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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속의 국민

[한겨레][시론] 청와대 ‘외신 정책’은 있나 / 조현진(미래기획단장)

  • 작성자 박차현
  • 작성일 14.10.21
  • 조회수 5632

<산케이신문>으로 외신을 포함한 언론계가 시끄럽다. 세월호 침몰 당일 박근혜 대통령의 행적과 관련된 기사로 검찰이 이 신문 서울지국장을 기소했다. 서울외신기자클럽(SFCC)은 심각한 우려를 표했고, 일본 관방장관이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세계 언론이 이 사안을 지켜보고 있다.

이번 일을 계기로 큰 틀에서 대한민국의 외신 업무가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지 꼭 짚고 넘어가야 하겠다. 먼저 현 정부의 빈약한 ‘외신 철학’은 인사를 통해서도 가늠할 수 있다. 외신 업무를 총괄 지휘하는 청와대에 일단 외신을 이해하는 사람이 없다. 전문성이 떨어지고 조직마저 축소돼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기에 역부족이다. 유춘식 외신기자클럽 회장은 “일반직 공무원이 파견 나와 있으나, 개인 능력이 뛰어나도 직급상 연락관 이상의 일은 할 수 없다”고 한다. 현장에서 외신 관련 업무를 진행하는 해외문화홍보원 인사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원장 자리가 장기간 비어 있더니 현재는 기획관 자리가 공석이다. 외국에 한국을 알리는 <아리랑티브이>는 더욱 가관이다. 지난 7월 이후 사장이 없는데, 바로 밑에 방송본부장 자리는 지난해 12월 이후 거의 1년째 후임이 없다. 필요 없는 자리라면 보직을 없애 혈세를 아끼고, 필요한 자리라면 전문성을 갖춘 사람을 선임해 업무를 충실히 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상주외신기자단과 소통이 부족한 것도 문제다. 과거 국무총리나 청와대 수석이 외신기자클럽을 방문해 외신과 교류하던 모습은 현 정부 들어 완전히 사라졌다. 외신의 수요가 가장 많은 외교부 장관의 경우, 한 차례도 찾아오지 않았다. 1년 중 외신기자클럽의 가장 큰 행사는 매년 12월 개최되는 ‘송년의 밤’ 행사다. 매년 청와대 비서관급이 참석하는 것이 관례였는데, 현 정부 들어 처음 행사가 열린 지난해 말에는 청와대에서 행정관 한명만 참석해 외신기자들을 놀라게 했다.

유력 외신들의 ‘탈한국 현상’에 정부가 둔감한 것도 문제다. <워싱턴 포스트>, <엘에이 타임스>, <르피가로> 등은 모두 지난 몇 달 사이 서울지국을 사실상 폐쇄하고 한국을 떠났다. 몇 년 전 유력 외신 매체들이 도쿄지국을 폐쇄하고 서울에 둥지를 터 일본 정부를 당황하게 했었다. 일본에 대한 외국의 관심이 사라지는 현상을 당시 일본에서는 ‘재팬 패싱’(Japan Passing)이라며 우려했다. 이제는 우리가 ‘코리아 패싱’(Korea Passing)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올해 1월6일 대통령 신년 내외신 기자회견이 열렸다. 대통령 취임 이후 첫 기자회견인데, 회견이 끝날 때 돌발상황이 발생했다. 한 일본 기자가 “우리도 질문을 하고 싶었는데, 왜 배려해주지 않았느냐”며 박 대통령에게 직접 항의한 것이다. 회견 이전에 구미계 외신기자들이 불참 의사를 보이자 방송 생중계에 외국인이 비춰지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우려에 청와대 쪽에서 “질문 기회를 줄 테니 제발 참석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소문이 퍼져 있었기에 당시 일본 쪽 기자들은 큰 불만을 가진 상태였다. 이후 일본 기자는 ‘무례’한 기자로 규정됐고, 그 이후의 악순환이 오늘에 이르렀다고 대다수 외신은 믿는다.

물론 이들이 무례했던 것도 사실이다. 불만 전달은 홍보수석이나 대변인을 통하는 것이 정상이다. 그러나 소통의 통로가 없어서 그랬던 것은 아닌지 청와대는 생각해 봐야 한다. 외신과의 관계를 이렇게 가져가다가는 앞으로 대통령 기자회견에 아예 오지도 않거나 보낼 기자가 없다고 할까봐 우려된다. 자칫 ‘무례’한 외신이 아예 ‘무관심’한 외신으로 바뀌는 현상은 청와대 하기에 달려 있다.

조현진 국민대 특임교수·전 청와대 비서관

원문보기 :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660578.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