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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위비분담, 제발 원만하게 타결해보라 / 박휘락(정치대학원) 교수
<박휘락의 안보백신> 냉철한 반성의 선행 필요
한미동맹의 필수성 이해가 기본…대통령의 정상외교가 필요한 상황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가 지난 3월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 외교부 대접견실에서 열린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 서명식에서 협정서를 교환하고 있다.
이전 정부에서는 별일이던 일이 현 정부에서는 별일 아닌 것 같은 게 있다. 바로 북한의 핵위협이다. 이전 정부들은 북한의 핵무기 위협을 너무나 심각한 사태로 규정한 상태에서 핵무기의 개발을 차단하거나 핵공격 상황에 대비하기 위하여 가능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였다. ‘3축 체계’로 불리던 선제타격, 미사일방어, 한국형 응징보복이 그것이다. 그런데 북한은 수소폭탄을 포함하여 수십개의 핵무기를 보유하게 되었고, 이것을 폐기한다는 어떤 구체적인 약속도 없는데도 현 정부와 군은 북핵을 별일이 아닌 것으로 보는 것 같다. 전 세계와 대부분의 우리 국민들과 달리 현 정부는 북핵에는 아무런 두려움을 느끼지도 않고, 아무런 대비도 하지 않는다. 정말 이렇게 별일이 아니었으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러나 지금 이 순간에도 북한은 핵무기를 계속 생산하고 있고, 미사일의 성능을 계속 향상시키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한국의 안보위기는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반면에 이전 정부에서는 별일 아니던 일이 현 정부에서는 별일이 된 게 있다. 일본과의 ‘군사정보 보호협정(GSOMIA, 지소미아)’이 그렇다. 자유우방인 한일 간에 군사정보를 교류하는 것이 무슨 큰일이라고 현 정부는 국가의 명운을 건 것처럼 협정을 종료시킨다고 하여 온 국민들을 놀라게 만들었다고 이제는 그 협정의 “종료를 중단”한다고 한다. 이로써 아무 것도 얻은 것도 없으면서 한일 간의 신뢰관계를 낮추었고, 미국이 나서도록 함으로써 한미동맹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말았다.
방위비분담도 마찬가지이다. 이전 정부에서도 잡음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었으나 현 정부처럼 심각하지는 않았다. 현 정부가 그 동안 한미동맹을 어떻게 관리했길래 트럼프 대통령이 현 분담금의 5배가 넘은 50억 달러를 요구하고, 3번의 실무협상을 하는 동안 합의된 것이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인가? 급기야 미국 협상대표가 일방적으로 자리를 일어서면서 협상을 결렬시키는 전대미문의 사태가 동맹국 사이에 벌어졌다. 도대체 현 정부는 외교를 하고 있는가, 아니면 감정싸움만 하고 있는가?
냉철한 반성의 선행 필요
방위비분담에 관해서는 무엇보다 현 정부의 냉철한 자기 반성이 필요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50억 달러라는 터무니없는 액수를 요구하고 있는 것은 현 정부가 그 동안의 언행을 통하여 트럼프 대통령을 크게 실망시켰거나 불만스럽게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봐야 한다. 2018년 방위비분담을 협상할 때 지나치게 인색한 태도를 보인 후과일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가 지나친 것은 분명하지만, 아무런 상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5배나 많은 방위비분담을 요구하게 만든 것은 현 정부의 정상외교와 동맹외교가 잘못되었다는 반증이다. 한미동맹의 역사에서 이와 같은 일은 일찍이 없었기 때문이다.
