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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속의 국민

[경향신문] “이번 일요일, 태평로를 점령하라, 그리고 맘껏 춤춰라”/김윤진(무용전공) 교수

  • 작성자 조수영
  • 작성일 13.10.07
  • 조회수 8843

서울 한복판 태평로에서 시민들의 춤판이 펼쳐진다. 6일 오후 3시부터 6시까지다. 지난 6개월간 서울문화재단이 서울 시내 곳곳에서 진행해온 <서울댄스프로젝트>를 마무리하는 대규모 춤판이다. 그냥 춤이다. 격식에 맞춰 몸을 움직이는 게 아니라 마음가는 대로 흔들어대는 춤이다. 이 ‘열린 춤판’의 기획부터 진행까지를 총괄해온 김윤진 감독(43·국민대 공연예술학부 교수·사진)은 좀 더 큰 의미를 부여했다. “공간은 누구에게나 열린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닫혀 있습니다. 이 춤판은 ‘서울 한복판 태평로가 누구의 것인가?’라는 질문입니다.

” 얼핏 들으면 이번 춤판은 이른바 ‘커뮤니티 댄스’처럼 보인다. 무너져가는 공동체를 예술을 통해 복원해보자는 일련의 흐름이 몇해 전부터 젊은 예술가들을 중심으로 퍼져가고 있다. 하지만 김 감독은 “그런 명명조차 불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어차피 춤은 노동하는 공동체의 산물”이라는 주장이다.

“춤은 애초에 노동의 피로를 잊기 위해서 췄던 것이었고 삶을 지속시키는 과정에서 존재해온 것이죠. 인간 본연의 생명활동이라고 믿습니다. 그래서 ‘극장에서 보는 춤’ ‘공연화한 춤’ ‘전문가들이나 추는 춤’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죠. <서울댄스프로젝트>가 추구하는 것은 ‘일상 속의 춤, 누구나 출 수 있는 춤’입니다. 춤을 안 추고 버블매트 위에서 그냥 뒹굴거나 점프를 하면서 놀아도 돼요.”

이날 태평로에는 435m에 걸쳐 싱글침대 크기의 버블매트 500개가 깔린다. 여기에도 김 감독의 숨은 뜻이 있다. “딱딱한 아스팔트는 산업사회의 상징이죠. 하지만 버블매트는 말랑말랑하고 폭신폭신합니다. 서울 한복판에서 그런 촉감을 느낀다는 건 매우 경이로운 경험이죠. 그 부드러운 탄력은 사람들로 하여금 접촉하고 소통하고 관계 맺게 합니다. 그렇게 태평로를 시민들의 온기로 채워보고 싶습니다.”

<서울댄스프로젝트>는 지난 봄부터 시작됐다. 김 감독이 오디션을 거쳐 뽑은 100명의 ‘시민 춤꾼’들이 동호대교와 마포대교, 광화문광장, 청계천 등지에서 느닷없이 나타나 게릴라 춤판을 벌였다. 춤꾼을 선발하는 기준은 ‘잘 추는 사람’이 아니라 “6개월간 빠지지 않고 같이할 수 있는 열정”이었다.

“양복 입은 40대 샐러리맨이 가방 속에서 트레이닝복을 꺼내 입고 오디션을 치렀어요. 잠시 후 그분의 아홉 살 난 딸이 오디션을 봤죠. 부녀가 같이 참여했어요. 동호대교와 마포대교를 춤추며 건널 때는 시민들이 박수를 쳐주고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었어요. 중장비 운전기사들, 택시 기사들도 손을 흔들었죠. ‘쟤네들 뭐야, 왜 저러고 있어’라며 따가운 시선으로 쳐다보는 사람은 전혀 없었어요.”

주최 측은 이번 춤판에 ‘시민 춤꾼’들을 비롯한 1000여명의 출연자와 3000여명의 시민들이 참여할 것으로 내다봤다. 버블매트는 행사 전에 미리 분양한다. 색색의 가루를 시민들이 서로에게 뿌리며 노는 ‘컬러댄스 카니발’, 허공에 대형 풍선 30개를 띄워 놓고 즐기는 ‘서울그루브’도 마련된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침묵의 시간’도 있다. 김 감독은 “참여를 원하는 시민이라면 누구든지 그냥 와서 같이 놀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춤을 기반으로 한 현대무용 안무가로 춤의 사회적 소통 가능성이 주된 관심사다. 최근작으로는 <구룡동 판타지-신화재건 프로젝트>(2011), <춤추는 꽃중년 프로젝트-룸 퍼포먼스, 밝힐 수 없는 무엇의 나눔>(2012) 등이 있다.

원문보기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310022225475&code=960202

출처 : 경향신문 신문보도 2013.10.02 2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