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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속의 국민

[옴부즈맨 칼럼] 법 · 원칙 일깨운 북선박 침범 [배규한 국민대 사회대 학장 ]

  • 작성자 관리자
  • 작성일 01.07.02
  • 조회수 21153
2001년 6월 12일(화) - 중앙일보 -


6월이 오면…. 서양의 어느 시인은 연인과 함께 향긋한 건초 더미에 누워 흰 구름이 지어놓은 눈부신 궁전들을 바라보리라고 낭만을 노래했다.

그러나 한국의 6월은 한국전쟁과 6.10 민중항쟁을 생각하고, 또 호국영령을 기리는 비장하고 엄숙한 달이다. 특히 올해 6월의 첫 주는 민족과 국가의 의미를 새삼 되새겨 보게 했다.

6월 2일부터 7일까지 계속된 북한 상선들의 고의적인 영해와 북방한계선(NLL) 침범 기사가 연일 도하 각 신문의 1면 머리를 장식했다.

우리 군과 정부는 남북화해 분위기를 깨뜨리지 않도록 경고와 양보를 계속했다. 그러나 토요일인 9일자 1면에는 조업 중에 NLL을 넘어간 우리 어선이 북한 경비정의 `계류` 명령에 불응했다가 총격을 받은 기사가 실렸다.

북한 상선들이 `김정일 장군님이 개척하신 항로` 를 확보하기 위해(4일자 3면 `남 찔러보며 새 항로 모색` ) 고의적으로 침범하는데도 "지혜롭게 대처하라" 는 지시에 따라 "북한은 그런 절차를 잘 몰랐을 가능성이 있다" (6일자 3면 `强하자니 답방 금 갈까 걱정` )며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밀리다가, 자기 나라 영해도 지키지 못하는 주권국가로서의 망신을 자초한 셈이다.

중앙일보는 이 문제를 신속한 보도와 다각적 조명(4일자 3면 `북한 상선 영해 침범 상황도` , 6일자 1면 `북한 상선 영해.NLL 침범 일지` ), 그리고 심층해설(4일자 3면 `무해통항권이란` , 6일자 3면 `南 흔들고 항로 개척` , 7일자 3면 `또? 할 말 잃은 군` )등으로 다뤘다.

또 미흡하고 부적절한 군과 정부의 대응을 비판(5일자 3면 `북 강수에 갈피 못잡는 정부` )하면서, 주권국가로서 취해야 할 자세(4일자 사설 `북한 상선 계산된 침범인가` , 5일자 사설 `영해침범 대응순서 잘못됐다` , 9일자 사설 `전쟁 나도 말싸움만 할텐가` )를 제시했다.

변하지 않은 한반도 정세와 북한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준 일련의 사건들은 세계화와 탈냉전 시대에도 주권을 지키며 법과 원칙에 따라 당당한 외교를 펼칠 수 있어야 함을 깨우쳐 주었다.

문제는 대북 관계뿐 아니라 한일어업협정, 한중어업협정, 미사일방어(MD)망,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 등 외교 쟁점마다 혼선을 거듭해 온 정책 당국자들이 과연 얼마나 귀중한 교훈을 얻었느냐 하는 점이다.

반면 고도로 계산된 북한의 영해침범 행위가 계속되고 이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는 가운데서도 균형감각을 잃지 않고 보도한 `신 남북시대` (5일자 14, 15면)는 북한을 바로 알고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좋은 기사들이었다.

삶의 보람이 반드시 물질적 풍요나 큰 성취를 통해 얻어지는 것만은 아니다. 생활 주변에서 얻는 잔잔한 즐거움을 통해 오히려 더 큰 행복과 감동을 누릴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서울의 아름다움을 재인식하고 낭만을 찾을 수 있게 해준 `서울 파노라마` (4일자 25면, 6일자 23면)는 청량한 기분을 느끼게 해주었다.

또한 기록적인 가뭄과 관련해 `올 봄 가뭄 원인은 뭘까` (5일자 21면), `가뭄 이기는 비, 물 만들기` (8일자 50면), `대구 찜통도시 탈출` (8일자 30면)등의 기사는 장기적 대응방안과 자연환경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었다.

그리고 중요한 기사마다 첨부된 각종 그래픽은 시각적 효과를 높일 뿐 아니라 해당 사안의 이해도 도와주는 좋은 내용들이었다.


배규한 국민대 사회대 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