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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속의 국민

[국민일보] 벽돌 쌓기, 병원 짓기/이의용(교양과정부) 교수

  • 작성자 조수영
  • 작성일 13.12.09
  • 조회수 7726

근로시간은 최장, 생산성은 꼴찌

최근 발표된 여러 통계가 이목을 끌고 있다. 우리나라 직장인의 노동생산성은 6만2185달러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23위다. 이는 OECD 평균의 79%, 미국의 60.6%, 일본의 86.6% 수준이다.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OECD 34개국 가운데 28위다. 이는 OECD 평균의 66.8%, 미국의 49.4%, 일본의 71.6% 수준에 불과하다. 업무 몰입도는 6%로 세계 평균 21%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마지못해 직장에 다니는 비율도 48%로 세계 평균 38%보다 높다. 그런데도 주당 근로시간은 OECD 최고 수준이다.

왜 이럴까.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잘못된 직업 선택에 있다고 생각한다. 이는 대학에 진학할 때 재능이나 흥미가 아닌 성적으로 전공을 선택하는 데서 시작된다. 그리고 대학을 마치고 취업할 때 직업보다 직장을 우선 선택함으로써 심화된다.

서울대생의 60%가 전공을 잘못 골랐다고 하거나, 직장인의 66.9%가 희망과 다른 직업에 종사한다는 대답이 이를 잘 설명해준다. 직장인의 73%는 지금 다니는 회사를 좋은 직장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니 직장생활이 즐거울 수 없고, 일에 몰입이 될 리가 없다. 이런 직장생활은 스트레스로 몸과 마음이 지치고, 술과 담배를 불러들여 건강에도 많은 해를 끼치게 된다.

어느 병원 건설 현장에서 작업자들에게 지금 뭘 하고 있느냐고 물어봤다. 첫 번째 사람은 “벽돌 쌓고 있지”라고 했다. 두 번째 사람은 “병원을 짓고 있지”라고 했다. 두 사람은 똑같은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전혀 다른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벽돌 하나하나를 쌓을 때의 마음가짐, 출근할 때나 퇴근할 때의 기분도 서로 다를 것이다. 첫 번째 사람이 단지 먹고살기 위해 그 일을 한다면, 두 번째 사람은 그보다 훨씬 높은 차원의 무엇을 기대하며 그 일을 할 것이다.

신입생 때 비전·미션 세워줘야

첫 번째 사람에게 벽돌 쌓는 일은 생계를 위한 ‘잡(Job)’에 불과하지만 두 번째 사람에게 그 일은 ‘미션(Mission)’이 된다. 그 일을 통해 이루려는 더 높은 차원의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바로 ‘비전(Vision)’이다. 비전의 유무에 따라 같은 일이라도 미션이 될 수 있고, 잡이 될 수도 있다.

우리 청소년들의 진로 교육은 “왜, 무엇을 하느냐”가 아니라 단지 “어떻게, 무엇이 되느냐”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래서 일단 열심히 공부해서 시험 성적에 맞춰 대학과 학과를 정하고, 대학에서 스펙을 쌓아 유명한 대기업에 들어가려고 한다. 그리고는 원하지 않는 일을 하면서 살아간다. 그런 인재를 뽑은 직장도 힘들고, 입사한 사람도 힘들 수밖에 없다.

청소년기에는 자신의 모든 시간과 정력, 돈을 쏟아부어도 아깝지 않을 삶의 목적(비전)을 먼저 발견해야 한다. 그런 후에 그 비전을 구체화할 수 있고 재능과 적성, 흥미에 맞는 직업을 탐색해야 한다.

그리고 그 자리로 가기 위한 여러 단계의 목표들을 하나씩 통과해 나가야 한다. 그걸 위해 대학에 진학해 공부하는 것이다.

지금 대학에는 비전 수립도, 직업 탐색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성적에 맞춰 학과를 선택하고는 대학생활을 무기력하게 보내는 학생들이 너무나 많다. 그들은 사회에 나가서도 여전히 무기력한 삶을 살아가기 쉽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단지 먹고살기 위해 벽돌 쌓는 사람을 병원 짓는 사람으로 바꿔주는 직업 교육이 절실하다. 그래야 청년들의 인생도 행복해지고 그들이 일할 직장도 산다. 늦었지만 대학에서라도 신입생 때에 비전과 미션을 정립시켜 줘야 할 필요가 여기에 있다.

원문보기 : http://news.kukinews.com/article/view.asp?page=1&gCode=kmi&arcid=0007827957&cp=nv

출처 : 국민일보 기사보도 2013.12.09 01: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