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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속의 국민

[AI ART 예술의 의미를 묻다] ⑥허정윤 교수 "AI와 함께라면 나도 작가" / 허정윤(스마트경험디자인학과) 교수

  • 작성자 오채원
  • 작성일 19.11.19
  • 조회수 2475

인공지능(AI)이 우리의 삶을 깊숙이 파고든다. 예술 분야도 피해 갈 수 없다. AI 화가가 그림을 그리는 시대다. 저명한 인간 작가보다 AI 화가의 작품이 화제를 모으며 더 높은 가격에 거래되기도 한다. 누군가는 ‘AI ART’ 등장에 우려의 시선을 보낸다. 또 누군가는 인간의 창작 세계를 넓히는 데 AI가 도움을 준다고 말한다. AI 창작으로 예술 분야의 가치와 영향력이 커진다는 주장도 있다. 예술계에 부는 새로운 AI 바람을 [AI ART, 예술의 의미를 묻다] 시리즈로 인사들의 기고를 준비했다.
[편집자주]

⑥허정윤 교수 "AI와 함께라면 나도 작가? 작가"
 
신기술은 항상 새로운 경험과 새로운 문화를 함께 부른다. 예를 들면 카메라의 발명은 인상주의라는 새로운 예술 사조를 낳았다. 카메라로 인해 더 이상 풍경 혹은 사람을 똑같이 그리는 것에 대한 가치보다는 내가 보는 경험을 화폭에 담아 전달하려는 욕구가 강해졌다.
 
인상주의를 빛의 예술이라고 부르는 이유도 동일한 풍경을 언제 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을 여러 화가가 다양한 방법으로 보여줬기 때문이다. 클로드 모네의 ‘루앙 대성당’ 연작은 빛에 따라 인간이 받는 인상이 달라지는 점을 잘 보여주는 대표 작품이다.

인류는 항상 자신이 본 것, 자신이 느낀 감정을 표현하고 싶어 했다. 인류가 그린 최초의 회화로 알려진 알타미라 동굴 벽화를 보면 그 시대 원시인이 그렸다기엔 놀라울 만큼 소가 사실적으로 잘 묘사돼 있다. 사냥을 위한 주술적 의미를 담았다고 알려졌지만 보이는 것을 표현했다는 의미에서, 사냥 성공 기원을 담았다는 점에서 인류 예술의 시작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인공지능(AI)은 예술에 어떤 영향을 불러올까? 예술을 하는 존재로서의 인류를 ‘호모 아르텍스(homo artex)’라고 표현하는데, 연장 선상에서 미셸 로르블랑셰는 저서 ‘예술의 기원'에서 "인간은 존재하는 순간부터 예술가였다"고 주장했다.

예술 발전 과정을 보면 표현 기술에서 새로운 관점 제시로 예술이 진화했다. 그렇다면 빛의 변화에 따라 새로운 장면을 담고 싶어 했던 인상파 화가처럼 자신의 생각과 감성을 시각화하며 전달하고 싶어 하는 사람에게 AI는 좋은 협업자가 될 수 있다. 예술을 전공하지 않아 표현 기술은 부족하지만 예술 감성을 가진 사람들 말이다.

아래의 그림은 미술 전공이 아닌 학생이 만든 ‘스몸비(스마트폰 좀비, 스마트폰과 좀비의 합성어)’라는 작품이다. 엄밀히 말하면 작품이 아닐 수도 있지만 개인의 관점을 표현한 결과물이기에 작품이라 표현하겠다.

이 작가는 현대인의 가장 큰 문제인 ‘길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문제’를 한국적인 요소와 조합해 해학적으로 표현했다. 고전 동화에 항상 나오는 "잘못하면 호랑이가 잡아간다"는 메시지를 스마트폰을 보면서 가면 호랑이의 먹잇감이 된다는 메시지로 재해석했다. 직접 찍거나 보유한 이미지를 한국 풍속화의 느낌으로 담고자 단원 김홍도 화가의 이미지를 활용해 본인이 표현하고 싶어 한 최종 작품으로 재구성했다.

작품명 스몸비(조지웅 作). / 허정윤 교수 제공
 
예술은 미술 역사와 함께 사회·문화적 환경 변화에 따라 재정의돼 왔다. 과거 미학 표현을 중시하는 예술 범주를 넘어서 최근 실험 예술이 많이 등장한 상태다. 프랑스 신사실주의 대표 작가인 뱅자맹 보티에는 "모든 것이 예술이다"는 다소 파격적인 주장도 제시했다.

그럼에도 필자는 예술을 이렇게 정의해보려고 한다. ‘작가의 표현 능력과 새로운 시각이 만난 시각화된 혹은 타인에게 전달 가능한 결과물.’ 일반적으로 예술가는 표현 능력을 향상시키거나 자기만의 표현 방식을 품고자 오랜 시간 훈련한다. 하지만 아무리 아름답게 표현된 작품이라도 작가의 새로운 시각이나 메시지가 없다면 그것은 예술 작품으로의 존재 가치가 떨어진다.

예술의 진정한 가치는 작가가 어떤 시각과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어 하는 가에 있다. 빛에 따라 우리가 익숙하게 봐왔던 사물이 다르게 보인다는, 찰나의 인상을 전달하고자 원했던 인상주의 화가처럼 말이다. 

마지막 단계는 예술품을 통한 소통이다. 저자가 제시하는 새로운 시각을 사회가 포용하는 가의 여부에 따라 예술품의 가치가 결정된다.

대부분의 예술가나 예술가를 꿈꾸는 일반인은 표현 능력의 한계로 인해 새로운 시각을 표현할 방법이 없었다. 하지만 AI를 활용하면 본인이 표현하고자 했던 표상을 전달할 수 있다. 누구나 예술을 할 수 있는 시대가 왔다고 표현할 수도 있다.

이제는 새로운 시각과 통찰력을 갖춘 것이 예술에서도 필요한 시대가 됐다. 당신만의 새로운 시각이 있다면, 당신만의 표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AI와 함께 당신도 예술가가 될 수 있다고 감히 주장하고 싶다.

※ 외부 필자의 원고는 IT조선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허정윤 교수는 국민대 스마트경험디자인학과 교수이자 테크노디자인대학원에서 증강휴먼랩을 이끈다. 증강휴먼랩은 인간과 지능적 시스템(자율주행, 로봇 등) 간의 상호 작용을 연구하는 곳이다. 지능형 시스템을 사용자가 쉽고 편리하게 사용하도록 디자인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 HIC 학회와 한국디자인학회도 운영한다. 올바른 AI 이해와 교육을 논하는 W-AI Forum(Women Initiative AI Forum) 운영 위원으로 활동한다.

원문보기: http://it.chosun.com/site/data/html_dir/2019/11/16/2019111600113.html

※ 게재한 콘텐츠(기사)는 언론사에 기고한 개인의 저작물로 국민대학교의 견해가 아님을 안내합니다.

※ 이 기사는 본교 소속 구성원이 직접 작성한 기고문이기에 게재하였습니다.

출처 : IT조선|2019-11-16 0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