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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속의 국민

[국민일보] 세금 내기가 싫어졌다/이의용(교양과정부) 교수

  • 작성자 조수영
  • 작성일 13.08.19
  • 조회수 8961

복지정책에는 찬성하지만…

주위에 어려운 사람들이 많은지 도움을 요청하는 연락이 자주 온다. 그때마다 이미 다른 곳을 돕고 있다며 양해를 구하지만 마음이 무겁다. 기부는 부담스럽기는 해도 누군가를 도우며 살 수 있으니 참 기쁜 일이다. 그런데 마음을 담아 보내준 후원금으로 딴짓을 한다는 소식을 접하면 배신감이 들고 잘하고 있는 다른 곳마저 의심하게 된다.

필자가 돕는 어느 단체는 사무용품 몇 천원어치 구입한 것까지 낱낱이 공개한다. 외부 기관으로부터 감사까지 받는다. ‘신뢰’가 얼마나 중요한지 아는 사람들이다. 남의 돈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를 잘 아는 사람들이다. 이런 곳은 조금이라도 더 돕고 싶어진다. 그런가 하면 후원금을 받기만 할 뿐 그 돈을 얼마나 거두어 어디에 어떻게 사용했는지를 구체적으로 밝히기를 꺼리는 곳이 많다.

선거 때 공약한 복지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정부가 재원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사실상 증세정책을 마련했지만 저항에 부닥치자 단 하루 만에 수정안을 내놨다.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복지정책은 온 국민이 세금을 더 내서라도 적극 협조해야 할 일이다.

그런데 요즘 세금 내기가 싫어졌다. 국세청장이 뇌물을 받고 재벌의 세금을 멋대로 탕감해주는가 하면, 이미 사망한 사람들에게 639억원이 넘는 복지급여가 지급됐다는 소식을 접하면서다. 부자들에게 제대로 과세를 하고, 예산만 제대로 집행한다면 우리 같은 월급쟁이들은 세금을 더 안 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신뢰 얻어 기꺼이 납부하게 해야

지금 가장 시급한 것은 세법 개정이 아니라 세금을 거두고 사용하는 사람들에 대한 납세자의 신뢰 회복이다. 세금 내는 게 아깝지 않아야 하고, 세금 많이 내는 사람이 바보 취급을 받지 말아야 한다.

우선, 공정하게 과세할 수 있는 원칙과 기준부터 마련해야 한다. 복잡한 세법부터 단순하게 고치자. 지금 세법은 종합소득세 신고조차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할 만큼 복잡하고 어렵다. 법이란 복잡할수록 구멍이 많다. 그럴수록 절세, 탈세를 해보려고 머리를 굴리는 전문가들이 늘어난다. 법이 복잡하면 감사(監査)하기도 어렵다.

그 다음에 세금을 잘 사용해야 한다. 꼭 써야 할 곳에 쓰고, 사용 결과를 납세자에게 알려줘야 한다. 우리 국회가 공정하게 예산을 편성하고 엄격하게 결산을 한다고 믿는 국민은 거의 없다. 예산을 낭비하거나 착복하는 사고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난다. 그러니 납세자들은 세금을 내기가 점점 싫어진다.

제도를 적당히 바꿔 재원을 마련하려 하지 말고, 어떻게 하면 국민들이 세금을 내고 싶게 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신뢰’ 하나로 기부금을 모아 정직하고 투명하게 사용하는 시민단체로부터, 또한 월급의 절반 이상을 군소리 없이 세금으로 내는 덴마크 같은 나라로부터 기부자나 납세자의 신뢰 얻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세금을 공평하게 거두어 알뜰하게 사용해야 “이 다음에 세금 많이 내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젊은이들이 나온다. 공직도 ‘봉사’의 자리로 인식을 바꿔야 “이 다음에 나라를 위해 봉사하는 공직자가 되겠다”는 젊은이들이 나온다. 그러려면 어느 정도 먹고 살 만한 능력이 있는 공직자들은 무보수로 봉사를 하면 좋겠다. 대통령, 장관, 국회의원들부터 그렇게 한 후에 국민들을 설득하면 국민들도 협조할 것이다. 엊그제 페이스북에서 본 글이다. “세금 가장 많이 내는 사람을 대통령 시켜주면 된다. 세금 가장 많이 내는 사람을 국회의원 시켜주면 된다. 세금 가장 많이 내는 사람을 지자체장 시켜주면 된다. 그러면 너도 나도 세금 내려고 난리를 칠 것이다.”

원문보기 : http://news.kukinews.com/article/view.asp?page=1&gCode=kmi&arcid=0007473798&cp=nv

출처 : 국민일보 기사보도 2013.08.19 19: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