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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산책] 케이블 디지털 전환 속도내자 / 김도연(언론정보학부) 교수
한때 아파트 재건축이 큰 인기를 끈 적이 있었다. 낡은 아파트 단지가 재건축으로 최첨단 설비가 완비된 최고급 아파트로 탈바꿈하면, 아파트 가격도 많이 올라 입주자들이 짭짤한 재테크 수입을 올리곤 했다. 그러나 이런저런 이유로 재건축이 이뤄지지 않는 아파트는 개발에서 소외돼 낙후됐다.
뜬금없이 재건축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요즈음 아날로그 케이블이 재건축에서 소외된 아파트와 비슷해 보이기 때문이다. 유료방송 중 제일 먼저 출범한 케이블TV는 아날로그 서비스로 시작했다. 곧 디지털 상품이 추가되며 아날로그 가입자를 디지털로 전환시키는 것을 추진했지만 뜻대로 빨리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경쟁 유료방송인 위성방송과 IPTV가 디지털로 서비스를 개시했다. 특히 뒤늦게 생긴 IPTV는 급격히 가입자를 늘려 디지털 케이블 가입자를 추월했다.
아직까지 아날로그 케이블TV를 시청하는 이들은 대부분 현재의 서비스에 별 불만이 없고 시청환경의 변화를 원치 않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입장도 존중받아야 한다. 그러나 남아있는 아날로그 가입자들의 존재는 케이블사업이 미래를 준비하는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위성방송과 IPTV와의 경쟁 속에서 케이블이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아날로그 서비스에 사용하는 채널 대역을 비롯한 중복 설비를 효율화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케이블사업자는 마치 몇 가구가 반대해 재건축 추진이 멈춰진 낡은 아파트 단지의 재건축 추진 건설사와 비슷한 입장일 것이다.
지상파방송의 디지털화가 시작될 당시 방송의 디지털화가 방송사나 시청자보다 전자산업계의 이해를 반영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고, 일부 사업자는 비협조적이기도 했다. 이에 정부는 애초의 추진일정을 조정하면서까지 꼼꼼한 준비로 일각의 우려를 잠재우고 산업계와 소비자 불만이 최소화된 디지털화를 완성한 바 있다. 이를 위해 방송산업계와 긴밀히 협의할 협의체도 만들고, 일부 지역에서 디지털 전환 시범사업을 벌여 문제를 체크했다. 특히 사회적 취약계층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이제 그때의 경험과 노하우를 케이블 디지털 전환에도 활용해야 한다. 케이블이 아날로그 서비스를 종료해야만 여유 주파수 대역을 활용하여 스마트홈 서비스와 IoT 같은 다양한 부가서비스를 케이블 가입자에게 제공할 수 있고, UHD 채널을 확대하여 제공함으로써 서비스의 질로 다른 플랫폼과 경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가 전체적으로도 유료방송산업이 새로이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행스럽게도, 정부가 올해 들어 '케이블TV 아날로그 종료 가이드라인'을 정해 사업자들에게 배포하고, 전문가, 시민단체 등으로 종료 지원협의체를 구성해 케이블TV의 아날로그 종료 시범사업을 지원하는 등 케이블 디지털화를 위한 지원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최근 종료 시범사업을 추진 중인 현대HCN이 동작구 지역의 아날로그 방송서비스를 종료했다. 나머지 시범사업자들도 아날로그 서비스가 종료될 때 발생하는 실제 문제, 특히 가입자 보호와 관련된 문제들을 명확히 파악해 해결하게 되면 케이블 디지털화는 급물살을 타게 될 것이다.
재건축이 추진되는 아파트에서 재건축에 동의해주지 않는 일부 주민을 설득하는 몫은 재건축추진조합과 건설사다. 알박기 같은 악의적인 의도가 아니라면 일부 주민의 반대는 이웃과 조합, 건설사의 설득과 편의 제공으로 극복할 수 있다. 아날로그 케이블 가입자가 기대하는 적정 서비스는 디지털이건 아날로그건 상관없이 안정적이고 비싸지 않은 다채널 서비스일 것이다. 이들을 설득하는 것은 케이블사업자에 맡기더라도, 정부는 케이블 가입자 보호와 유료방송 산업 발전이라는 두 목표가 조화롭게 완수될 수 있도록 사업자를 독려하고 문제를 풀어주는 역할을 현명하게 추진해야 한다. 사회 전체에 통합의 시대가 기대되는 이 때, 케이블 디지털 전환이라는 숙제도 정부와 산업계의 협력으로 해결되길 기대한다.
원문보기 : http://www.dt.co.kr/contents.html?article_no=2017080202102251042001&ref=na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