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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속의 국민

[아침을 열면서] 충돌과 협상은 종이 한 장 차이 / 윤경우(대외협력부총장)

  • 작성자 이도영
  • 작성일 17.08.07
  • 조회수 5620

북한은 지난달 두 번이나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급 미사일 발사 시험을 감행했다.

북한의 ICBM 발사는 기본적으로 미국을 겨냥한 메시지이다. 북한은 탄두 소형화와 대기권 재진입 기술에 상당히 근접하고 있음을 거듭 과시함으로써 미국 본토에 도달할 수 있는 핵무기 개발이 최종 단계에 이르렀음을 알리고 있다.

북한이 ICBM을 완성하게 되면, 미국은 북한 핵미사일의 직접적 위협을 받게 된다. 미국도 가만히 있을 수 없게 됐다.

미국 정부는 북한의 핵ㆍ미사일 폐기를 압박하기 위해 우선 대북 제재조치 강화로 대응하고 있다. 5일 미국은 중국을 설득하여 역대 최강의 유엔 대북제재 결의안 채택을 이끌어냈다.

결의안에는 북한의 석탄과 철ㆍ철광석, 납ㆍ방연광, 해산물 등의 수출을 봉쇄하고 북한의 노동자 국외송출을 금지하며 북한과의 어떤 형태의 합작투자도 차단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원유공급 중단은 자칫 북한의 체제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는 중국의 반대로 포함되지 않았다.

이번 결의는 북한으로 흘러들어 가는 자금줄을 차단한다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유엔은 이번 대북 제재 결의안이 시행되면 북한의 연간 대외수출액 30억 달러 가운데 10억 달러가량이 제재를 받을 것이라고 추산했다.

물론 북한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된다.
미국은 북한의 ICBM에 대한 대응으로 선제타격 같은 군사행동을 고려하지 않을 순 없다. 하지만 성공가능성도 높지 않고, 재앙적인 피해를 초래할 것이라는 점 때문에 현실성이 떨어진 옵션이다.

사실 국제관계에서 군사적 충돌과 협상을 통한 극적인 문제 해결은 종이 한 장의 차이에 불과하다. 상호 군사적 위협이 강해진다는 것은 협상을 통한 극적 타결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북한은 핵·미사일 문제에 있어 한국을 제외하고 미국과 담판을 벌이겠다는 ‘통미봉남(通美封南)’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북한의 강경한 태도는 향후 미국과 직접 협상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미사일 능력을 최대치로 향상시켜 놓겠다는 전략에서 비롯됐다.

미국에서는 북한 핵·미사일 문제 해결을 위해 북한정권 붕괴 이후 주한미군철수와 ‘하나의 한국 원칙’ 포기를 약속하여 중국의 불안을 덜어주자는 ‘미ㆍ중 직거래론’ 또는 ‘미ㆍ중 빅딜설’도 제기됐다.

미국, 중국, 북한은 각각 협상 시기와 조건을 저울질하며 강경한 태도를 보이면서 향후 협상에 대비하여 자국에 최대한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한국은 이러한 흥정(bargaining) 과정에서 배제되기 쉬운 조건을 갖추고 있다. 이들에 비해 한국은 정책 수단이 상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우연에 맡길 수만도 없다. 미국, 중국, 북한 등이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한국의 입장을 외면하고 북한 핵ㆍ미사일 문제의 해법을 정하는 최악의 사태가 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현 정부의 판단과 능력이 중요한 시점이다. 어떤 경우라도 정부는 우리의 국익이 무시되지 않도록 한ㆍ미 간, 한ㆍ중 간, 남ㆍ북 간 소통에 신경을 곤두세워야 한다.

윤경우 국민대 대외협력부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