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닫기

전체메뉴

Quick Menu

Quick Menu 설정

※ 퀵메뉴 메뉴에 대한 사용자 설정을 위해 쿠키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메뉴 체크 후 저장을 한 경우 쿠키 저장에 동의한 것으로 간주됩니다.

언론속의 국민

목표없이 휘두르는 ‘습관적 스윙’은 문제를 더 심각하게 만들뿐 / 최우열(스포츠교육학과) 겸임교수

  • 작성자 박차현
  • 작성일 19.09.16
  • 조회수 3583

골프 연습 약인가 독인가

독학 골퍼 유난히 많은 한국
간단한 스트레칭으로 몸 풀고
드라이버로 공 때리기 시작…
실타 원인 따져볼 겨를 없어
오랜 구력에도‘엉망 골퍼’ 넘쳐

결코 자신의 스윙 볼 수 없어
누군가 자신의 동작 봐주거나
동영상 찍어서 계속 점검해야

“연습이 완벽을 만든다(practice makes perfect).”

아마도 연습과 관련된 격언 중 가장 유명한 말일 것이다. 상식처럼 받아들여지는 얘기지만, 대부분의 주말 골퍼에게는 오히려 정반대인 경우가 많다. 영국의 정치가이자 골프기자였던 헨리 롱허스트는 “연습이 완벽함을 만든다고들 하지만 당연히 아니다. 대다수 골퍼에게 연습은 그저 문제를 더 고착화할 뿐이다”라고 갈파했다.

골프연습장에 가보면 롱허스트의 말이 공연한 우려가 아님을 금세 알 수 있다. 주말골퍼 대부분은 특별한 연습목표 없이 말 그대로 공을 치기 위해 습관적으로 연습장을 들른다. 간단한 스트레칭으로 몸을 푸는 둥 마는 둥 하고는 곧장 드라이버부터 꺼내 들어 풀스윙으로 냅다 공을 때리기 시작한다. 치자마자 쉴 새도 없이 곧바로 공이 올라오는 자동타석에서는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에 공을 때리는 자신의 스윙 동작이 어떠한지, 가끔 나오는 슬라이스나 톱 볼은 왜 나는 것인지 곰곰이 따져볼 겨를조차 없다.

인간의 동작과 움직임의 원리를 오랫동안 연구한 미국의 심리학자 폴 피츠와 마이클 포스너는 우리가 어떤 새로운 운동을 배우는 데는 3개의 단계를 거친다고 주장했다. 첫 번째는 운동을 구성하는 세부 동작과 움직임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머리로 이해하는 인지 단계다. 주로 강사의 설명이나 시범 혹은 동영상이나 책을 통해 배우는 단계다. 무엇을, 언제,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관건이다.

두 번째는 이렇게 머리로 이해한 동작과 움직임을 자신의 몸과 연결해 익숙해지도록 만드는 연합 단계다. 반복적인 연습을 통해 좀 더 정확하고 효율적인 동작과 움직임을 만드는 것이다. 마지막은 계속된 연습을 통해 모든 동작과 움직임이 별다른 주의나 의식 없이 자연스럽게 저절로 이루어지는 자동화 단계다.

한국의 주말골퍼들은 운동학습의 첫 단계부터 단추를 잘못 끼우는 경우가 많다. 골프를 시작하면서 제대로 된 레슨이나 전문 강사의 지도를 받지 않는 것이다. 수영이나 테니스 등 다른 종목은 레슨을 받는 것을 당연히 여기면서 유독 골프에선 독학파가 많다. 특히 남자들은 소싯적에 야구나 축구를 꽤 해봤다는 자신감 때문인지, 죽어있는 공을 치는 골프를 만만히 여기는 경향이 있다. 방송이나 유튜브 등을 통해 골프 관련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는 것도 여기에 한몫한다.

독학할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직접 옆에서 눈으로 보고 따라 하며 배우는 체계적인 레슨에 비해 아무래도 부족할 수밖에 없다. 제법 오래 골프를 쳤다고 하는데 엉터리로 그립을 잡거나 기본 어드레스 자세부터 엉망인 골퍼가 주변에 차고 넘치는 까닭이다.

골프 스윙 동작은 다른 운동과 비교해 복잡하지 않고 간단해 보여도 사실 정확하게 익히기란 쉽지 않다. 골프 외의 대다수 스포츠는 뛰기, 차기, 던지기, 치기 등 일상적으로 흔히 하는 동작이나 움직임과 유사하다. 어릴 때부터 수십 년 동안 해온 덕분에 이미 자동화된 동작들이라 약간의 응용과 변형만으로 쉽게 익히고 따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골프 스윙은 일상에서 거의 쓰이지 않는 동작으로 구성돼 있다. 게다가 골프는 시선과 몸의 움직임이 똑같이 정면을 향하는 다른 운동과 달리 측면을 바라보며 힘을 써야 하는 독특한 운동이다. 오죽하면 전설적인 골퍼 토미 아머가 골프 스윙을 “우아한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어색하게 여러 번 몸을 뒤트는 것”이라고 정의했을까.

운동학습의 관점에서 처음 골프를 배우는 사람은 마치 이제 갓 걸음마를 배우는 어린아이나 다름없다. 세 살 버릇이 여든까지 가기에 처음부터 제대로 배워야 한다. 혼자서 열심히 연습해 요행히 그럭저럭 공을 맞힐 수 있는 정도가 됐더라도 다음이 골칫거리다. 잘못된 그립과 스윙으로 계속 공을 때리다 보면 문제점만 더 키우고 오히려 수정 불가능한 상태로 굳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엉터리 그립과 스윙이 자동화되는 것이다. 특히 정확하고 효율적인 동작을 만들어가는 연합단계에서는 적절한 피드백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오류를 찾아내고 이를 수정하는 과정에서 실력이 비약적으로 향상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골퍼는 결코 자신의 스윙을 볼 수 없다. 누군가 스윙을 봐주거나 최소한 직접 동영상이라도 찍어서 연습 도중 자신의 스윙을 계속 점검해야 한다. 아무리 연습해도 실력이 잘 늘지 않는다고 불평하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연습방법을 한번 돌아볼 필요가 있다. 실력향상을 위해 연습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정확한 스윙의 원리나 기본자세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피드백도 없이 무작정 공만 때리는 연습은 불완전함을 더 완벽하게 만들 뿐이다.

국민대 골프과학산업대학원 교수

스포츠심리학 박사

 

원문보기: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9091101032839000003

※ 게재한 콘텐츠(기사)는 언론사에 기고한 개인의 저작물로 국민대학교의 견해가 아님을 안내합니다.

※ 이 기사는 '뉴스콘텐츠 저작권 계약'으로 저작권을 확보하여 게재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