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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속의 국민

[경제시평―이상학(국민대 교수·경제학)] 국방과 경제효율성

  • 작성자 관리자
  • 작성일 02.09.26
  • 조회수 15693

2002년 9월 25일(수) - 국민일보 -

현재 남북한간에는 경의선과 동해선 철도 연결 공사가 시작되는 등 평화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그러나 지난 여름의 서해교전 같은 사태가 언제라도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인 만큼 국방의 중요성은 그야말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국방비는 우리나라 예산에서도 절대적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국방의 중요성이 절대적이고 또한 국방비가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국방비 수준이 적절하며 각 부문별로 적절하게 배분되는지,국방비 지출의 효율성은 어떻게 높일 것인지 등에 대한 논의가 진지하게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국방에 투입되는 자원도 효율적으로 관리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문제들은 군부 뿐 아니라 관련 당사자 모두가 참여하는 것이 타당하다.

국방이라는 분야는 경제적 효율성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한정된 자원을 투입하여 서비스를 생산한다는 점에서는 다른 생산활동과 본질적인 차이는 없다. 자본 노동 등의 요소를 최적의 비율로 투입하여 최적 수준의 국방서비스를 효율적으로 생산하기 위해서는 군 안팎에서 효율성 증진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는 군복무자에게 적절한 보수를 지급하자는 주장이 다양한 경로를 통해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주장도 넓게 해석하면 국방의 효율성을 제고하자는 움직임과 연계되어 있다. 경제활동의 기본은 교환인데 이러한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 분야가 국방의 의무이다. 군복무 과정에서 습득하는 지식과 기술 등도 있으므로 군복무가 모두 마이너스 효과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복무자에게 경제적으로 손실인 것은 분명하다. 군복무자는 면제자에 비해 2년 이상 인적자본을 형성하지 못하고 또한 군복무 동안 경제활동을 하지 못하므로 군복무의 기회비용은 대단히 크다.

따라서 군복무자에게 적절한 보수를 지급하여 국방의무에 충실한 사람에게 돌아가는 경제적 불이익을 최소화하는 것은 형평성의 원칙에 맞을 뿐 아니라 경제적 측면에서도 장기적으로 국방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군부의 입장에서는 한정된 국방예산의 큰 부분을 인건비로 지급한다는 측면에서 일부 반대의견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군복무자에게 적절한 보수를 지급하는 것이 국방의 효율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다. 국방력은 자본과 노동 및 첨단기술의 투입에 의해 생산된다. 현대적 군대일수록 자본과 기술의 투입비중이 높은데,노동에 대해 적절한 댓가를 지급함으로써 국방력 생산이 지나치게 노동집약적인 생산방식을 따르지 않고 과학기술,자본 및 노동력이 적절한 비율로 투입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대략적으로 계산해서 약 50만명에게 1년에 1인당 600만원정도를 지급하면 연 3조원 가량의 예산이 소요된다. 매우 큰 돈이지만 2001년도 통합재정수입 144조 대비 약 2%수준으로 우리나라의 예산이나 경제규모와 비교할 때 국민적 합의만 이루어지면 얼마든지 지급가능한 수준이다.

연말연시가 되면 휴전선 일대에서 ‘물샐틈없는 경계’임무에 종사하는 국군의 모습이 뉴스에 종종 등장한다. 물론 ‘물샐틈이 없다’는 것은 수사적인 표현이겠지만,수많은 인원이 경계업무에 투입되는 것은 사실이다. 과연 이와 같은 노동집약적인 방위방식이 적절한 것인지 비용과 편익에 대한 분석이 있어야 할 것이다. 물샐틈없는 경계로 침투를 원천봉쇄하는 것보다는 허용가능한 최소침투확률을 상정하고 그에 맞추어 인력과 장비를 운용하는 것이 국방전력의 효율성을 더 높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자본,기술,인력의 요소가 결합되어 육·해·공군 전력이라는 중간생산물이 생산되며 이들 중간생산물이 결합되어 국방이라는 최종서비스가 생산되는데, 각 생산단계별로 생산요소가 적절한 비율로 투입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군복무자에게 적절한 보수를 지급하자는 필자의 주장은 모병제 주장과는 분명히 구분된다. 필자의 입장에서 볼 때 남북한이 대치하는 상황에서의 모병제나 양심적 병역거부 허용 등은 지나치게 이상적인 접근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군복무자에 대한 합당한 보수지급 논의가 징병제냐 모병제냐의 논의와는 별개의 것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다소 역설적이지만 국방인건비의 증액은 예산편성시 선심성의 불요불급한 예산을 줄이도록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크다. 예산과 관련된 국회 심의가 불충분하게 이루어지는 가운데 정부예산은 공유지와 같아서 선심성 공사 등에 상당부분 낭비되는 것이 현실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국방예산으로 절대적인 액수가 추가로 지출되면 선심성 예산지출은 그만큼 절약되는 역설적 효과도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상학(국민대 교수·경제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