한국은 적지 않은 방위비분담을 하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그것을 ‘푼돈’이라면서 적다고 언급하였고, 한국이 미국을 ‘벗겨먹는다(rip-off)’라고도 표현했다. 어떤 사건이나 언행이 트럼프 대통령으로 하여금 그렇게 생각하도록 만든 건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현 정부의 기간 동안에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대하여 상당히 부정적인 인식을 갖게 된 것은 인정해야 한다. 실제로 한국의 일부 인사들은 방위비분담을 무조건 거부하면서 “미국이 이자놀이한다, 쌓아놓고 쓰지도 않는다, 예산을 대체한다” 는 등의 의혹을 노골적으로 주장하였고, 따라서 미국의 기분을 불필요하게 자극했을 수 있다. 적지 않은 방위비분담을 하고도 좋은 인상을 받지 못한 것은 현 정부 외교의 실패라고 봐야 한다.
둘째, 2018년 방위비분담 협상을 할 때 1,600억원 정도를 더 지불하여 미국이 최종적으로 요구한 10억 달러(1조 2,000억 원)로 5년 동안 합의를 했다면 현재와 같은 어려움은 없었을 것이다. 당시 현 정부는 1조원을 넘기지 않아야 한다는 이상한 방침을 정하였고, 그로 인하여 실무자들은 협상의 여지를 갖기가 어려웠다. 결국 마지막 순간에 청와대가 1조 389억원에 합의한다는 결정으로 내리면서 5년마다 해오던 방위비협상을 매년하는 것으로 양보하였고, 그로 인하여 이번에 이러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당장의 분담금을 줄이려는 현 정부의 욕구가 한미 양국이 매년 방위비분담과 같은 유쾌하지 못한 과제로 다투도록 만든 셈이다.
셋째, 현 정부가 실무협상팀에게 충분한 협상권한을 위임했고, 이들은 책임감있게 타협안의 마련과 설득에 최선을 다했는가도 반성해볼 필요가 있다. 2018년에도 실무협상팀은 미국의 요구사항을 청와대에 전달하는 역할만 하면서 시간을 끌다가 막판에 1년치만 합의함으로써 현재와 같은 어려운 상황을 자초했다. 이번에도 협상팀은 9월, 10월, 11월 세 번에 걸쳐 미국과 협상하였지만 아무런 타협안도 만들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미국의 협상팀과 상호 신뢰도 형성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협상팀들을 제대로 구성하였는지, 청와대가 그들에게 충분한 재량권을 부여했는지, 그리고 협상팀들이 필요한 사명감을 가지고 업무를 추진하고 있는 지를 반성해볼 필요가 있다.
한미동맹의 필수성 이해가 기본
방위비분담과 관련하여 한국이 분명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는 것은 현재 한국은 국가의 존망을 위태롭게 만들 수 있는 미증유의 위협에 직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북한이 수소폭탄을 포함한 수십개의 핵무기를 개발하여 한국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핵무기로 공격할 경우 전 국토가 초토화될 수 있고, 자칫하면 한민족의 공멸도 가능할 수 있다. 두 다리를 뻗고 잠을 자는 것이 이상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이와 같은 심각한 북한의 핵위협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고자 한다면 한국은 자체적으로 핵무기를 만들든가 아니면 미국의 핵무기를 가져다 놓는 수밖에 없다. 핵균형(nuclear balance)없이 핵보유국의 위협에 대응하는 방법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 방안을 선택하든 모두 미국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 또한 북한의 핵공격을 당장 억제하는 데도 미국의 확장억제 약속은 필수적이다. 따라서 한국에게 한미동맹은 사활적인 중요성을 갖고 있는 셈이고, 어떤 상황에서도 포기할 수 없는 절대적인 억제방책이며, 이점을 현 정부는 분명하게 인식해야 한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하고 있는 50억 달러는 터무니없고, 아무런 근거가 없는 협상용의 숫자이지만, 그것을 비판하는 것만으로는 아무런 유익이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 최강의 군사력과 국력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의 대통령이고, 우리는 미국의 안보지원이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윗 하나로 쿠르드 족에 배치되어 있는 미군을 철수시켰고, 이로써 쿠르드 족은 터키로부터 공격받아 생활터전의 상당부분을 상실하였다. 쿠르드 족에 대해서 내렸던 것과 같은 갑작스러운 결정이 한국에 대하여 내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한국은 트럼프 대통령을 잘 구슬려서 이 예측불가능한 상황을 지혜롭게 극복하는 수밖에 없다.
