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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포커스-이원덕] 아베 10년 장기집권 실현되나 / 이원덕(국제학부) 교수
일본 집권 자민당은 총재 임기를 현행 6년에서 9년으로 연장하는 당규 개정 방침을 결정했다. 자민당 정치제도개혁실행본부장이 “대담한 개혁을 실현하려면 강한 리더십과 시간이 필요하다”며 이 방침을 결정했고 이는 내년 3월 열리는 당대회를 통해 정식 추인될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2018년 9월까지 집권 6년으로 정권을 마감할 예정이던 아베 신조 총리가 2021년까지 집권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다. 아베 총리가 3기 집권에 성공하면 일본 헌정사상 최장수 총리로 기록될 전망이다.
물론 아베가 최장수 총리가 되기 위해서는 내내 지지율이 심각하게 떨어지지 않고 도중에 치러야 할 중의원 및 참의원 선거에서 참패해서는 안 된다는 전제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또한 심각한 재정적자 문제, 아베노믹스 성공도 장기 집권의 관건이 될 것이다. 아베 총리는 2020년까지 재정을 흑자로 전환하겠다는 공언을 해 놓았기 때문에 2019년 10월로 연기한 소비세율 10% 인상을 더 미룰 수는 없을 것이다. 소비세를 인상해 재정 건전화를 꾀하면서도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과 보통의 국민들에게까지 경제 재생의 효과가 체감되려면 앞날이 탄탄한 것만도 아니다.
그러나 아베는 이러한 과제를 극복하고 본인이 유치한 2020년 도쿄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러 일본 부활의 상징으로 삼으려 할 것이다. 더 나아가 보수 정치세력의 염원이던 헌법 개정을 이룰 시간을 충분히 확보한 만큼 이를 실현하기 위한 치밀한 행보를 걸을 것이다. 아베 정치의 원점은 ‘강한 일본의 부활’이고 그 전제가 전후 체제의 탈각이다. 전후 체제의 핵심은 군비와 교전권을 인정하지 않는 평화헌법이므로 이를 뜯어고쳐 일본을 보통국가로 새롭게 만드는 것이 궁극적인 지향점이다.
아베는 2012년 말 총리로 재집권 한 뒤 ‘준비된 총리’로서 예상을 뛰어넘는 리더십을 발휘하며 일본정치를 사실상 ‘아베 1강 구도’로 굳혀 놓았다. 아베 이전의 일본 정치는 리더십 부재에 시달려 왔다. 5년을 집권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를 제외하면 약 20년간 1년 남짓한 임기의 단명 총리가 수시로 교체되는 극심한 혼란을 겪었다. ‘잃어버린 20년’이라고 일컬어지는 동안 일관성 있는 국가 전략의 수립과 추진을 요하는 외교안보 분야에서 일본은 몸집에 비해 역할을 제대로 못 하는 약체 국가로 전락해 고전을 면치 못해 왔다.
그런 탓인지 아베가 지난 3년 반의 집권기간 동안 지도력을 발휘하여 두각을 보인 분야는 국가 전략과 외교안보 영역이었다. 아베는 전격적인 각의 결정과 안보법제 도입을 통해 그동안 금기시돼 왔던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정당화했다. 대외정책 분야에서는 일본 외교의 기축인 대미 동맹을 더 한층 강화해 동중국해와 남중국해로 힘을 뻗쳐나오는 중국을 견제하는 데 앞장섰다. 더욱이 센카쿠 위협에 대항하기 위해 18년 만에 미·일 가이드라인을 개정해 미국과의 군사적 일체화를 꾀했고 경제적으로는 전격적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 참여로 미국과 더불어 아·태 지역의 자유경제권 형성을 주도했다.
이제 아베의 현실주의 외교는 전후 70년 일본 외교의 숙원인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의 길을 향해 치닫고 있다. 아베는 올 12월 블라디미르 푸틴을 불러들여 ‘새로운 접근’으로 러시아와의 해묵은 북방영토 문제를 담판짓고 평화조약 체결이라는 외교 성과로 장기 집권에 도전할 태세다.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에 이어 차기 대통령도 아베 총리를 상대해야 할 것으로 예상되어 앞으로도 우리의 대일 외교가 버겁고 녹록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원덕(국민대 교수·국제학부)
원문보기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3635049&code=11171395&cp=n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