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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속의 국민

백수가 쏘아올린 작은 웃음…이제혁씨 만화 ‘룸펜 스타’ / 시디2002 졸

  • 작성자 동아
  • 작성일 04.03.09
  • 조회수 9520

[속보, 생활/문화] 2004년 03월 08일 (월) 18:29

[동아일보]

거울에 대고 “안녕?”이라고 말했다가 “안돼! 아무리 외로워도 거울과 이야기하면 안돼!”라며 스스로 놀란다. 뭘 먹을지, 콩나물국 북어국 우거지 된장국 중에서 고민하다가 라면을 끓여먹는다. 방 청소 끝에 쌓인 먼지로 눈사람을 만든다.

‘이태백(이십대는 태반이 백수)’ 세대의 희로애락을 4컷 만화 ‘룸펜 스타’(시공사)에 담아낸 이제혁씨(필명 고리타·30). 6일 오후 찾은 서울 성북구 장위동 이씨의 자취방 겸 작업실은 만화 속 작은 방과 비슷했다.

“엄밀히 말해 백수는 아니죠. 하지만 집에서 지내는 날이 많은데다 자취하기 때문에 룸펜과 통하는 것 같아요. ‘반백수’인 셈이죠.”

이 책은 2002년 12월부터 작가의 홈페이지(www.gorita.net)에 연재된 만화 중 일부를 모은 것이다. 2002년 국민대 시각디자인학과를 졸업한 이씨는 재학 중이던 2000년에 인터넷 영화정보 사이트 ‘엔키노’에 영화 패러디만화 ‘엔키노이드’를 연재한 이래 ‘딴지일보’나 ‘야후! 코리아’ 등 인터넷매체에서 작품활동을 해왔다.

프리랜서 만화가의 ‘반백수’ 인생을 별 모양 캐릭터를 통해 그려낸 ‘룸펜 스타’. 살림은 쪼들려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고, 주름살 깊어가는 부모의 얼굴을 보고 혼자 옥상에서 담배를 피운다. 친구의 결혼식에서 눈물도 흘린다. 그러나 그 백수생활이 궁상스럽지는 않다. 이씨가 백수의 일상을 유머와 위트 있게 표현하기 때문이다.

백수의 불규칙하고 느슨한 생활이나 외로움은 코믹하게 과장된다. 방바닥에 무기력하게 앉아있는 백수에게 지나가던 바퀴벌레가 100원을 적선하는 에피소드도 그렇다. 어떤 일에도 룸펜 스타의 표정이 거의 변하지 않는다는 점도 역설적으로 웃음을 자아낸다.

이씨는 “요즘 돈 벌려면 감성만화를 그려야 하는데…”라고 웃으면서도 그런 작가적인 딜레마조차 작품에 담았다. ‘바람은 당신의 마음을 실어 내게로 보내주고, 내 마음을 실어 당신에게 보내줄 것입니다’라는 내용을 썰렁하게 그렸다가 원고를 찢어버리며 “크악! 난 이런 만화는 도저히 못 그려!”하고 소리치는 부분도 실렸다.

“일본 코믹만화 ‘란마 1/2’(다카하시 루미코)과 ‘이나중 탁구부’(후루야 미노루)를 좋아합니다. 백수들이 모두 잘 돼 함께 잘 살았으면 좋겠네요. 제 책도 많이 사주시고…”

조경복기자 kath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