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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속의 국민

[DT 시론] 다시 뛰는 SI산업 전략 / 김현수(BIT전문대학원장)

  • 작성자 디지털타임즈
  • 작성일 04.08.25
  • 조회수 8680

[디지털타임스 2004-08-24 10:59]


김현수 한국SI학회 회장ㆍ국민대 교수

유난히 길고 무더웠던 여름이 가고 있다. 가을을 맞으며 다시 도약을 생각한다. 전반적인 내수경기 침체와 함께 SI사업도 규모가 축소되었고, 수익성 저하가 계속되는 상황이지만 일부 선진기업을 중심으로 재도약을 계획하고 있다.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 다시 도약하기 위한 핵심성공요소(CSF)는 무엇인가?

현재 기술과 품질과 요소조건에서 불리한 국내SI산업이 글로벌경쟁에서 승리하려면 효과적인 전략구사가 중요하다. 세계 전쟁사에 이름을 남긴 전투들은 거의 모두 전력이 절대적으로 열세에 있는 상황에서 우수한 전략으로 큰 승리를 거둔 경우이다. 이순신 장군이 12척으로 130여척의 왜군 함대를 물리친 명량해전과 시이저가 3분의 1의 병력으로 폼페이우스를 결정적으로 제압한 파르살로스 회전도 전략의 승리였다. 세계적인 기업들도 각자의 전략에 따라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IT서비스기업인 IBM과 EDS를 보자. 최근에 IBM은 약진하고 있고, EDS는 침체되고 있다. 2003년 기준으로 IBM은 매출 891억 달러에 순이익 76억 달러를 기록한 반면, EDS는 매출액이 216억 달러로 전년대비 6%상승하였으나, 순이익은 17억 달러의 적자를 기록하였다. 더구나 2001년에는 신규계약액이 314억 달러였으나 2003년에는 140억 달러로 크게 떨어졌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컨설팅을 망라하는 종합서비스의 효과가 작용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기업의 전략과 사업영역에 따라 앞으로는 더욱 기업간의 명암이 엇갈릴 것이다.

재도약을 위해서는 SI기업들의 서비스 라인과 경쟁전략에 전환이 필요하다. 너무 좁은 서비스 라인에 치중하고 있지는 않은지, 글로벌경쟁자를 고려하지 않은 경쟁전략인지를 자문해 보아야 한다. 전문화와 토탈서비스는 상치되는 개념이 아니다. 고객의 요구에 대해 전문화된 서비스로 대응해야하며, 다양한 고객요구에 종합적으로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대기업은 보다 고객중심적인 통합능력이 필요하고, 중소기업은 보다 전문화가 필요하다.

또한 글로벌 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수준의 품질 및 원가경쟁력을 갖추어야 한다. 계열사에서 상당부분 확보해주는 시장에 안주하여 글로벌 수준의 품질 및 가격경쟁력 확보를 게을리 하고 있지는 않은지 자문해보아야 한다. 지속적으로 상승되는 인건비를 고려할 때 언제까지 가격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시된다. 더구나 서비스 품질 대비 가격은 현재도 높은 수준이라는 견해도 있다.

현시점은 90년대 중반에 IBM이 경험하였던 혹독한 구조조정과 사업혁신이 필요한 시기라고 볼 수 있다. 당시 IBM은 수익성 중심으로 사업 구조조정을 하였고,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IT서비스부문을 대폭 확대하여 서비스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전환하였다. 그 결과 1993년 160억 달러의 천문학적 적자를 기록했던 기업이, 수년 후 흑자로 전환되었고, 이제는 세계 최고의 토탈IT서비스 기업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컨설팅을 중심으로 솔루션,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네트워크를 결합하여 고객의 요구를 능동적으로 충족시켜주는 종합IT서비스사업을 수행하는 진정한 서비스기업으로 우리 SI기업이 거듭나야 할 것이다.

정부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을 살리고, 중소기업의 전문성 강화를 위한 지원은 지금보다 더 강화해야 할 것이고, 대기업에 대한 지원도 새로운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국내시장보호 차원이 아닌, 산업의 고사(枯死)를 막아내기 위해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제도개선과 글로벌 경쟁력강화는 동전의 앞뒷면과 같다. 국내 SI산업의 프로세스와 사업관행이 선진화되어야 글로벌 경쟁력이 생기는 것이다. 각종 제도를 선진국의 제도 및 관행에 맞게 혁신할 필요가 있으며, 이를 위해 범정부차원의 협력이 필요하다.

서비스 산업의 중요한 축인 SI산업의 맥박이 다시 뛰어 국가경제가 살아나도록 해야 한다. 글로벌시장에서 우리 SI기업이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있도록 기업과 정부와 학계가 힘을 합쳐야 한다. 상쾌한 가을바람을 맞으며 함께 전진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