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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김정은式 개혁·개방을 어떻게 봐야 하나/안드레이 란코프(교양과정부) 교수
얼마 전 김정은 제1위원장은 "자본주의의 침투에 두려워하지 말고 대담하게 대도시들과 국경을 개방해 경제 발전에 필요한 모든 것을 충분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과 같은 사회에서 이 발언이 사실인지 알기 어렵지만 최근 북한에서 변화가 가속화하는 것이 쉽게 볼 수 있는 사실이다. 농업에서 작년에 제안한 '6·28 방침'을 시행하기 시작했다는 보도가 나오고 공업에서 여러 조치를 통해 시장 실험을 추진하는 것처럼 보인다.
북한은 중국처럼 개혁을 통해 주체식 사회주의 간판을 내걸고 경제의 시장화를 추진한다면 고도 경제성장을 이룩할 수 있지만 국내 안정을 유지하기 참 어려울 것이다. 과거 김정일 위원장은 중국식 개혁과 개방이 체제 붕괴를 초래할 가능성이 너무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죽을 때까지 개혁을 거부했다. 김정은은 생각이 다를 수 있다.
그러나 북한 개혁에 지나친 희망을 걸면 안 된다. 이러한 개혁으로 한반도 사태가 많이 좋아질 수 있지만 북한 정권의 특성과 북한 엘리트 기득권을 감안하면 개혁으로도 극복할 수 없는 문제가 적지 않을 것이다.
첫째, 개혁은 비핵화를 초래하지 않을 것이다. 20여년 전부터 핵무기를 기본 체제 유지 수단으로 여겨 온 북한 정권은 개혁을 시작할 경우에도 이 입장을 바꾸지 않을 것이다. 북한 정치 엘리트 입장에서 핵은 외국 침략을 가로막는 억제 수단일 뿐만 아니라 국내 위기가 발생할 경우 외국 간섭 및 반체제 세력에 대한 지원을 불가능하게 하는 도구이기 때문이다.
2000년대 초 핵을 포기한 리비아 독재자 카다피가 외부 간섭으로 민주 혁명을 진압할 수 없었고 결국 반란군에 의해 피살된 사건은 김정은에게 이런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줄 것이다. 북한 엘리트 계층은 카다피 정권이 핵을 포기하지 않았더라면 서양과 중동의 여러 국가가 혁명을 감히 지지하지 않아서 카다피 정권이 무너지지 않았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믿는다. 국내 불안과 혁명의 위협을 직면하는 북한 정권은 핵을 포기할 수가 없다.
둘째, 북한의 개혁은 인권 문제 해결을 가져오지 못할 것이다. 개혁을 시작해서 박정희나 덩샤오핑처럼 개발독재 모델을 추진할 북한 정권은 그대로 권위주의 정책을 유지해야 할 것이다.
중국이 국제 언론에서 인권 문제 때문에 많은 비판을 받고 있지만 마오쩌둥 독재시대에 비하여 중국 인권 상태는 최근 크게 개선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북한은 이만큼조차 인권을 개선하기 어려울 것이다. 분단국가인 북한에서 개혁과 개방, 외국 투자 유입 정책 등은 남한에 대한 지식을 포함한 해외 정보의 확산을 야기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체제를 위협할 수 있다. 권력 유지가 목적인 북한 정치 엘리트들은 민중에 대한 감시와 진압을 완화하는 것을 집단 자살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셋째, 개혁은 무조건 남북 화해를 초래하지 않을 수도 있다. 북한은 남한 투자와 기술을 필요로 하지만 한반도와 동북아 긴장감을 이용하여 핵개발 및 민중에 대한 감시를 정당화해왔다. 개혁을 시행한다고 하더라도 북한은 가끔 긴장감을 유지하거나 높이기 위해 도발을 할 가능성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북한 개혁을 환영해야 할 것이다. 이것은 완벽한 시나리오가 아니지만 분명히 현상 유지보다는 덜 나쁜 시나리오다. 북한은 핵을 유지하겠지만 무역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핵확산을 추진할 가능성이 낮아진다. 북한은 민중에 대한 감시와 진압을 포기하지 않겠지만 정치범 숫자는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제일 중요한 것은 북한 서민들이 더 풍요롭고 더 건강하고 조금 더 자유로운 생활을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세계는 북한식 개혁 프로그램의 제한성을 잘 이해면서도, 북한 개혁을 지지해야 하는 것이다.
원문보기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3/11/17/2013111702193.html
출처 : 조선일보 기사보도 2013.11.18 03: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