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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속의 국민

[국민일보] 감사 형통/이의용(교양과정부) 교수

  • 작성자 조수영
  • 작성일 13.11.11
  • 조회수 7940

고마운 택시기사 이야기

얼마 전 지방 기차역 대합실. 금방 들어온 한 할머니가 안절부절못한다. 딸네 집을 다녀오면서 택시 안에 가방을 놓고 내렸단다. 문제는 가방에 든 약이었다. 여러 약을 갖고 다니며 복용해야 하는데, 의사의 처방이 있어야 약을 사는데 어떻게 하면 좋으냐며 옆 사람들에게 하소연을 했다. 딱한 노릇이었다.

서울행 기차가 들어온다는 방송에 할머니도 어쩔 수 없이 플랫홈으로 들어갔다. 기차가 들어오기 직전 갑자기 장내방송이 들려왔다. “약 봉투가 든 가방을 택시에 놓고 내리신 분은….” 그때 택시기사 차림의 한 남자가 플랫홈으로 달려왔다. 약이 든 가방이 할머니에게 무사히 전달됐다. 상황을 지켜본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박수를 쳐주었다. 그는 급하게 기차에 오르는 할머니를 친절하게 배웅해주었다. “다음부터는 차에 가방 놓고 내리지 마세요”라는 당부와 함께. 할머니는 고마워 어쩔 줄 몰라 하며 차창 밖을 향해 연신 손을 흔들어주었다.

손님을 역에 내려준 후 한참을 달리다 발견한 가방, 그 안에 가득한 약 봉투, 그 순간 그는 병든 자신의 노모를 생각했을지 모른다. 그리고는 차를 급히 돌려 역으로 달려온 것이다. 택시기사에게 제대로 감사 표현을 하지 못해서인지, 할머니는 열차 안 주위 사람들에게 택시기사가 얼마나 고마운 사람인지 몇 번이고 얘기를 한다. 할머니는 집에 도착해서도 얼마간은 이 일을 주변 사람들에게 얘기할 것이다. 그렇지만 결국 이 일은 언젠가 잊혀질 것이다.

감사일기를 써 보자

돈을 꾸어준 사람은 그걸 잊지 못하지만, 정작 돈을 빌린 사람은 그걸 쉽게 잊어버린다. 우리는 고마운 일들, 고마운 사람들을 얼마나 많이 잊어버리고 사는가? 그런 걸 배은망덕(背恩忘德)이라 한다. 은혜를 베푼 사람은 그걸 잊을지언정 은혜를 입은 사람은 잊어서는 안 된다. 잊지 않으려면 적어두는 게 최선이다.

필자는 10여년 전부터 제자들과 함께 감사일기를 써오고 있다. 삶 속에서 경험하는 고마운 일들을 작은 노트에 제목만 적는 것이다. 처음에는 귀찮아하지만 한 학기 동안 감사일기를 쓰면서 학생들은 많은 걸 깨닫고 변한다. 올해부터는 신입생 전체가 감사일기를 쓰고 있으니, 몇 년 후면 전교생이 감사일기를 쓰는 대학이 될 것이다. 고마운 일이다. 감사일기 쓰기가 각급 학교에 확산되었으면 좋겠다.

감사일기를 쓰면 세상만사를 긍정의 눈으로 바라보게 된다. 감사일기를 쓰면 삶 속에 숨겨있는 감사거리가 자꾸 발견된다. 하루에도 수백 가지의 감사한 일이 일어나지만, 그 감사한 일을 감사한 일로 믿는 사람에게만 감사한 일이 된다. 감사일기를 쓰면 다른 사람들을 자주 칭찬하고 고마워하게 된다. 감사일기를 쓰면 웃는 횟수가 많아진다. 감사일기를 쓰면 다른 사람과 자신을 비교하지 않게 된다. 감사일기를 쓰면 내 주위에 날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음을 느끼게 되고, 아내가 예뻐 보이고 남편이 자랑스러워진다.

광고 하나가 생각난다. 앞을 못 보는 걸인이 “나는 맹인입니다. 제발 도와주세요”라고 쓰인 판을 앞에 펼쳐놓고 구걸을 하고 있다. 그렇지만 동전을 던져주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때 한 행인이 문안을 고쳐준다. “아름다운 날입니다. 그리고 저는 그걸 볼 수가 없네요.” 그러자 많은 행인들이 돈 통에 동전을 넣어준다. 긍정적인 생각은 성공을 불러준다. 그렇지만 감사는 행복을 불러준다. 감사는 긍정의 극치라 할 수 있다.

감사의 계절이다. 작은 수첩을 하나 구해 고마운 사람, 고마운 일들을 적어보자. 그리고 그들에게 고마움을 표현해보자. 감사하면 만사가 형통한다. “불행할 때 감사하면 불행이 끝이 나고, 형통할 때 감사하면 형통이 다시 찾아온다.”(스펄전)

원문보기 : http://news.kukinews.com/article/view.asp?page=1&gCode=kmi&arcid=0007738129&cp=nv

출처 : 국민일보 기사보도 2013.11.10 17: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