의 원가 구조를 이겨낼 수 없게 된 것이다.

노조의 반발이 심하자 미국 자동차 메이커는 노조의 영향력이 약하고 임금도 싼 남부 지역으로 생산시설을 옮겼다. 디트로이트 인구는 1960년에 비해 3분의 1이 줄었다. 실업률이 나아지긴 했으나 아직도 주민의 16.3%가 실업이다. 당연히 소득세는 줄고, 부동산가격도 하락해 재산세마저 줄고 있다. 그런데도 예전에 만든 복지제도는 계속되고 있어 시민의 35%가 시 보조금에 의지해 살고 있다. 과거 세수가 마냥 증가할 것이라는 허망한 낙관주의에 근거해 시 공무원 연금 제도를 후하게 만들어 놓은 게 족쇄가 된 것이다. 사회의 분란, 무능한 기업인(企業人), 이기적인 노조, 무책임하고 교활한 정치인이 결국 디트로이트를 파산하게 만든 것이다.

영국의 소설가 찰스 디킨스는 '두 도시 이야기'라는 소설에서 런던과 파리를 비교하면서 이야기를 전개한다. '디트로이트' 하면 우리도 울산이 생각난다. 두 도시가 비교된다. 울산 지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5만 달러다. 우리나라 최고 수준이다. 자동차·조선·석유화학이 울산을 대한민국 최고의 부자 도시로 만든 것이다. 현대차 울산공장은 연산 153만대로 단일 공장으론 세계 최대 규모다. 울산시를 방문하면 하루가 다르게 변모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모든 것이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있다.

그러나 울산시가 디트로이트가 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울산도 현재의 성공에 자만하면 디트로이트처럼 어려워질 수 있다. 조선산업은 불경기고 앞으로의 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 석유화학도 중국이 무섭게 쫓아오고 있다. 현대차 울산공장의 생산성도 낮다. 디트로이트에 폭동이 있었듯이 지난 주말 울산공장은 '희망버스'의 투쟁장이었다. 남부에 일자리를 뺏긴 디트로이트처럼, 생산성 향상에 협조적인 해외 공장에 일감을 뺏기고 있다.

비단 울산과 디트로이트의 비교로 끝날 일이 아니다. 디트로이트의 실수를 되풀이하면 우리나라의 앞날도 같은 운명에 처하게 된다. 적어도 우리나라는 디트로이트와 공통점이 있다. 전투적이고 단기적인 이익을 취하는 노조가 있다. 그리고 경제가 계속 성장할 것이라는 id=KL_POP_ID0>가정 아래 무상복지 제도를 경쟁적으로 만들고 있다. 외국 경쟁 기업의 도전도 더욱 더 강해지고 있다. 중국 기업의 경쟁력은 하루가 다르게 향상되고 있다. 일본 기업도 '아베노믹스'의 힘을 얻어 반격의 칼을 갈고 있다.

노조 성향, 사회경제 정책의 방향, 경쟁 심화라는 측면에서 디트로이트와 유사한 상황이다. 기업의 경쟁력이 약해지면 울산은 물론 우리나라 전체가 디트로이트 같은 곤경에 처할 수 있다. 현 상황을 보면 디트로이트와 울산 아니, 우리나라의 공통점이 부각되는 것이 안타깝다.

원문보기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307240107393719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