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렬한 퍼포먼스와 패러디 그리고 카타르시스.11일 오후 서울 남대문 메사 팝콘홀은 가부장적 남성문화에 억눌렸던 여성의 몸이 분출된 해방구였다.
'운동하는 여자가 아름답다'는 주제로 4회째를 맞은 '안티 미스코리아' 대회.성(性)의 상품화, 미적 기준의 획일화를 조장해온 미스코리아 대회에 안티를 걸고 여성주의를 복원하겠다는 목표로 출발했던 이 대회가 올해 미스 코리아대회의 공중파 생중계 중단과 더불어 절정을 맞았다.
이화여대 응원단의 강렬한 율동으로 참가팀과 1천여 관객의 경계를 허물며 시작된 다채로운 퍼포먼스는 남성이 독점해온 '운동' 자체의 해방을 선언하는 신명나는'여성 몸살림판'이었다.
여학생들이 100m 달리기를 하는 학교 체육시간. "관둬라 관둬. 가슴이 왜 그렇게 출렁거리냐!" 남학생들의 짖궂은 농담에 운동에서 소외되고 마는 여학생. 국민대'파파라치팀'은 단막 '체육소녀 성장기'로 남성들이 점령한 운동의 억압성을 신랄히꼬집는다.
경희대 여학생들의 태권 에어로빅쇼와 시각장애인여성회의 스포츠댄스, 철인 3종 경기에 도전한 강점례 할머니(63)의 등장, 페미니스트 가수 지 현의 무대, 대한여한의사회의 촌극 '여인천하지대본' 등이 이어지면서 무대는 뜨겁게 달아올랐다.
댄스 리듬에 파업가 등의 민중가요를 불러젖히는 신세대 5인조 그룹 '젠'(ZEN)의 공연은 단숨에 '운동'과 '노동운동'을 교차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