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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z Focus] 삼성, 선장 없으니 잘나간다?…하나만 알고 '셋'은 모르는 소리 / 백기복(경영학부) 교수
회장은 기업가치의 핵(核)이므로 스스로 그 가치를 말과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 회장의 언행과 추구하는 기업가치가 일치하지 않을 때 투자자나 소비자들은 회장의 경영 능력에 대해서 의심하게 된다. 회장 승계는 그래서 민감한 것이다. 차기 회장이 과연 기업가치를 대변할 수 있는지, 모두가 촉각을 곤두세워 지켜본다. 애플 CEO 팀 쿡이 스티브 잡스의 혁신성에 못 미치고, GE의 제프리 이멀트가 잭 웰치의 성과주의를 못 따라갔으며, 마이크로소프트의 스티브 발머는 빌 게이츠의 시장지배 가치 구현에 한참 모자랐다.
회장은 스스로 기업가치 수호·구현 의지가 강하다는 것을 투자자와 소비자들에게 천명해야 한다. 또한 회장은 미래의 소유 경영자도 그런 사람을 내세우겠다는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경영권이 2·3·4세로 승계되면서 기업가치 수호 역량을 의심케 하는 후계 후보자들의 비윤리적 사건이 꼬리를 물고 있다. 회장은 미래가치 수호를 위해서 문제가 되는 후계 후보자들을 경영 승계에서 완전히 배제하겠다는 입장을 천명할 필요가 있다. 이것이 회사와 사회를 위한 회장의 바른 리더십이다.
한국 기업의 '회장(會長)'은 서양에는 없는 독특한 존재다. 영어사전을 검색해보면 회장을 'president(사장)'나 'chairman(의장)' 또는 'CEO(대표이사)'로 번역하고 있는데 이것은 개념상 정확한 번역이라고 볼 수 없다.
회장은 사장, 의장, 대표이사를 능가하는 권력자다. 정치권은 이를 좋게 보지 않는다. 문재인정부는 공정거래위원회를 통해서 '재벌 총수 일가 전횡 방지 및 소유·지배구조 개선'을 국정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과거 수십 년의 논란 속에서도 끄떡없이 유지돼 온 회장 또는 재벌총수 중심 체제가 정부의 규제만으로 쉽게 무너질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국가와 사회에 헌신하고 국민에게 존경받는 건강한 회장 리더십을 구축하도록 사회적·제도적으로 유도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인 해법이라고 생각한다.
리더의 행동을 일일이 법으로 규정하는 것은 불가능할 뿐 아니라 어리석은 일이다. '재벌총수 일가의 전횡 방지'도 법과 제도만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고 본다. 회장이 법만 준수하려는 소극적 수준을 넘어 스스로 각성하여 국민과 사회를 위해서 적극적 리더십을 발휘하도록 해야 한다. 제대로 된 리더의 품성을 갖추는 것은 기본이다. '소유·지배구조 개선'은 장기적 계획이 제시되고 이에 대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한국인은 '불확실성 회피 성향'이 높아 소유관계가 불명확한 상황을 좋아하지 않는다.
국민은 건강하고 멋진 회장 리더십을 보고 싶어한다. 이런 리더십을 갖추려면 준비가 필요하다.
첫째는 회장도 리더십 훈련을 정기적으로 받아야 한다. 리더십 훈련은 주로 팀장과 본부장들만 받는다. 둘째는 전문가들의 리더십 진단을 받고 끊임없이 성찰해야 하며, 셋째는 자신이 기업경영을 통해서 어떤 가치를 어떻게 구현하려 하는지를 우리 사회에 수시로 설명해야 한다. 그리고 끝으로 평범한 생활로써 특별함이 드러나도록 할 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