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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속의 국민

[국민일보] 구직 청년의 아픔 기억해야/이의용(교양과정부) 교수

  • 작성자 조수영
  • 작성일 13.10.14
  • 조회수 8271
취업 시즌이 시작됐다. 도대체 대학 졸업자 중 취업은 얼마나 할까? 대졸자 평균 취업률은 59.3%. 대학 나와 봐야 10명 중 4명은 취업을 못한다. 대학 들어가면 뭔가 희망이 있을 줄 알고 달려왔던 청년들에겐 절망 그 자체다

대졸자 10명 중 4명은 취업 못해

대학 나왔다고 취업되던 시절은 지나갔다. 재수생, 삼수생, 심지어 반수생까지 늘어나 올해 삼성, 현대자동차 그룹엔 각각 10만명 이상이나 지원을 했다고 한다. 게다가 경영 악화와 내부 사정으로 채용인원이 줄어 상황은 더 어렵다. 내년도 경제 전망도 어둡다. 일자리를 늘려야 하는데 쉽지가 않다. 대졸, 고졸 출신 간의 임금 격차로 대학 진학률이 지나치게 높고 대기업,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로 대기업에만 취업하려 하니 대책이 없다.

대학 문이 좁았던 시절에 고등학교에게는 대학이 ‘갑’이었다. ‘갑’의 불합리한 선발방식이 오늘날 기형적인 고교 교육을 초래했고, 그로 인해 대학 교육도 부실해졌다. 취업 문이 비좁아진 오늘날 대학에는 기업이 ‘갑’이다. ‘갑’의 채용 방식은 대학 교육을 적잖이 기형화하고 있다. 여기에 취업률로 대학을 서열화하는 교육부 정책까지 가세해 대학은 취업 준비기관으로 전락해가고 있다. 대학 교육의 부실화는 결국 기업의 인적 자원 부실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기업에 몇 가지 제안을 드린다.

기업의 채용방식 이대론 안돼

첫째, 채용 조건이나 절차를 간소화하자. 제시하는 인재상이 애매하고 스펙이 까다롭다. 그 업종에 필요하지도 않을 스펙을 요구하고, 기상천외한 면접 방식으로 지원자들을 고달프게 한다. 그 바람에 수백만원짜리 족집게 취업 컨설팅까지 등장했다. 신(神)의 아들, 딸이라도 찾는 것인지…. 직무별 채용인원을 ‘00명’으로 하고 실제로는 한 두 명만 뽑기도 한다. 많은 지원자들을 들러리로 세우고는 높은 경쟁률로 언론에 회사를 홍보한다. 약자를 우롱하는 ‘갑’의 횡포가 아닐 수 없다.

지원자들은 많게는 열 군데 이상 응시한다. 여러 기업이 내건 조건에 맞춰 서로 다른 자기소개서를 쓰다 보면 자신의 정체성이 혼란스러워지기도 한다. 현재의 까다로운 채용 방식으로는 자기 포장을 잘하는 사람이 뽑힐 확률이 높다. 그런 인재가 그 기업에 도움이 될 리가 없고, 오래 다닐 가능성도 적다. ‘실패 경험’을 중시하는 미국의 어느 기업처럼, 오랜 시간 땀과 삶으로 준비해온 ‘사람’을 알아볼 수 있는 채용 방법을 개발해야 한다. 절차를 대폭 간소화하고 면접관들의 안목과 교양도 키워야 한다.

둘째, 채용 시기를 1월로 하자. 대학의 2학기는 12월 기말고사로 사실상 마무리된다. 그런데 기업의 채용은 9월부터 시작되어 학기가 진행 중인 10월에 확정되고 11월에는 연수나 근무를 시작한다. 이러한 행태가 4년제 대학을 3.5년제, 7학기짜리로 만들고 있다. 필자의 제자도 취업이 되었다며 중간고사 이전부터 수업에 나오지 않고 있다. 이런 경우 교수는 가짜 학점을 줘야 할지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잘못된 채용 시기가 대학교육을 부실하게 만들고 있다.

셋째, 기업간 임금의 격차를 좁히자. 현대자동차의 신입사원 연봉은 6000만원에 이른다. 그를 가르친 수십년 경력의 교수 연봉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높은 연봉은 다른 기업에 임금 인상 부담을 주고, 낮은 연봉의 취업자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준다. 그래서 취업 재수, 삼수, 반수를 유발한다.

지금 이 시간에도 취업 문제로 잠을 이루지 못하는 청년들이 많다. 모두 우리의 아들딸들이다. 이들에게 무슨 잘못이 있는가. 다 기성세대의 책임이다. 부디 이들이 취업 때문에 미래의 꿈을 접지 않도록 따뜻하게 격려해주기를 부탁드린다. 졸업을 앞두고 힘들어하는 제자들이 너무도 안쓰럽다.

원문보기 : http://news.kukinews.com/article/view.asp?page=1&gCode=kmi&arcid=0007648180&cp=nv

출처 : 국민일보 기사보도 2013.1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