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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속의 국민

[포럼] 공유경제는 트로이의 목마인가 / 신홍균(법학부) 교수

  • 작성자 최윤정
  • 작성일 19.02.12
  • 조회수 8973

공유경제는 트로이의 목마인가 신홍균 국민대 법과대학 교수택시 업계가 화났다. 인터넷 강호가 제공한다는 카풀 서비스때문이라고 한다. 그런데 여론은 택시 업계에 불리해 보인다. 공유 경제라는 듣기 좋은 커버 노트가 카풀 서비스를 치장하고 있는 것도 그 이유중의 하나일 것이다. 얼마 전에는 담당 장관이 세계적인 추세를 거스릴 수는 없다고 말하면서 공유 경제의 당위성을 인정하기까지 했다.
 
프랑스 대혁명은 왕의 목을 자른 것으로 역사에 남는다. 그리고 민중이 얻은 것은 소유권이었다. 부동산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은 인간이 태어날 때부터 갖는 권리라고 칭송되었다. 그로부터 140년 정도 후에는 러시아 황제가 볼셰비키 혁명으로 몰락했다. 그리고 민중이 얻은 것은 누구의 소유권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산주의 이념이었다. 그로부터 80년 정도 후에는 소비에트 사회주의 연방공화국이 몰락했다. 그리고 민중이 얻은 것은 자본주의였다. 소유권이 없어서는 안되는 이념이었다.

현대사에 큰 획을 긋는 사건에는 이처럼 소유제냐 아니냐의 갈등이 따라 다녔다. 소유가 좋은지 아니면 공유가 좋은지는 마치 해가 지고 달이 뜨듯이,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논쟁거리라고 추론해도 큰 무리는 없을 것 같다. 그런데 재미있는 경험담이 있다. 소유에서 공유를 본 경험이다. 

소련이 몰락하고 자본주의가 러시아에 상륙할 때, 미국의 로스쿨 교수들이 러시아에 자본주의 법제도를 자문했다고 한다. 그 중의 한 명인 토마스 헬러 교수가 쓴 저서가 우리말로 번역되어 '소유의 역습'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적이 있다. 자신은 자본주의처럼 소유권을 인정하는 제도를 러시아에 가르쳐 주러 갔는데, 오히려 소유권 제도가 잘못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는 경험을 진솔하게 헬러는 기술하고 있다. 

헬러 교수의 연구에는 이른바 과소사용(underuse)이라는 개념이 등장한다. 자원에 대해서 소유권이 너무 세분화되어 있다 보니 정작 필요한 사람이 쓰지 못해서 비효율적이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소유권이 인정되면 인간은 자신의 노력이 보상받으니까 열심히 산다. 그래서 자본주의 소유권제도가 효율적이다. 그런데, 소유권이 너무 발달하다 보니, 오히려 서로 경합하고 견제하면서 자원이 덜 이용되고 비효율적이다. 뒤이어 등장한 공유경제론의 기초가 여기서 찾아진다. 

공유경제론은 소유권이 경제를 망치는 것으로 묘사하기 시작했다. 인간에게 소유권을 인정하니 너무 욕심만 부리고 경제를 망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더 나아가 기술 발달에 힘입어 등장한 각종 플랫폼이 소유권의 장벽을 무너뜨리고 자원을 더 효율적으로 이용하게 하는 보다 정의로운 비즈니스 형태로 묘사되기까지 한다. 택시업계가 반발하는 카풀 서비스가 그런 플랫폼이다. 

여기서 의문이 든다. 카풀 서비스가 정말로 공유경제인가? 필자는 반대다. 카풀 서비스는 단지 운송 수요가 있어서 등장한 새로운 서비스에 불과하다. 그래서 카풀 서비스는 새로운 사업권을 달라는 흔한 비즈니스의 하나이지, 자신의 재산을 내놓을테니 당신도 내놓아서 같이 씁시다라는, 사람들이 기대하는 공유경제론의 기본적 개념과는 다르다.

사람들은 인터넷 포털에서 뉴스도 보고, 다양한 정보도 검색을 하는데 돈을 내지 않는다. 그래서 포털은 공짜라고 인식하는 경향이 지배적이다. 그렇지만 포털을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광고를 보여주려고 광고주들은 돈을 지불하고 있다. 이용자가 많을 수록 광고료는 더 비싸다. 그래서 포털의 이용자들은 그 자체가 포털의 소유권 대상이다. 카풀 서비스도 마찬가지이다. 카풀 차량을 제공하는 사람과 이용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이다. 택시 업계 종사자분들이 공유 경제의 추세에 어긋나기에 잘못됐다고 보는 시각은 조금 정제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출처: http://www.dt.co.kr/contents.html?article_no=2019021202102369061001&ref=naver

※ 이 기사는 '뉴스콘텐츠 저작권 계약'으로 저작권을 확보하여 게재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