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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속의 국민

[문화일보]<포럼>‘도전적 創業’ 늘릴 환경 조성 급하다 / 유지수 총장

  • 작성자 박차현
  • 작성일 14.08.27
  • 조회수 5204
유지수 총장

올 후반기는 경제가 더 나빠질 것으로 전문가들이 예측하고 있다. 현재의 경제 상황을 보여주는 경기동행지수가 나쁘게 나왔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4개월이 지났는데도 충격 속에서 소비와 투자가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경제를 살리기 위해 할 일은 많은데 귀중한 시간만 흘러가고 있다. 조선시대 개혁 정치가인 조광조는 “얻기 어려운 것은 시기이고 잃기 쉬운 것은 기회”라고 했다. 지금과 같이 무력한 국가를 조광조가 봤다면 조선시대와 별로 나아진 게 없다고 개탄했을 것이다.

미진한 소비와 투자도 문제지만 우리나라 경제 구조가 장기적으로 건전해지려면 기업 생태계가 활발해져야 한다. 즉, 기업 생태계에서 수많은 창업(創業)이 일어나야 한다. 창업을 통해 기업 생태계가 살아 움직이고 또 진화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비관적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34개 회원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2014 기업가정신 보고서’를 내놨다. 보고서는 창업을 생계형 창업, 기회추구형 창업, 가족기업형 창업으로 분류하고 있다. 생계형 창업은 먹고 살기 위한 창업이고, 기회추구형 창업은 환경변화의 기회를 잡고 현재 소득 수준을 초과하기 위한 창업이다. 가족기업형 창업은 말 그대로 가족이 소유하고 경영하는 창업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창업은 63%가 생계형 창업으로 회원국 중 2위를 차지했다. 1위는 66%인 인도다. 반면 기회추구형 창업은 21%에 불과해 OECD 회원국 중 최하위권이었다. 창업의 숫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창업의 질적 수준이 중요한데 질적인 측면에서 보면 우리나라 창업은 대부분이 ‘저질창업’이라는 말이 된다.

생계형 창업의 대부분은 치킨집이나 프랜차이즈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치킨집이나 프랜차이즈 자체가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똑같은 업종이 수백 미터마다 즐비하게 서 있다면 결과는 뻔하다. 좀 더 기술집약적이고 창의적인 아이디어에 바탕을 둔 기회추구형 창업이어야 차별화가 되고 성공 가능성도 크다. 똑같은 메뉴·가격·서비스로 서로 경쟁하면 결국은 누가 임차료를 오래 낼 수 있느냐의 경쟁이 된다. 이런 창업으로는 우리나라 경제를 선진국 대열로 올려 놓을 수 없다.

좀 더 부가가치가 높은 분야에서 창업이 이뤄지려면 기술과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들이 모험을 해야 한다. 즉, 기업가정신이 필요하다. 기술을 갖고 있는 엔지니어가 기회를 보고 행동에 옮겨야 한다. 기업에서 근무하다가 사업의 기회를 보고 모험을 하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대학생들도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새로운 도전을 해야 한다. 그러나 요즘은 1970년대의 기업가정신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교육도 필요하다. 사실 대학에 들어가서 기업가정신이라는 단어를 처음 들어보는 학생이 많다. 기업가정신은 모험정신이 바탕을 이룬다. 모험과 도전정신은 초등학교 때부터 가르쳐야 한다. 그러나 교사자격증 문제로 창업을 해본 전문가가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수 없게 돼 있다. 대학에서도 창업에 관한 교육도 해야 하고 관심이 있는 학생들에게 실험실도 제공하고 창업보육실도 만들어줘야 한다.

정부가 대학의 창업 노력을 지원하지 않는 건 아니다. 하지만 창업도 지역균형이라는 정책의 틀 안에서 수도권과 지방에 배분한다. 지역 배분을 하다 보니 지방에는 창업지원금이 여유가 있고 수도권에는 부족하다. 이런 작은 문제들이 우리의 창업을 방해하고 있다.

규제 또한 문제다. 특히 서비스 분야에서 규제 때문에 창업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 중국은 정부 차원에서 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 우리는 무기력증에 빠져 있다.

도전적 창업을 늘리기 위해서는 교육, 규제 완화, 정부 지원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원문보기 :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408260107313719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