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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속의 국민

[자동차칼럼]맞춤형 자동차 시대의 과제 / 유지수 총장

  • 작성자 박차현
  • 작성일 14.09.24
  • 조회수 5798
유지수 총장

예전에는 기성복이 없어 모든 사람이 양복을 맞춰 입던 시대가 있었다. 우선 양복가게에 가서 치수를 재고 며칠 후 들러 가봉하고 나면 다시 며칠이 지나야 양복이 완성됐다. 적어도 양복점을 세 번 방문해야 하는 불편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 맞춤형 양복의 불편을 감수하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기호와 신체적 조건에 따라 유사한 소비자 그룹을 만들고 그룹별로 양복을 생산하는 ‘맞춤형 대량생산(mass customization)’ 시대기 때문이다.

이 같은 트렌드는 비단 양복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자동차도 유사한 변화 과정을 거쳐 다양한 모델을 양산하는 시대에 접어들었다. 최근 자동차 업계 공통의 고민은 어떻게 다양한 고객의 요구와 여러 국가 및 정부의 규제에 충족할 것인지다. 정부 요구는 크게 친환경과 안전성 규제로 나눌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자동차 생산의 70% 이상을 수출하는 구조에서는 수출 국가의 요구가 매우 중요하다. 국가에 따라 친환경 및 안전 요구 조건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양산하는 모델이 모든 규제를 충족하는지 검증하는 데 많은 시간과 자금이 투입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수출 국가의 도로 상황과 기후와 같은 환경 조건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수십개 국가의 수 많은 규제와 이들 국가의 환경조건 그리고 수백만명의 고객 요구를 충족하는 맞춤형 자동차를 양산한다는 것은 결코 아무나 할 수 있는 사업이 아니다.

맞춤 사양은 ‘곱하기(×)’ 게임이다. 고객 요구 맞춤사양×각국 규제 맞춤사양×환경 조건 맞춤사양 등으로 곱해져 나가니 얼마나 많은 사양이 필요한지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자동차 개발에 수천억원이 소요되는 것이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결국 자동차업체의 경쟁력은 맞춤형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투자 여력이다. 그리고 투자 여력은 자동차 대당 영업이익에서 나온다. 자동차 한 대당 얼마나 많은 이익을 남길 수 있는지가 자동차 업체의 경쟁력인 것이다.

대당 영업이익을 높이려는 전략 중 대세는 자동차 개발 비용을 축소하려는 것이다. 오래전부터 자동차 회사들은 예외 없이 자동차 모델 하나의 원가를 절감하는 방안에 집중했다. 좀 더 싸면서 품질과 기능이 보장되는 부품을 사용하는 ‘단일 모델 원가절감 전략’이다.

하지만 소비자의 요구가 다양해지면서 예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신모델을 개발하고 생산할 필요가 생겼다. 따라서 자동차 회사는 한 모델의 원가 절감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플랫폼을 설계하고 플랫폼에서 많은 모델을 생산하는 ‘단일 플랫폼 다수 모델 생산전략’이 나오게 됐다. 한 플랫폼을 설계하고 이 플랫폼에서 여러 모델을 생산하니 당연히 개발 원가가 절감된다. 예를 들어 한 플랫폼에서 쏘나타와 i40를 함께 생산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회사가 개발하는 플랫폼도 많아지니 플랫폼 간에 모듈을 공유하는 전략이 필요하게 됐다. 즉 ‘플랫폼 간 모듈 공유’ 전략이다. 아반떼를 생산하는 플랫폼과 소나타를 생산하는 플랫폼 간에 같은 모듈 혹은 시스템을 사용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브레이크 시스템을 플랫폼 간에 공유하도록 함으로써 개발 원가를 절감하는 것이다.

근자에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모든 모델과 플랫폼 간에 모듈과 시스템을 공유하도록 하는 ‘어셈블리 키트(assembly kit) 전략’까지 나오고 있다. 이는 레고 블록처럼 모든 차종에 사용할 수 있는 키트(kit)를 만든다는 전략이며, 독일 자동차 업체가 선도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원가절감의 가장 큰 전략적 추세는 어셈블리 키트 전략이다.

우리나라 자동차 회사도 이런 전략적 진화를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하지만 전략보다 더 중요한 것은 조직문화다. 엔지니어링 회사는 공통적으로 소통 부재가 문제다. 아무리 전략이 좋고 조직을 잘 설계했다 해도 조직문화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그 전략은 실행되지 않는다. 어느 회사나 문제 해결을 위해 의사소통을 하기보다는 책임회피를 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보낸다. 우리나라 완성차 업체들이 수평적·수직적 의사 소통을 강화해 맞춤형 시대를 주도하는 자동차 회사로 발전하길 기대한다.

유지수 국민대 총장 jisoo@kookmin.ac.kr

원문보기 : http://www.etnews.com/2014092300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