방위비분담과 관련하여 국민 모두가 분명하게 인식해야할 핵심적인 사항은 한미동맹은 강대국과 약소국 간의 비대칭 동맹(asymmetrical alliance)이고, 그것이 원만하게 유지되는 원리는 “자율성-안보 교환”이라는 사실이다. 이것은 강대국인 미국은 안보를 지원하고 약소국인 한국은 자율성을 양보하는 교환관계가 성립되기 때문에 한미동맹이 유지될 수 있다는 이론이다. 강대국은 워낙 커서 약소국의 군사적 지원이 그다지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약소국의 자율성 양보를 통하여 호혜성을 보장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미국은 한국에게 확장억제라는 안보지원을 제공하는 대가로 방위비분담이라는 한국의 자율성 양보를 요구하고 있고, 그 요구가 충족되어야 안보지원을 제공한다. 즉 북한의 핵위협으로부터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하여 미국의 확장억제가 필수적이라면 한국은 미국이 요구하는 자율성 양보, 다른 말로 하면 방위비분담을 적극적으로 제공하는 수밖에 없다. 방위비분담에 관한 협상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자 미국 조야에서도 주한미군 철수 또는 감축이 거론되고 이것이 한국 신문에도 보도되기도 했다. 한국은 주한미군의 철수 또는 감축을 예방하기 위하여 필요하다는 차원에서 방위비분담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
대통령의 정상외교가 필요한 상황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50억 달러라는 조건을 제시하였기 때문에 한미동맹에서 방위비분담 문제를 원만하게 타결하고자 한다면 문재인 대통령이 나서서 그를 설득하는 수밖에 없다. 미국의 실무자들이 사석에서 한국의 실무자들에게 50억 달러가 필요한 논리를 제공하지 못하여 미안하다로 할 정도로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는 완강하고, 실무자들이 설득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화하거나 방문하여 그가 정확하게 무엇을 요구하는 지를 파악하고, 한국의 기여도를 충분히 설명하며, 그가 수용할 수 있는 범위를 알아내어야 한다. 실무자들이 해결하지 못하는 것을 해결하는 것이 대통령의 정상외교이고, 재선을 위한 성과가 필요한 트럼프 대통령의 상황까지 파악하여 지혜롭게 대처하는 것이 고차원의 전문적인 외교일 것이다.
이제 한국 국민들은 앞에서 설명한 “자율성-안보 교환”에 근거하여 방위비분담을 어느 정도 증액시켜줘야 한다는 점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미국의 입장이라면 이러한 요구를 하지 않겠는가? 한국이 동티모르에 지금까지 주둔하고 있다면 미국보다 더한 방위비분담을 요구했을 수도 있다. 적지 않은 금액의 방위비분담을 하더라도 주한미군을 유지하고, 북핵을 효과적으로 억제한다면 그것이 더욱 효과적일 것이다. 그 동안 한국은 한미동맹으로 인하여 현재 세계 10권의 경제대국이 되었고, 그렇다면 어느 정도의 비용을 분담할 필요도 있다. 이러한 점에서 국민들이나 정부는 적극적으로 분담하겠다고 말하되, 협상의 실무팀들은 드러나지 않게 치열하게 협상하여 적정한 수준으로 낮추는 역할의 분담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제는 방위비분담의 협상팀에게 충분한 권한을 주고, 그들이 적정선을 합의하도록 위임할 필요가 있다. 실무자들도 나름대로 애국적인 차원에서 협의할 것으로 신뢰할 필요가 있다. 실무자들이 협의하여 건의하는 바에 따르자는 것을 미국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요구함으로써 트럼프 대통령의 입김이 작용하지 만들 수도 있다. 특히 이 경우 외교부보다는 국방부가 더욱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한미 양국군이 기존의 유대관계를 활용하여 합의에 이르도록 하는 것이 유리하다. 실무대표도 한미동맹을 잘 이해하는 과거 방위비분담 협상자나 예비역 장군 등을 대표로 임명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을 것이다.
