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성마비 장애인인 대학 청소원이 소매치기로 몰리자 대학이 법원에 탄원서를 내고, 법대교수가 무료변론을 자임하는 등 한마음으로 구명운동에 나서 모듬살이의 온기를 새삼 느끼게 하고있다.
국민대 본관을 청소하는 김성만(46)씨는 지난해 8월 서울 미아동 H백화점앞 공연장에서 여중생 가방의 지퍼를 열고 물품을 훔치려 했다는 혐의로 서울경찰청 지하철수사대 형사들에게 붙잡혔다. 형사들은 지하철 순찰 중 그의 거동이 수상해 미행하다가 소매치기 현장을 덮쳤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씨는 백화점으로 딸에게 줄 바지를 사러가던 길에 공연장을 기웃거리다 영문도 모른채 연행됐다고 항변하고 있다.
김씨를 잘 아는 당시 학교 총무처장 신차균교수등 교직원들은 형사들을 여러차례 만나본 뒤, 그가 뇌성마비 장애로 다리를 저는데다 간질증세가 있어 몸을 다소 떨고 사시이기 때문에 오해를 받았다고 확신하게 됐다.
김씨가 지난 23년간 해온 성실한 직장생활도 교직원들이 그를 신뢰하는 이유였다. 대학측은 1999년부터 중요서류와 금고가 있는 본관의 이사장실, 총장실, 각 처장실의 청소를 그에게 맡겨왔다. 단 한건의 도난 사건도 없었다. 김씨는 지난해엔 청소원들을 관리하는 환경관리실 부주임에 임명되기도 했다.
딱한 얘기를 듣고 그를 직접 만나본, 대검 중수부장 출신 국민대 정성진 총장도 무죄를 확신했다. 교직원들은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했고, 변호사 자격증을 가진 법대 계경문교수가 무료변론을 자청했다. 김씨의 구속적부심 청구때는 증거금 200만원을 신차균교수가 선뜻 대납했다. 국민대는 소매치기혐의로 재판을 받고있는 그에게 여전히 총장실등 중요시설의 청소를 맡기고 있다.
김씨는 지난달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의 유죄판결을 받았다. “현장을 목격했다”는 경찰의 현행범 주장을 뒤집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씨와 교직원들은 항소를 했다. 심지어 백화점 현장에 있었던 여중생들 조차 “소매치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하는 점도 고려됐다.
“유죄가 확정되면, 학교에선 그를 해임해야 합니다. 신체장애가 심하고 나이 든 그가 어디로 가겠습니까. 부인도 장애가 있는 분이어서 일을 하지 못합니다. 초등생인 두 딸과 청소일만 충직하게 해 온 사람인데….” 신교수는 김씨 걱정에 말을 잇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