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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속의 국민

[시론]로스쿨 도입 성공열쇠 / 김동훈 법대학장

  • 작성자 경향
  • 작성일 04.04.26
  • 조회수 8699
2004-04-25 19:29]

법학전문대학원 이른바 로스쿨 도입 논의가 다시 떠오르고 있다. 이미 1995년 세계화추진위원회에서 처음 골격이 제시된 이래 10년 가까이 논의가 있어왔으나 각계의 의견 차이로 인하여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해왔다. 그간 사법개혁위원회에서는 이 문제를 주요 의제로 심도있게 연구해왔고 공청회 등을 거쳐 올해 안에 최종 입장을 정하기로 되어 있다.

로스쿨의 도입에 관해서는 이미 일본에서 올해부터 도입한 상태이므로 우리는 이를 벤치마킹하여 불필요한 시행착오를 줄여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일본의 로스쿨 도입에 대해서는 현지에서도 그리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지 못하고 있으며 여러 산적한 문제점들을 드러내고 있는 실정이다.


로스쿨이란 미국의 독특한 법학교육제도로, 우리나라의 법학교육체제와 비교할 때 가장 큰 특징은 두가지를 들 수 있다. 하나는 학부에서 다양한 전공을 공부한 학생들이 3년간 대학원과정으로서 교육을 받는다는 것이고, 로스쿨에서 정상적으로 교육과정을 이수한 학생들은 주별로 변호사시험을 거쳐 대부분 변호사 자격을 얻게 된다는 것이 다른 하나다.


일본은 로스쿨 제도를 도입하면서도 기존의 학부 법학교육 과정뿐 아니라 종래의 사법시험제도를 그대로 존치시키고 있어 여러 혼란스러운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


- 美·日 교육체계 벤치마킹 -


로스쿨의 도입 여부는 시험 제도의 운용과 불가분의 관계를 갖는다. 일본이 로스쿨 도입을 추진하면서 내건 모토가 법조인 양성체계를 ‘점에서 프로세스로’로 바꾼다는 것이었다. 지금까지 단 한번 경쟁선발시험에 합격하면 법조인이 되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과정의 이수를 중시하겠다는 얘기다. 시험에서 교육으로 무게중심을 이동함으로써 이른바 고시낭인을 줄이고 법학교육을 정상화하겠다는 취지였다. 사법고시도 치열한 경쟁시험이 아니라 교육 과정을 성실히 이수하면 대부분 통과할 수 있는 이른바 ‘약한 시험’이 도입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2010년까지 시험 합격자수를 3,000명 선으로 대폭 늘려가겠다고 했으나, 실제 인가된 로스쿨의 입학정원은 6,000명을 상회함으로써 로스쿨 입학생들에게 사법시험의 부담은 여전히 남게 됐다.


이러한 조건하에서는 다양한 실무교육 등 자유로운 교육이 실시될 수 없고 시험대비에 집중하게 돼 결국 로스쿨은 사법시험 준비기관으로 전락할 형편에 놓인다. 게다가 3년간 비싼 학비를 들여 공부하고 나서도 시험에 합격하지 못한 다수의 졸업생들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막막한 실정이다.


결국 로스쿨 체제가 자리잡기 위한 가장 중요한 전제는 시험제도와 결별하는 것이다. 즉 사회에서 필요한 법조인수가 얼마라는 것을 국가가 정하고 경쟁선발시험을 통해서 그 인원수만큼 합격시켜 그들에게 면허증을 부여하는 방식을 버리는 것이다. 대신 일정한 교육과정을 성공적으로 이수한 사람들은 최소한의 자격시험을 거쳐 변호사 자격을 부여하는 방식이다. 변호사의 과잉배출 등의 처리는 시장기능에 맡기면 된다.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 얻은 변호사 자격이 반대급부를 보장하지 못한다면 선호도도 그에 따라 감소될 것은 자명하다. 그리고 부실한 법률서비스의 범람은 법률소비자들의 안목에 맡길 수밖에 없으며, 오히려 활발한 경쟁으로 인하여 법률서비스에의 접근성이 높아지게 될 것이다.


- 선발시험 없애고 자격제로 -


아울러 로스쿨은 전문대학원 체제이므로 적어도 로스쿨을 개설하고자 하는 대학은 학부의 법학교육을 포기하도록 하여야 한다. 문제는 현재 전국에 법과대학이나 법학과를 갖고 있는 대학이 90여개나 되고 그 정원은 1만명을 족히 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문제도 정부는 일정한 설립의 요건과 기준만을 정하고, 이에 따라 로스쿨을 설치한 대학들은 각자 학생들을 유치하여 능력껏 시장에서 살아남도록 하는 수밖에 없다.


요컨대 로스쿨의 도입이란 단순히 새로운 법학교육기관을 설립하는 문제가 아니라 법조인의 양성과 선발을 더 이상 국가주도가 아니라 시장에 맡긴다는 법조인력 충원의 패러다임의 변화를 의미하는 것이다. 이를 전제하지 않은 절충식 제도의 도입은 오히려 더 번잡한 혼란만 가져올 것이 분명하다.


〈김동훈 국민대 법대학장·법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