방위비분담 방법의 근본개선 필요
첫째, 이제 한국은 매년 분담해야할 총액을 협의하는 방식에서 탈피하여 항목별로 그 분담의 필요성과 분담규모를 결정하는 방식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총액협상을 하게 되면 한국은 적게 주려하고, 미국은 많이 받으려는 흥정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즉 주한미군이 발생시키는 비용 중에서 한국 전담, 미국 전담, 한미 분담의 항목을 구분하고, 그에 따라 한국의 방위비분담금 액수를 정하는 방식을 도입하자고 제안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일본이 현재 적용하는 방식으로서 이렇게 할 경우 방위비분담의 명분도 확실해지고, 한미 간에 불필요한 충돌을 최소화할 수 있다.
둘째, 현재 트럼프 대통령이 상당한 금액을 요구하였기 때문에 다소 간의 방위비담 증액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이러한 점에서 다소 간의 증액을 위한 항목을 한국이 적극적으로 찾아서 제시함으로써 미국에게 성의를 보일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현재 한국은 주한미군 부대에 근무하는 한국인 근로자의 임금, 군사건설비, 군수지원비를 부담하는 데 각 항목 중에서도 다소 간의 증액 가능성을 찾아볼 수 있다. 예를 들면, 현재 75% 정도 부담하고 있는 한국인 근로자의 임금도 전액 한국이 부담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외에도 주한미군의 주거 여건 개선, 출장비 지원, 국내 견학 지원 등 한국이 분담할 수 있는 다양한 항목을 선도적으로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가 매우 완강하여 상당한 증액이 불가피하다고 판단될 경우, ‘한반도 위기 예방 및 해소 비용’을 신설을 검토할 수도 있다. 한국에서 위기가 발생할 경우 이것을 함께 해소해야할 것이고, 그것은 한국의 경제적 안정에 크게 기여한다는 점에서 분담의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한국이 요구하여 미국 전략자산이 전개할 경우 한국이 부담하겠다고 미국에게 제안할 수 있다. 또한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음에 따라 미국의 핵무기를 한반도나 그 부근에 배치함으로써 ‘핵공유(nuclear sharing)’을 추진할 경우 그 전개나 운영에 관한 비용도 한국이 분담하겠다고 제안할 수 있다. 이렇게 할 경우 한국은 미군의 전력을 우리의 필요와 계획에 따라 활용할 수도 있고, 그러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으면 분담하지 않아도 될 것이며,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한국의 성의가 충분히 전달될 것이다.
나가며
미국의 방위비분담 요구를 비판하거나 주한미군 철수 불사와 같은 단호한 의지를 과시하는 것은 쉽다. 그러나 그것으로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북핵 위협으로 인하여 한국은 미국의 안보지원을 절실하게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의 방위비분담 요구를 적정선에서 타결함으로써 한미동맹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고, 이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과거 어느 때보다 정부의 사명감과 지혜가 요구되는 상황이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더욱 근본적이고 중요한 것은 국민들의 태도이다. 정부도 국민여론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유럽이나 일본의 국민들이 자존심이 없어서 미국의 방위비분담을 수용해주고자 노력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안보지원을 받는 것이 그들에게 이익이고, 그들의 경제적 번영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자존심을 참는 것이다. 우리의 선조들이 아무런 생각이 없어서 미국의 방위비분담 요구를 가급적 수용하고자 노력했던 것이 아니다. 한미동맹에 관한 국민들의 대승적인 인식과 접근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할 것이다.
원문보기: www.dailian.co.kr/news/view/846293/?sc=na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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