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수도 이전을 통한 국토의 균형발전 시도가 지속가능한 개발과 깊은 관계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환경재단 136포럼(공동대표 문국현·백낙청·지영선)이 28일 오후 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연 ‘지속가능성 관점에서 본 새행정수도 이전’ 대토론회에서 백낙청 시민방송 이사장 겸 136포럼 공동대표는 “새행정수도 건설에 대한 찬성과 반대를 넘어서 우리 국토의 균형발전을 어떻게 이룰 지에 대한 청사진이 필요하다”며, “새행정수도 이전을 통한 균형발전 시도는 지속가능한 발전과 깊은 관계가 있다”고 밝혔다.
백 대표는 “반대하는 쪽은 서울의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반대만 할 것이 아니라, 수도권 과밀과 이에 따른 국토 황폐화에 어떤 대안이 있는 지를 밝혀야 한다”며, “추진하는 쪽에서도 대의를 앞세우기보다 어떻게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지 종합적인 청사진과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와 열린우리당쪽에서는 수도 이전은 국토 균형발전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김안제 새행정수도건설 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은 “공룡이 너무 비대해져 스스로 힘을 이기지 못해 자멸했듯이 서울의 성장은 이제 한계에 도달했다”며, “정부가 11조원의 예산으로 행정수도를 옮겨 수도권 과밀과 난개발과 같은 50년 묵은 고질병을 고칠 수 있다면 할만한 정책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춘희 새행정수도건설 추진단 부단장은 “60년대 개발시대 이래 서울 중심의 개발은 고도성장을 일궈냈지만 수도권 과밀과 지역 피폐라는 부작용도 함께 드러냈다”며, “행정수도를 이전하게 되면 행정수도 이전지는 물론 서울도 쾌적한 주거환경과 친환경적인 주거지 조성, 공원·녹지 개발 등에 유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애 열린우리당 새행정수도 추진 특별대책위원회 위원장(도시계획 박사)은 “한때 서울은 경쟁력 있는 도시라고 여겨졌지만 97년말 금융위기 뒤부터 수도권 과밀과 강남북 불균형은 우리사회의 가장 도드라진 문제로 불거졌다”며 “행정수도 이전과 같은 상당한 중요한 계기가 없으면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수도 이전이 비용만 많이 들 뿐 효과가 없는 정치적·전시적 사업이라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최상철 수도이전반대국민연합 대표(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새행정수도 건설은 대의명분이 없고 대통령이 말했듯이 선거에서 재미보려고 시작한 것 아니냐”며 “새행정수도 자체가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새행정수도가 충청권만 발전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고, 충청권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선 마이너스 성장을 가져오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200조원의 국가 부채로 살림이 부도 직전인데 새집 짓고 버젓하게 살자는 논리가 맞느냐”며, “새행정수도는 국론 분열만 가져올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영호 뉴패러다임 포럼 공동대표(전 산업자원부 장관)도 “수도 이전은 다른 방법이 많이 있음에도 약다운 약 한번 제대로 못써보고 마지막으로 극약 처방을 쓰는 것과 같다”며 “서울의 경쟁력을 ‘악’으로만 평가해서는 안 될 말”이라고 주장했다.
한경구 국민대 교수(국제지역학부)는 “행정수도를 옮기자고 주장하는 쪽은 환경에 대해선 피상적인 이해를 하고 있는 것 같다”며 “새로운 도시를 만드는 것 자체가 엄청나게 환경에 대한 부담을 주게 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도 이전은 국가의 중대한 일이므로 깊이있고 차분하게 추진해야 한다는 주문도 있었다. 김성훈 내셔널트러스트 공동대표(전 농림부 장관)는 “지금까지의 수도 이전 연구는 일방적으로 답을 정해놓고 그 내용과 방법을 추진하고 있다”며 “부작용이나 마이너스 효과 등에 대한 연구와 이의 해소 대책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정부가 밝힌 수도이전 예산을 보면 45조원이 든다고 하는데 환경에 미치는 비용까지 포함한 것인지 의문”이라며 “환경에 미치는 비용까지 포함한 정확한 이전 비용을 국민들에게 알려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