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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속의 국민

<포럼>기업에 `분배` 강요하지 말라 / 유지수(경영)교수

  • 작성자 문화
  • 작성일 04.05.25
  • 조회수 7960
2004-05-24 11:43

대통령에 대한 사상 초유의 국회 탄핵안 가결, 17대 총선, 그리 고 헌법재판소의 탄핵소추 기각 등 숨가쁘게 이어졌던 정치적 소 용돌이 속에서 잠시 잊혔던 ‘성장’과 ‘분배’(혹은 복지)를 둘러싼 논란이 다시 일고 있다.
‘성장’과 ‘분배’는 어느 하나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중요한 과제다. 또 이를 둘러싼 논쟁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며 앞으로 도 계속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많은 국민은 정치권이 중심이 돼 전개되고 있는 작금의 논쟁이 생산적으로 이루어져 우리 경제 발전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걱정스러운 점은 현재의 논란이 이분법적이고 소모적인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국론과 사회 분열 이 야기되고 경제 발전의 수레바퀴가 거꾸로 돌려질지도 모른다 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성장’과 ‘분배’는 결코 선택의 대상은 아니다. 역사적 경험 은, 극단적인 성장과 분배의 대립이 초래한 결과를 잘 보여주고 있다. 남미 국가들이 단적인 사례들이다. 과거 사회주의 정권이 나 포퓰리즘(populism·대중인기영합주의) 정권은 성장을 무시한 채 지나치게 분배만을 강조했다.

그 결과는 어떠했는가? 거의 예외없이 점진적, 혹은 급격한 축소 재생산을 겪은 후 마침내 붕괴됐다. 또, 분배적 정의가 약화되 면 경제 주체들간 갈등이 증폭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성장 장애를 일으켜 급기야 체제 붕괴로까지 이어지며, 실제 그런 경 우도 있었다.

성장과 분배가 조화로울 때, 즉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 구조’ 가 창출될 때 지속 가능한 경제 발전이 이루어질 수 있다. 문제 는, 그 조화 정도와 방법, 그리고 각 경제 주체들의 역할 분담 원칙이다. 이를 위해선 다음의 세 가지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

첫째, 성장과 분배의 조화란 결코 두부나 무 자르듯이 절대적 균 형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경제가 처한 상황이나 발전 수준과 어울려야 한다. 글로벌 무한 경쟁 시대의 지상과제는 경 쟁력 향상을 통한 지속적 성장이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선진 경 제를 추격해야 하는 부담이 있기 때문에 성장에 보다 많은 노력 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21세기 세계 경제 현실을 감안한 ‘이보( 二步) 전진(성장)을 위한 일보(一步) 후퇴(분배 혹은 개혁)’라 는 외국의 전략은 그런 점에서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

둘째, 분배적 정의는 시장 원리를 통해, 또는 시장 원리를 훼손 하지 않는 범위에서 이뤄져야 한다. 예컨대, 소득 재분배의 경우 이미 자본주의에 내재화되어 있는 합리적인 제도를 통해 이루어 져야 한다. 시장경제 원칙을 무시한 채 분배적 정의만을 강조하 다 보면 일하려는 쪽의 의지를 꺾게 되고, 일하지 않는 측의 도 덕적 해이를 부추길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각 경제 주체들의 정당한 역할 분 담이다. 기업은 생산과 성장의 주체다. 분배나 재분배는 정부의 몫이다. 정부는 조세라는 자본주의 체제의 합법적인 도구를 사용 해 분배와 재분배를 시행해야 하는 책무가 있다. 기업이 수행하 는 분배와 재분배의 기능은 한계가 있으며, 더욱이 정부는 기업 에 그 역할을 강요해서도 안 된다. 기업에 분배나 재분배의 책임 을 지운다면 이는 자본주의 체제의 포기를 의미하는 것이다.

정부는 기업에 대해 정부의 역할을 강요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기업이 정당하고 합법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정책적인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정부와 기업의 역할 분담이 원활히 될 때 기업은 물론 경제 전체의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 그리고 성장에 서 발생한 잉여를 재분배함으로써 사회 전체적인 부(富)의 증대 와 불평등의 완화도 가능해질 것이다.

[[유지수 / 국민대 경영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