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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속의 국민

[카 인사이트] 자율주행 기술, 자동차 디자인에 자유를 許하다 / 구상(자동차ㆍ운송디자인학과) 교수

  • 작성자 김예나
  • 작성일 18.02.20
  • 조회수 7434


사진설명 자율주행 시대가 오면 운전석은 작업용에서 휴식용으로 변한다(사진 위).
자율주행 자동차 실내 디자인에서는 공간의 구분이 사라질 수 있다(사진 아래).

요즘 가장 뜨거운 자동차업계 이슈는 자율주행과 카셰어링이다. 3~4년 전만 해도 자율주행은 미래의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이제는 상당한 수준의 자율주행 기능을 갖춘 자동차들이 판매되고 있다.

카셰어링 역시 그렇다.

처음에는 북유럽 국가 일부에서 자동차 사용 줄이기 캠페인 정도로 실험적으로 시행되던 정책에 그쳤지만 이제는 미래 생활에 가장 큰 변화를 몰고 올 소비 형태로 인정받고 있다.

자율주행과 카셰어링은 디지털 정보기술 기반이 있어야 제대로 운영되고 유지될 수 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자율주행 자동차의 또 다른 개념인 커넥티드카(connected car)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자율주행 자동차는 도로 위를 주행하는 기계가 아니라 네트워크를 통해 무수히 많은 정보를 주고받으며 유기적인 관계로 존재하는 구성원이 된다. 카셰어링도 정보의 '구름(정보의 가상 집합체인 클라우드)' 속에서 개개인의 필요에 따라 자동차를 바로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존재 가치가 생긴다.

일반적으로 자동차가 도로를 제대로 달리기 위해 필요한 정보는 △거의 고정적이나 변화 가능성도 있는 도로 지형 정보 △유동적이지만 차량 기능 범위 내에서 변화하는 차량 상태 정보 △매우 유동적이고 예측 가능성이 낮은 도로 상황 정보 3가지다.
 

차량 주행의 안전성은 이 정보를 어떻게 운전자에게 전달하고 인식시키느냐에 달렸다. 이 정보를 전달하는 매개체가 되는 사용자 인터페이스는 자율주행이나 카셰어링 자동차 인테리어 변화에 가장 큰 영향을 주게 된다.

실내 공간 디자인도 달라진다. 현재 자동차 실내는 탑승자 수용 공간과 탑승자 안전도에 큰 영향을 미치는 구조물로 이뤄진다. 탑승자 공간은 운전자 공간과 승객 공간으로 나뉜다. 운전자 공간은 '운전'이라는 작업을 위한 공간이며, 탑승자의 공간은 '거주성'이 가장 중심이 되는 개념으로 서로 이질적이다.

운전자가 운전이라는 작업을 안전하게 수행하기 위해서는 전방 주시를 위한 차량 진행 방향 지향성과 적정 운전 자세 유지가 필요하다. 운전자 자세 기준은 발뒤꿈치를 기준점(accelerator heel point, AHP)으로 해서 차량의 종류와 기능 등에 따라 높이와 위치는 변화하지만 전방 지향성을 반드시 유지해야 한다는 특징을 지녔다.

그러나 자율주행 기술을 사용한다면 운전자 자세나 지향성의 중요성은 현저히 감소한다. 운전자의 신체적 상태와 상관없이 주행 가능한 환경을 갖추게 되기 때문이다. 이로써 자율주행 자동차의 실내 디자인은 운전자가 운전에서 '해방'되는 개념에 맞춰 변화한다.

자율주행 자동차 공간도 현재 차량과는 다른 기준을 적용해 디자인해야 한다. 운전석과 승객석의 구분이 사라지면서 유효 공간이 확대되는 디자인이 대표적이다. 또 이상적인 자율주행 상태에서는 자동차 사고가 발생하지 않게 되므로 실내 충돌규제 등을 충족시키기 위한 공간구조 설계의 제약이 줄거나 사라지게 된다.

사진설명 기능적 효율성을 추구한 이동수단인 르노 트위지.
완전 자율주행 자동차의 경우 운전석의 개념이 사라져 실내 전체가 하나의 거실처럼 사용된다. 하지만 수동 운전과 자율주행을 선택할 수 있는 차량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운전을 자동으로 전환한 운전자가 휴식을 취하게 되면 좌석은 '작업용'이 아닌 '휴식용'이 되지만 운전석의 개념도 일부 가지도록 완전 자율주행 자동차와는 다른 모습으로 디자인해야 한다. VIP 리무진이나 항공기 1등석 같은 개념의 등받이 각도, 수면용으로 변형할 수 있는 좌석이 수동 운전 겸용 자율주행 자동차 운전석에 설치될 가능성이 높다. 스티어링 휠도 원형에서 벗어나 게임기 조이스틱 형태나 타원형, F1(포뮬러원) 레이싱 머신과 유사한 개념의 형태로 바뀌게 된다.

결론적으로 자율주행차 실내 디자인은 △운전 개념 변화로 운전석의 위치·비중 변화 △운전자 동선·동작·행위 변화로 공간 구성 변화 △주행방향 지향성 요구 감소나 소멸 △좌석 기능 변화로 회전하거나 평평해지는 시트 △유효 점유 공간이나 공간 소비 증가 △주요 조작 장치의 의미나 형태 변화 △공간 활용에서 감성적 요소 비중 증가 △사고 확률 감소로 실내 충돌규제 비중 감소 등에 맞춰 변화하고 진화하게 된다.

디자이너들은 과거에는 균형적인 우아함을 추구했다. 누구에게나 공통적으로 아름답다는 감성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이상적인 미(美)가 존재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진 디자이너들은 자연에 존재하는 균형적인 비례인 '황금비(The Golden Section)'를 발견해 조각이나 건축물에 적용했다. 자동차 디자이너들도 마찬가지로 균형 잡히고 안정적인 형태와 비례를 추구했다.

그러나 자율주행과 카셰어링으로 자동차 디자이너들은 균형적인 우아함보다는 기능적 효율성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됐다. 신체적 제약으로 이동에 어려움을 겪었던 사람들에게 새로운 세계를 열어주는 디자인도 추구하게 된다. 
 

반면 자동차 아름다움의 근원은 운전자 의지대로 조종할 수 있다는 자유로움이라는 것을 무시할 수 없다. 운전의 자율성이 사라진 자동차를 전혀 매력적이지 않게 여기는 사람들도 존재하고, 이들을 만족시키기 위한 자동차도 계속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자율주행과 카셰어링이 본격화되면 자동차 디자인 미학은 '고효율과 고감성' '이성과 직관'이라는 가치로 양극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자동차 디자인을 더 다양하게 만들어 지금까지 볼 수 없는 새로운 형태도 등장시킬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