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닫기

전체메뉴

Quick Menu

Quick Menu 설정

※ 퀵메뉴 메뉴에 대한 사용자 설정을 위해 쿠키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메뉴 체크 후 저장을 한 경우 쿠키 저장에 동의한 것으로 간주됩니다.

언론속의 국민

[테마진단] 카드문제 한꺼번에 못푼다 / 김문환(법대)교수

  • 작성자 留ㅺ꼍
  • 작성일 03.11.28
  • 조회수 10352
우리나라 신용카드산업은 지난해부터 위기에 봉착했었다. 금년 봄 SK글로벌 사 태 이후 카드산업은 신용경색을 맞았고 정부(금융감독위원회)가 소방수로 나서 진화를 한 바 있다.
지난주에는 LG카드가 부도위기에 처하였다가 금융권의 협조로 2조원을 긴급 지 원받아 급한 불을 겨우 끄고 험로에서 벗어났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자부하던 신용카드산업이 어려워진 이유는 무엇인가 . 이는 곧 왜 우리나라에서 신용불량자가 360만명에 이르게 되었느냐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다.

카드산업 위기는 97년 외환위기 때 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영삼 정부 5년 간의 부실한 국정운영은 경제위기를 초래했다. 이어 탄생한 김대중 정부는 경기활성 화를 위해 소비진작정책을 추구했고, 그 핵심이 신용카드 활성화였다.

이로 인해 99년 5월 현금서비스 한도를 카드회사 자율에 맡겼으며, 99년 카드 영수증복권제, 2000년 카드거래에 대한 세금공제를 정부(국세청)가 도입했다. 오늘날 카드산업의 위기는 두 김씨 정권이 가져왔다고 할 수 있다.

정책 실패가 카드산업 위기의 가장 큰 원인이지만 카드회사와 소비자들의 잘못 도 작지 않다. 카드회사는 정부의 정책을 유도한 측면이 있을 뿐만 아니라 카 드 활성화정책에 따라 성장일변도의 방만한 경영을 했다.

당시 카드회사는 지금껏 배워온 회원에 대한 기본적 성적표인 스코어링제도도 무시할 지경이었다. 높은 수익이 보장되는 카드는 아무런 담보가 없기 때문에 동시에 높은 위험도 따른다는 사실을 완전히 망각했다.

또한 외환위기로 어려운 가정경제에 봉착한 일반소비자들도 허리띠를 졸라매기 보다는 신용카드를 쉽게 발급받아 낭비를 일삼은 측면이 없지 않았다.

은행연합회가 만든 소위 '신용불량자' 기준에 따르면 작년부터 이 수치가 급격 히 늘어났으며, 금년에 와서도 매월 10만명씩 증가했다.

그러자 불안을 느낀 정부는 급조한 '신용불량자' 대책을 내놓아 소비자들의 ' 카드 빚 안 갚기'를 부추긴 측면이 없지 않다.

특히 지난 10월 자산관리공사(KAMCO)의 신용불량자 구제 발표 이래 8개 전업카 드회사에서 빚 갚기 기피로 늘어난 카드연체가 매월 최소 2조원에 이르렀다고 한다.

지난주에 있은 LG카드의 유동성 위기는 연체채권 회수율 급락이 주요한 원인이 었다.

신용카드산업은 돈 장사이고 그 점에서 소비자들의 주머니가 든든하면 자연 해 결될 수 있는 과제이다.

그러나 우리 경제가 하루 아침에 반석 위에 올라설 정도로 빨리 회복될 것 같 지는 않다. 카드회사는 어려운 형편에서 장사를 할 수밖에 없으며, 정부의 지 원과 소비자들의 협조가 문제 해결의 관건이다.

특히 카드회사를 더욱 어렵게 하는 재경부의 '현금영수증카드제' 도입은 신중 을 기해야 할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신용카드산업의 위기 문제와 신용불량자 문제는 똑같은 과제는 아니라고 하여도 대체로 비슷한 숙제이다.

필자는 먼저 급속한 신용불량자 대책을 만들어 내는 것은 오히려 위험하다고 본다. 마치 외환위기를 급속하게 벗어나려고 시도한 소비진작정책이 오히려 한 국 경제의 곤란을 초래한 원인이었듯이 말이다.

선진국인 미국은 올해 170만명에 이르는 파산자를 예상하며, 영국이나 프랑스, 독일도 대개 250만명 정도의 그들 기준의 '신용불량자'를 두고 있다. 이웃 일 본에서도 대체로 우리나라 기준의 '신용불량자'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는 샐러 리맨을 겨냥한 소위 '사라킨(金)' 이용자가 1600만명에 이른다.

그런데도 이들 나라는 우리나라처럼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요란스럽지 않으며, 개인파산제도 등의 개선을 통하여 서서히 나아가고 있다.

이제는 우리도 커진 경제에서 250만명 정도의 '신용불량자'는 그냥 안고 가는 수밖에 없으며, 이 숫자를 급속하게 줄이려고 하다가는 오히려 더 큰 혹이 될 수도 있다는 성숙한 자세가 필요하다.

그렇다고 더욱 늘어나는 '신용불량자' 문제를 그냥 두고 볼 일이라고 할 수는 없으며, 단지 문제를 느긋한 자세로 풀어나가자는 제안이다.

그 점에서 현재 단편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금융단협정 아래 '개인신용회복지원 제'를 활성화하고, 동시에 이번 국회에서 소위 '통합도산법'을 처리해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가난한 자의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다.

<김문환 국민대교수 신용카드학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