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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단상]흔들리는 전기차 보급 정책/최웅철(자동차공학과) 교수
최근 정부의 전기자동차 민간 보급 장기 계획에 빨간불이 켜졌다. 친환경 정책 기조는 변함이 없어 보이지만 장기 보급 목표 달성을 위해 차근차근 진행돼야 하는 것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논리에 의해 크게 흔들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지난 정부의 목표나 공약들은 접어 두고 현 정부의 전기차 보급 계획을 살펴보자. 문재인 대통령의 전기차 공약은 오는 2022년까지 35만대 보급하는 것이다. 지금까지도 크게 수정된 것은 없다. 다만 이러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매년 착실히 진행돼야 하는 순차 보급 계획이 우선이다. 이와 함께 전기차 계획의 원활한 운용을 위해서는 적절한 충전 인프라 구축이 병행돼야 한다. 전기자나 충전 인프라 산업은 수요자의 요구가 어느 한순간 갑자기 늘어난다고 해도 생산과 공급이 순식간에 지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전기차 생산을 위한 준비 기간도 적지 않게 소요될 뿐만 아니라 사용자 편의를 위한 충전 인프라나 실제 사용하는 전력의 공급량까지도 어느 한순간 갑자기 뚝딱 하고 생겨나는 것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내년 전기차 확산을 위한 지원 예산을 당초 계획보다 축소, 기존에 세운 보급 목표량을 3만대에서 2만대 수준으로 후퇴시킨 예산안이 국회 예산 심의에 들어간 것이다. 우려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현재 전기차 가격은 완성차 업체의 기본 이윤이 포함된 형태로 책정돼 있다. 이러한 가격 수준에서 사용에 다소 불편한 현재의 충전 인프라 상황을 고려할 때 소비자 입장에서 전액 본인 부담으로 전기차를 구매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이러한 공급자와 수요자 간 기대치 차이를 좁혀 주기 위해 정부의 친환경 적극 정책을 통한 보조금 지원은 반가울 수밖에 없다. 다만 예산과 집행 과정에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면 예산 사용 여부와 상관없이 그 효과는 격감할 수밖에 없다. 심지어 보조금 지원 정책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전기차 대기 수요가 없어질 수도 있다. 이것은 모든 산업의 기본인 수요 격감으로 이어지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수요층의 외면을 받게 된다는 것은 생산자의 과감한 투자를 통한 판매 가격 인하 노력을 완전히 얼어붙게 만드는 것이며, 심각한 문제라 할 수 있다.
물론 현재의 수요자와 공급자 간 가격 차이 문제를 정부 지원만으로 해소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당연히 수요 확대에 따른 공급량 증가와 함께 공급 가격이 적정 수준으로 조절될 것으로 본다.
정부의 지원 예산 조정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다만 전기차 보급을 주도하고 있는 환경부의 요구가 긴 숨이 필요한 큰 틀의 정부 공약을 달성하기 위해 마련한 단계별 목표를 이룩하기 위해 적어도 노력의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기획재정부의 판단에 의해 그렇게 쉽게 변경된다는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로 보인다.
나라의 큰 살림 전체를 살펴야 하는 기재부의 막중한 책임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제 겨우 불씨를 지펴 가고 있는 전기차 예비 사용자들의 구매욕을 더욱 활성화하지는 못할망정 정부 주도 정책의 예측 불가라는 찬물을 끼얹는 것은 매우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모든 산업에서 수요의 성장 없는 산업 성장이란 있을 수 없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예측이 가능한 정부의 산업 정책 진행이 시장·고객의 눈높이에 맞춰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