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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아프리카 초원 위 한국이 만들어낸 '치유의 언덕' / 장윤규(건축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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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간다 힐링 마운틴 청소년센터
에이즈 감염 아동 위한 시설… 유명 건축가 장윤규의 설계 기부
전기없이 손으로 지은 '느린 건축'
아프리카 우간다의 중북부에 있는 작은 마을 아무리아. 아프리카에서도 오지에 속하는 이곳에서 전기(電氣)는 언감생심(焉敢生心), 식수도 빗물 받아 겨우 해결한다. 흙벽에 짚 얹어 만든 오두막이 전부인 이 동네에 지난달 말 현대식 건물 하나가 들어섰다. 산을 옮겨놓은 듯 뾰족뾰족한 지붕에 중정(中庭)까지 갖춘 낯선 디자인의 건물이다. '우간다 힐링 마운틴(Healing Mountain) 청소년센터'. 한국 국제기아대책기구 지원으로 지은, 에이즈 감염 아동을 위한 종합복지센터다.
곧바로 아무리아의 명물이 된 이 센터는 한국의 유명 건축가 장윤규(50·국민대 건축대학 교수·운생동건축 대표·사진)씨와 운생동 직원들이 무료 봉사로 설계한 건물이다. 장씨는 건물 외관에 파장같이 큰 구멍이 있는 '크링'(서울 대치동), 종이접기를 한 듯 외벽을 접은 것처럼 표현한 '더힐갤러리'(한남동) 등 독특한 형태의 상업 건축으로 명성을 다져왔다. 그런 그가 이름도 낯선 아프리카 오지에 에이즈센터를 설계하게 된 과정은 장씨의 표현을 빌리자면 '소명(召命)'이었다.
"지난해 3월 우간다에서 봉사하는 정하희(61) 선교사가 대학로 사무실로 오셨어요. 에이즈 센터를 짓겠다고. 인생을 통째로 바쳐 어려운 이들과 함께하는 그분을 보니 내가 너무 일신(一身)을 위해 살고 있진 않나, 돌이켜 보게 되더군요." 장씨가 주저 없이 무보수 설계를 맡게 된 이유다. 정 선교사에게 장씨를 소개한 이는 정씨와 같은 교회에 다니던 지인 임종범(37·건축업)씨. "조형성이 강한 장씨의 건축물이 오지에 들어서면 랜드마크로서 기능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임씨의 말에 이끌려 정 선교사는 건축가를 찾았다.
기능 못지않게 외관 형태가 중요한 작업이었다. 주변이 초원이라 평지인 점, 치안이 불안하단 점에 주목했다.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산(山)을 선물해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면서 성(城)처럼 안전하고." 산 능선이 이어진 듯한 모양의 지붕이 나온 계기다. '힐링 마운틴(치유의 산)'이란 이름은 산 모양 지붕을 의미하는 동시에 치유의 공간이 됐으면 하는 건축가의 바람을 담고 있다.
대지 1만3643㎡(약 4127평), 연면적 1584㎡(약 479평)의 단층 건물이다. 냉방 시설이 없는 점을 감안해 지붕과 벽면을 1m 정도 띄워 통풍이 잘되게 했다. 6개월간 4번의 디자인 수정을 거치는 동안 장씨와 동료는 주말을 반납하고 이 일에 매달렸다.
지난해 10월 본격적으로 공사에 착수하자 현지의 열악한 상황이 문제가 됐다. 현지 인력에 의존해 전동 공구 하나 없이 톱, 망치, 못으로 모든 공사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결국 임종범씨가 공사를 진두지휘하기 위해 현지로 봉사를 떠났다. 이후 서울의 운생동 팀이 우간다 현장에 있는 임씨와 카카오톡으로 현장 상황을 실시간으로 주고받으면서 10개월간 공사를 지시했다. 이른바 '카톡 감리'가 이뤄졌다.
"기계 도움 없이 벽돌 한 장씩 나르고, 망치로 일일이 못질해 만들었어요. 하이테크(high-tech)가 판치는 세상에서 로테크(low-tech)로 만든 기적 같은 건물입니다." 도심에 지은 자신의 그 어떤 건축물에서도 맛볼 수 없었던 희열과 보람을 느꼈다고 장씨가 말했다.
한국 건축가와 한국 선교사의 힘으로 지은 이 '희망의 산'은 12월 초 공식 개관한다. 그러나 임씨는 "건물은 지어졌는데 프로그램을 운영할 자원 봉사자가 부족하다"며 "열정있는 한국 봉사자들이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했다.
원문보기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4/09/12/2014091200129.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