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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포커스] 대북제재, 비핵화 목적 달성 힘들다 / 안드레이 란코프(교양대학) 교수
오늘날 대북 정책에서 핵심 요소는 대북제재이다. 2016~2017년 실시되기 시작한 제재는 이전의 제재와 달리 북한의 경제 전반에 타격을 줄 수 있도록 설계됐다. 제재의 기본 목적은 인민들의 삶을 더 힘들게 만듦으로써 북한 국내에서 대중의 불만을 유발시키고, 엘리트 계층에게 압박을 가하기 위한 것이다.
미국 등 제재를 지지하는 세력들은 국내에서의 인민들 동요(動搖) 또는 엘리트층 내부에서 생길 음모의 가능성에 북한 지도부가 공포를 느껴 압박에 굴복하고 비핵화를 받아들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 희망은 근거가 없다. 북한 엘리트 계층은 비핵화를 집단 자살과 다를 바 없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제재로 인해 다시 한번 기근이 발생한다고 해도, 북한 집권세력은 핵을 자신들의 권력 유지 및 생존을 위한 유일한 보장수단으로 믿기 때문에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제재의 영향력을 줄이기 위해 김정은 정권이 핵 동결 또는 핵 감축과 같은 타협안을 수용할 가능성은 아직 있다. 북한이 최근에 미국으로 보낸 `신호`는, 아직 타협을 원하지만 미국이 필요한 양보를 하지 않는다면 다시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다는 내용이다.
미국은 이러한 압박에 굴복해 비핵화 수준을 암묵적으로 낮추고, `핵 타협`에 대한 회담을 시작하고, 북한에 부분적인 양보를 받는 대가로 대북제재를 완화하는 데 합의할 수 있을까? 이것은 대답하기 쉬운 질문이 아니다.
한편으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겉으로 타협에 관심이 있다는 신호를 많이 보내고 있다. 북한이 5월 초순 미사일 발사와 같은 도발을 할 때마다 트럼프는 매우 유화적인 반응을 보여준다. 다른 편으로 트럼프의 측근들은 거의 모두 존 볼턴처럼 강경 노선을 굳게 믿는 사람들이다. 이뿐만 아니라 미국 의원들, 언론, 일반 유권자들 모두 북한을 사실상 핵보유국가로 인정하는 타협이 조만간 불가피하다는 쓰라린 사실을 아직 깨닫지 못했다. 그 때문에 이러한 타협을 제안한 대통령은 국내에서 극심한 비난을 받게 될 것이다.
대북제재가 북한 경제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는 조짐이 보이고 있다. 특히 북한에 올해 식량난이 생길 수 있다고 주장한 세계식량계획(WFP) 보고서는 주목을 받았다. 그 때문에 미국의 많은 외교 관계자들은 제재가 야기할 경제 위기가 더욱 심각해질 때까지 기다린다면, 조만간 북한이 매우 큰 양보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것은 착각이다. 대북제재는 바람직한 결과, 즉 비핵화를 불러올 수 없으며 한편으로 부작용이 있을 것이다.
첫째, 제재가 어느 만큼 효과가 있을지 여전히 의심이 있다. 제재로 인해 북한의 경제 성장이 멈췄다는 것이 사실이지만, WFP가 주장한 식량난의 규모가 크게 과장됐다고 생각하는 전문가가 매우 많다. 이뿐만 아니라 북한 시장에서 쌀을 비롯한 곡식의 물가나 외화 환율의 변화가 거의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금 북한이 진짜 매우 어려운 상황일지 의심스럽다.
둘째, 미·중 무역전쟁 때문에 원래 대북제재를 지지했던 중국은 입장이 바뀌었다. 중국은 지금 북한 상황이 많이 나빠진다면, 식량 등 인도적 대북 지원을 제공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 때문에 북한에 안전망이 생겼다고 할 수 있다.
셋째, 상술한 바와 같이, 만약 기근이 발생해 아사자가 대량으로 생긴다고 해도 북한은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 엘리트 계층은 자신들의 권력 유지를 다른 어느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제재에 대한 희망은 근거가 없으며, 제재를 중심으로 하는 대북정책은 별 의미가 없다.
대북제재의 영향으로 북한의 경제 개혁은 상당히 둔화됐고, 북한 주민들의 생활 수준 향상도 중지됐으며 남북관계도 정체된 상황이다. 이뿐만 아니라 미국 측이 대북제재를 계속 강력히 유지한다면, 북한은 다시 벼랑 끝 전략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현 상황에서 타협을 통한 제재 완화가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만, 미국 내 상황을 감안하면 대북제재가 장기적으로 유지될 수도 있다. 그래도 이것은 현 상황이다.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
출처: https://www.mk.co.kr/opinion/contributors/view/2019/05/355339/
※ 이 기사는 '뉴스콘텐츠 저작권 계약'으로 저작권을 확보하여 게재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