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연못의 주인공은 수련이다. 찬란한 아침 햇살을 받으며 피었다가 감미로운 저녁 노을과 함께 잠들어 수련(睡蓮)이라는 낭만적인 이름을 선물받은 꽃. 오 랜 옛적부터 사람들은 우주의 비밀을 담은 꽃으로 수련을 찬미했다. 날마다 탄 생과 죽음을 체험한 신비함, 낮과 밤의 리듬에 따라 스스로 몸을 열고 닫는 조 화로움, 흐린 날이면 주저없이 꽃잎을 오므리는 헌신적인 빛의 충복이기 때문 이다.
수련은 또한 영원한 처녀성을 상징한다. 물침대 위에 누워 이글거리는 태양 빛 에 선탠을 해도 백옥처럼 해맑은 피부와 비천한 늪지 태생이면서 왕족 같은 기 품에, 영혼의 산소처럼 정결한 아름다움을 꽃피우기 때문이다. 이 존재의 꽃이 요, 정절의 상징인 수련을 화가들은 어떻게 표현했을까?
숱한 화가들이 수련의 청초한 아름다움을 붓끝에 실었지만 수련의 본성을 깊이 통찰하고 화폭에 재현한 화가는 인상파 거장 모네다. 모네가 수련에 흠뻑 빠지 게 된 계기는 그의 말년에 파리에서 70㎞ 떨어진 센 강변 마을 '지베르니' 에 정착한 후다. 그는 이곳에 연못을 만들어 수련을 심고 우아한 일본풍 다리를 놓아 그림처럼 황홀한 수상 정원을 완성했다.
모네는 꿈의 정원이요, 지상의 천국인 '지베르니' 에서 제작한 수련 연작에 ' 님페아(Nymphea)' 라는 사랑스런 제목을 달았다. '님페아' 는 변종 백수련의 학명으로 어원은 그리스 신화의 영웅 '헤라클레스' 를 짝사랑하다 죽어간 요정 이름을 딴 것이다.
지금 보는 그림은 '회화적 음악' 이요, '우주의 하모니' 로 극찬받는 수련 연 작 중 하나다. 쪽빛 하늘과 일렁이는 연못물이 신혼 첫날밤처럼 성스럽게 몸을 섞는다. 구름의 실핏줄마저 내비칠 만큼 투명한 물위에 수련이 섬처럼 떠 있다 . 빛의 섬세한 떨림이 후광처럼 수련을 에워싼다. 천상과 지상의 경계는 사라 지고, 감성은 물처럼 가슴에 스며들며, 꿈결 같은 색채가 환상 세계를 창조한 다.
연못의 신비함에 매료된 모네는 미술비평가인 제프루아에게 그 벅찬 감동을 이 렇게 털어놓았다. "물과 반사광이 어우러진 연못 풍경이 나를 사로잡는다네. 나 같은 늙은이가 표현하기에는 힘에 부치지만 이 느낌을 꼭 그림에 옮겨보고 싶다네."
모네의 수련은 연못이 아닌 하늘에 떠 있다. 밤의 자궁에 잉태한 꿈을 새벽마 다 해산하고, 태초의 빛을 젖줄 삼아 성장하는 꽃. 7월 한 달, 부디 수련처럼 순결한 아름다움을 꽃피우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