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행동의 하승창 사무처장은 “노사모가 정보화 시대의 새로운 정치 코드라고 한다면, 붉은 악마는 정치적인 이념, 갈등, 대립 등의 고정 관념을 자연스럽게 넘어간 21세기식 문화 코드라고 할 수 있다”며 “이전과 달리 정치적 호불호(好不好)나 선악 개념이 아니라 국민이 정서적인 동질성을 갖는 모습은 매우 긍정적인 변화이지만 이것이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지속적으로 발전해 갈 지는 시간을 갖고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대 김환석 교수(사회학과)는 “최근 월드컵 응원을 통해 나타난 국민적 참여 열기는 우리 국민의 에너지가 충천하면 어떤 큰 일도 해낼 수 있다는 잠재력을 안팎으로 재확인할 수 있었던 기회였다”며 “앞으로 정부와 시민단체는 이런 국민적 열정을 분열과 갈등으로 나눠진 국민을 통합하는 기회로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그러나 “지금의 열기는 월드컵이라는 빅 이벤트가 낳은 일시적인 성격이 강하다. 시민운동 단체들도 부분적으로 이런 국민의 잠재적 성향을 벤치마킹 할 필요가 있다”며 “현실적으로 스포츠에 대한 시민 열기를 시민 운동으로 연결 짓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흔히 축구 경기는 전쟁에 비유되기도 한다. 축구라는 스포츠 경기, 특히 국가 대항전으로 치러지는 월드컵은 국민들을 하나로 묶는 마력이 있다. 어떤 국가에서는 자국 팀의 패배가 집단 난동으로 비화되지만, 다른 나라에서 경제 불황으로 실의 빠져 있는 국민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안겨주는 촉매제로 작용한다.
이런 국민적 일체감을 어떻게 국민 화합과 통합으로 이끌어 가느냐가 중요하다. 축구는 선수들의 몫이다. 그러나 스포츠를 통한 하나 됨의 열기를 어떻게 승화 시켜 나가느냐는 바로 국민들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