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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구 획정, 정치적 私益에 휘둘리면…지역별 대표성 불균형 초래, 정책결정 왜곡 / 이상학(국제통상학과) 교수
공공선택 시각으로 본 사회 <8> 선거구 획정과 민주주의 가치 실현
18대·19대 선거구간 불평등 심화…헌재, 선거구 획정 헌법불합치 결정
도시보다 농어촌 의원수 비중 높아
수의 불균형은 정책결정에도 영향…일부 산업 규제완화 더뎌지는 이유
이상학 < 국민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
헌법재판소는 지난달 30일 국회의원 지역 선거구 획정(劃定) 법조항에 대해 재판관 6 대 3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최대 선거구와 최소 선거구 간 인구비례 허용 기준을 현행 3 대 1에서 2 대 1로 바꿔 내년 말까지 법을 개정하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2016년에 치러질 20대 국회의원 선거에 앞서 지역구 개편이 불가피하게 됐다. 지난해 7월 말 인구 수를 기준으로 총 60개 선거구가 분구·통합 대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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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구 획정의 왜곡도는 ‘정치적 지니계수’로도 파악할 수 있다. 소득 분배의 불평등도를 나타내주는 지니계수처럼 의원 수 비중의 불평등도를 지수화한 것이다. 선거구에 m명의 유권자가 존재하면 유권자 개개인은 m분의 1의 정치적 지분(의원 수)을 갖는다고 전제하고 선거구별 정치적 지니계수를 측정한다. 1에 가까울수록 선거구 간 불평등이 악화됨을 의미한다. 이상학·이성규(2013)의 연구 결과 16대 총선의 정치적 지니계수는 0.3014인데 17대엔 0.2338로 작아졌다가 18대는 0.238, 19대는 0.2431로 커져 18대부터 선거구 간 불평등도가 심화됐음을 보여준다.
선거구 획정의 왜곡은 정책과 정책결정의 왜곡으로 이어질 수 있다. 국회의원은 자기 지역구의 이익을 위해 입법 활동을 하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한 지역구의 산업구조가 1차 산업 10%, 2차 산업 20% 및 3차 산업 70%로 구성돼 있다면 의원은 이 산업 비중에 의거해 입법 활동을 벌일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다. 전국적으로 표의 등가성(等價性)이 확보된 경우에는 각 의원이 반영하는 산업별 비중의 합계, 즉 정치적 비중은 국가 전체의 산업 구성과 동일하며 입법 활동에 왜곡은 없다. 또 모든 지역구의 산업구조가 같다면 의원 수 분배의 불균형과 관계없이, 즉 선거구 획정과 관계없이 의원 수는 전체 산업구조를 반영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만일 서비스산업 비중이 높은 지역의 유권자가 과다 대표된다면 서비스산업의 이익도 과다 대표될 것이다.
한국의 경우 농림·어업과 서비스산업은 전체 산업 대비 부가가치 비중보다 정치적 비중이 높아서 과다 대표되고 있다. 반대로 제조업은 정치적 비중이 부가가치 비중보다 작아서 과소 대표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농림·어업 부문은 제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의원 수 비중이 더 높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무역정책 면에서 농업과 서비스산업은 과다 대표되고, 제조업이 과소 대표될 가능성이 국회의원 선거구 획정에 내재돼 있는 것이다. 이런 왜곡적인 구조는 농림·어업과 서비스산업의 정책이 보호주의적 경향을 띠게 하고, 제조업은 상대적으로 개방도가 높아지게 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선거구 획정은 민주주의 가치를 실현하는 매우 중요한 과정이다. 선거구 획정의 첨예한 이해당사자들이 논의의 중심에 서면서 본질적인 논의가 이뤄지지 못하고 임시방편적인 논의와 처방으로 시종일관했다고 볼 수도 있다. 헌재가 사회적·경제적 환경을 반영해 선거구별 인구 편차 허용 비율을 4 대 1에서 3 대 1로, 이번에 다시 2 대 1로 조정했지만 궁극적으로는 표의 등가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향으로 선거구 획정이 이뤄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런 논의의 출발은 ‘1인 1표가 동등한 중요성을 지녀야 한다’는 공정성(公正性)의 원칙을 확인하는 데 있다. 사익을 추구하는 정치인들은 아무래도 자기자신이나 소속 당에 유리한 방향으로 선거구를 나누려고 할 것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중립적인 기구에서 선거구 획정을 맡도록 하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 게리맨더링
정치적 이기심의 산물…독립획정기구로 차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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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 선거, 투표과정은 공공선택학의 주요 연구주제들이다. 정당은 정권의 획득이란 사익(私益)을 위해 ‘득표 극대화’를 추구한다. 정당들은 이를 위해 선거구를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정하려 한다. 이 과정에서 국가 전체의 이익을 고려하기보다는 선거에서 무난히 당선되려는 정치적 이기심이 작용하게 된다. 그 결과 ‘게리맨더링’ 같은 부정적인 사익 추구 행위가 발생하는 것이다. 선거구가 정당의 사익에 의해 잘못 획정되면 선거라는 경기가 원천적으로 공정성을 잃게 된다.
게리맨더링이란 용어의 주인공은 19세기 초 미국 매사추세츠 주지사 엘브리지 게리다. 그는 1812년 주의회 선거에서 자신이 소속한 민주공화당에 유리하게 선거구역을 조정해 전체 득표 수에서는 졌지만 의석 수에서는 승리했다. 당시 지역신문 보스톤 가제트는 선거구 지도를 불도마뱀(salamander)에 빗대 그린 삽화를 실으면서 게리맨더링이란 용어를 썼다. 이후 게리맨더링은 자의적인 선거구 획정을 지칭하는 용어가 됐으며 나라마다 변형된 형태로 불리고 있다. 아일랜드에서는 털리맨더링(tullymandering), 일본에서는 하토맨더링(hatomandering)으로 불린다. 세계 각국은 게리맨더링의 폐해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 정치로부터 독립적인 선거구획정위원회 등을 운영한다. 한국의 선거구획정위원회는 선거에 앞서 일시적으로 구성돼 짧은 기간 활동한다. 위원회의 획정안은 구속력이 없어서 국회가 이를 준수할 의무도 없다. 이에 따라 기존 국회의원 및 정당은 의원 자신 및 소속당에 유리하도록 선거구의 경계를 정할 가능성이 있으며 기존 정당 간 나눠먹기식으로 획정이 이뤄지기도 한다.
영국의 ‘선거구경계위원회’는 초당적인 중립적 기구의 위상을 자랑한다. 이 위원회가 새 획정안을 제시하면 대체로 그대로 수용된다. 선거구 획정과 관련해 정당이나 정치인들이 유권자들을 선택하는 게 아니라 ‘투표자들이 자신의 대표자들을 선택한다’는 사고가 필요하다.
이상학 < 국민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
원문보기 : http://www.hankyung.com/news/app/newsview.php?aid=20141107532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