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보통신부는 2005년까지 모두 1조원 이상의 예산을 투입해 13만여명의 IT인력을 추가로 양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때늦은 감이 없지는 않지만, 이제라도 정부에서 IT인력을 양성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21세기 글로벌 경제체제에서 한 국가의 경쟁력은 국가 전반에 걸친 ‘IT의 산업화’ 또는 ‘산업의 IT화’가 얼마나 진행되었는가 하는 수준에 의해 결정될 것이 자명한 일이기 때문이다.
모든 분야가 다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IT분야에서 막대한 예산의 투입만으로 짧은 기간 동안에 국제경쟁력을 갖춘 고급인력을 양성하려는 정책이 과연 얼마나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 지 의문이다. 실제로 올해 들어 대학을 비롯한 각종 교육기관에서 정부의 지원을 받아 과거보다 훨씬 많은 수의 IT인력을 배출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중 적지 않은 인력이 아직 취업을 못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한편에서는 산업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수준의 기술력을 갖춘 인력의 공급이 크게 부족한, ‘풍요 속의 빈곤’ 문제가 별로 해소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이같은 현실을 고려해보면 현재 정부의 IT인력 양성정책이 장기적 관점을 바탕으로 한 체계적인 수요공급 분석을 전제로 수립된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갖게 된다. 단순히 2005년까지 모두 28만여명의 인력이 필요하고, 그래서 연도별로 얼마의 예산을 투입해 몇 명의 IT인력을 추가로 양성한다는 정책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모두 ‘IT 분야’라는 단어로 통칭하고 있지만, 실제로 그 범위는 컴퓨터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네트워크, 콘텐츠 등 매우 넓은 분야를 포괄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와 같은 ‘풍요 속의 빈곤’ 문제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인력양성 계획이 되기 위해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분야에 어느 정도 수준의 인력이 얼마나 필요한 지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과 예측이 전제돼야 한다. 예를 들어 수 개월의 단기교육을 통해 양성할 수 있는 수준의 인력에 대한 수요와 박사급 인력에 대한 수요는 분명히 구분해서 계획이 세워져야 하고, 인력양성을 지원하는 방법도 근본적으로 다르게 접근해야 할 것이다.
또 한가지 필자가 우려하는 것은, 이번에 발표된 정부의 IT인력양성 정책이 2005년 이후의 좀 더 장기적 관점에서의 대비가 부족한 것이 아닌가 하는 점이다. 10년, 20년을 내다보는 IT인력 양성을 위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서부터 IT 마인드를 배양할 수 있는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IT를 쉽고 재미있게 소개할 수 있는 교과과정을 개발함과 동시에 ‘교육의 IT화’를 통해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IT에 익숙해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할 것이다.
물론 정부에서도 이와 같은 필요성을 인식하고 지난 수년간 교육인적자원부가 주축이 되어 초·중등학교 정보화 지원사업을 포함하는 교육정보화 사업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학교 교실에 설치된 PC와 대형 모니터는 먼지를 뒤집어 쓴 채 자리만 차지하고 있고, 공동실습실의 구형 PC에는 지금은 잘 사용하지도 않는 소프트웨어 몇 가지만 설치돼 있어 실습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이는 교사의 능력과 교육콘텐츠 등 소프트웨어 측면의 개발보다 PC나 인터넷 전용선 등과 같은 하드웨어의 보급만을 우선시한 정책에 따른 당연한 결과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보통신부의 IT인력양성 사업과 교육인적자원부의 교육정보화 사업을 긴밀하게 연계하거나 통합하지 않으면 안된다. 일례로 현재 주로 대학(원)이나 산업부문의 IT인력양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정보통신부의 사업을 수정해, 초· 중등학교의 교육정보화에 장애가 되고 있는 IT 전담교사와 교육콘텐츠 부족문제 등을 해소하는 사업을 포함시켜야 할 것이다. 보다 장기적인 IT인력 양성을 위한 기반조성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말이다. 현재 정보통신부와 교육인적자원부로 이원화되어 독립적으로 집행되고 있는 IT인력양성 사업은 정부부처간의 역할분담이라는 측면에서 받아들이기에는 너무도 중대하고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