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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인상 효과의 환상 벗어나야 / 류재우(경제학과) 교수
아파트 경비원을 무인경비시스템으로 대신한다는 뉴스가 있었다. 100년 역사의 K방직이 공장을 해외로 옮긴다는 기사도 났다. 빠르게 오르는 최저임금이 일자리를 파괴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예들이다.
많은 경제학자는 최저임금제도에 회의적이다. 균형을 초과하는 임금을 강제하면 고용과 생산이 위축돼 사회의 복지 총량이 감소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이 오르면 시장지배력을 가진 기업들은 가격을 올리고 소비자에게 비용을 떠넘겨 인플레이션 압력을 발생시킨다. 비용전가 능력이 없는 대부분의 기업은 채용 축소, 자동화, 공장의 해외 이전 등으로 대응한다. 일자리가 감소하고 실업이 증가하는 것이다. 일자리 감소의 피해는 소득능력이 낮은 미숙련 근로자들에게 집중돼 사회의 복지부담으로 돌아온다. 지급능력이 낮은 영세자영업자 등 기업주들은 범법자가 된다. 외국인 근로자의 기대소득 증가로 불법이민은 늘어난다.
더욱이 대기업의 임금은 이미 최저임금보다 높은 것이 현실이다 보니 최저임금 인상은 중소기업에 상대적으로 불리하게 작용한다. 동네 슈퍼의 가격이 오르면서 대형마트에 손님을 빼앗기는 현상 등이 일어나는 것이다. 골목상권을 보호하자는 구호와도 어긋난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최저임금은 근래에 물가상승률의 3배 정도 속도로 올랐다. 이번에는 그것도 모자라 16.4%나 올렸다. 한 연구에 의하면 최저임금이 1% 오르면 고용은 0.14% 줄어든다.
최저임금은 본래 취약계층의 소득을 늘려서 분배를 개선한다는 선한 의도를 담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연구를 보면 불평등 완화효과는 미미하다. 수혜자의 다수가 중산층 가구 자녀들이거나 외국인이어서 빈곤가구가 혜택을 볼 가능성은 높지 않기 때문이다.
요즘 최저임금 인상의 배경으로 등장한 것이 소득주도성장론이다. 저소득층 소득이 늘면 내수가 늘고 경제가 성장해 고용도 증가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이론은 성장과 소득 간의 인과관계를 뒤바꾼 판타지일 뿐이다.
최저임금 인상이 내수를 키울 가능성도 크지 않다. 우선 고용 감소로 인해 총임금소득이 증가하지 않을 수 있다. 편의점 등 영세사업장에서는 단순히 사업주가 얻을 소득을 근로자에게로 이전시킬 뿐 총소득은 오히려 줄어들 수도 있다. 더욱이 주 수혜층인 100만 명이 넘는 외국인은 소득의 상당부분을 본국으로 송금해 버린다.
정부 역시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문제가 있음을 사전에 인지했는지 시행 후 1년 정도 경과를 보고 속도를 조절하겠다고 한다. 브레이크에 문제가 있다는데도 운전을 해보고 문제가 생기면 고치겠다는 말만큼이나 아슬아슬하게 들린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경영이 어려워질 기업들에 4조원 이상의 재정을 투입한다고도 한다. 이는 정부가 노동시장에서의 직접적인 임금 통제로 생기는 부작용을 민간에 보조금을 줘서 해결하려는 것으로서 시장경제 질서에 어긋난다. 보조금은 30인 미만 기업에만 지급된다고 하니 기업 규모를 작게 유지하려는 ‘피터팬 증후군’이 소규모 사업장에까지 확산될 판이다.
기업 간 형평성의 문제, 도덕적 해이의 문제도 일어난다. 나아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중소기업의 부담을 카드수수료 인하나 임대료 인상 억제 등을 통해 완화하겠다는데, 이는 가격통제에 따른 부작용을 다른 가격들을 통제해서 해결하겠다는 발상이다. 최저임금에서 시작된 정부통제가 연쇄적으로 이어지면서 자원배분을 왜곡하고 시장경제의 근간을 흔들 것이라는 우려를 하게 된다.
취약계층에 대한 보호는 최저임금 등을 통해 기업에 떠넘기기보다 근로소득장려세제 등의 복지제도를 통해 정부가 직접 지원하는 방식이 타당하다. 경제에 큰 폐해를 끼칠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정책은 폐기돼야 한다.
류재우 < 국민대 교수·경제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