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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속의 국민

북한 전원회의: 남침계획이 진지하게 논의되었다면? / 박휘락(정치대학원) 교수

  • 작성자 김해선
  • 작성일 20.01.06
  • 조회수 1699

▲ 북한 조선중앙TV는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 전원회의" 나흘째 회의가 지난 12월31일에 계속 진행 되었다고 1일 보도했다. (사진=조선중앙TV 캡쳐)ⓒ뉴시스

 


북한은 2019년 12월 28일에서 31일까지 4일간에 걸쳐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 전원회의’를 개최하였다. 이에 대하여 국내는 물론이고, 국외에서도 상당한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전원회의가 종료된 이후 발표된 결정서를 보면 북한의 근본적인 전략노선 변경이나 그 동안 김정은이 강조해온 “새로운 길”이 어떤 것이고, 어떻게 걸어가야할 것인가에 대한 내용은 없다.

전원회의가 종료된 이후 국내의 언론은 물론이고, 다수의 국책 연구기관에서도 그 내용을 분석하여 발표하고 있다. 그 관심 정도를 보면 이미 김정은이 우리의 지도자가 된 듯하다. 우리 대통령의 신년사는 아예 분석되지도 않은 채 언론이나 국민들도 관심을 갖지 않는데, 북한 노동당 전원회의의 결과와 그 곳에서의 김정은의 일거수 일투족은 상세히 분석 및 보도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고 모르게 이미 김정은이 우리의 지도자로 정착되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혼란스러울 뿐이다.

‘새로운 길’ 내용 없어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바에 의하면 이번 전원회의에서는 “1. 조성된 대내외 형세하에서 우리의 당면한 투쟁방향에 대하여 2. 조직문제에 대하여 3. 당중앙위원회 구호집을 수정보충 할 데 대하여 4. 조선로동당창건 75돌을 성대히 기념할 데 대하여”를 논의하였다고 한다. 북한은 결정서를 통하여 경제, 과학, 생태, 정치·외교, 기강, 중앙당, 인민, 당조직과 정치기관의 과업에 대하여 8개의 결정사항을 제시하고 있는데 특별한 사항은 없다. 다만, 정치·외교 분야에서 “강력한 정치·외교적, 군사적 공세로 정면돌파전의 승리를 담보할 것이다.”라는 말이 두드러진다. “정면돌파전”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는 정확하지 않지만, 기존의 국가노선을 유지하면서 현 상황을 해결해 나간다는 개념인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이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전원회의 결정서 내용보다는 김정은이 회의 기간 동안에 보고한 내용이 많이 인용되고, 유용하다. 김정은은 이번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미국이 대조선적대시정책을 끝까지 추구한다면 조선반도 비핵화는 영원히 없을 것이라는 것,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가 철회되고 조선반도에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가 구축될 때까지 국가안전을 위한 필수적이고 선결적인 전략무기개발을 중단없이 계속 줄기차게 진행해나갈 것”을 선언하였다. 비핵화를 완전히 포기한다고 말하지는 않았지만 핵무기를 보유한 상태에서 대륙간탄도탄과 같은 전략무기를 개발하여 미국을 위협할 수 있는 능력을 구비하는 데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는 말이다.

그는 “세기를 이어온 조미(북미)대결은 오늘에 와서 자력갱생과 제재와의 대결로 압축되여 명백한 대결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진단하면서, “적대세력들의 제재압박을 무력화시키고 사회주의건설의 새로운 활기를 열기 위한 정면돌파전을 강행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모든 난관을 정면돌파전으로 뚫고 나가자!”라고 촉구하고 있다. 그러면서 그는 “이제 세상은 곧 멀지 않아 조선민주주인민공화국이 보유하게 될 새로운 전략무기를 목격하게 될 것”이라면서 위협하고 있다.

이번 전원회의의 결과에서 2019년 연말을 시한으로 삼았던 ‘새로운 길’이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제시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북한도 도발을 선택하기는 대내외 상황이 엄중함을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도발을 선택할 경우 감수해야할 위험도 매우 크기 때문이다. 결국 북한은 대내외적 결속과 결의를 다지는 방향으로 노력하고 있다. 북한의 속내를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도발을 선택할 것인지, 아니면 유화적인 정책을 선택할 것인지를 결정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된다.

북한의 최고존엄이라는 김정은이 지난 2019년 신년사를 통하여 ‘새로운 길’을 걷겠다고 위협하고, 4월의 최고인민회의 연설에서 “2019년 말”을 시한으로도 공표하였음에도 결국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못한 것은 미국의 엄청난 억제노력과 위협에 두려움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미국의 주요 직위자들은 북한이 도발할 경우 심각한 대응에 직면할 것이라고 위협했고,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고 있다고 공언하였으며, 정찰기를 비롯한 미국의 전략자산들이 한반도에 전개하면서 즉각 대응할 수 있는 태세를 과시했다. 북한도 도발을 선택할 경우 상당한 위험이 도래할 수 있다고 판단하지 않을 수 없었고, 따라서 애매한 말로 마무리하였다고 판단된다.

비밀 토의의 내용에 주목해야

그러나 현 시점에서 한국이 관심을 가져야할 사항은 결정서나 김정은의 보고서에 나타난 사항만은 아니다. 더욱 심각하고 두렵게 생각해야 하는 것은 북한이 4일에 걸쳐 진진하게 토론하였지만 공개하지 않는 사항일 가능성이 높다. 북한이 발표한 바에 의하면 이번 전원회의에서 첫 번째로 다룬 주제는 “조성된 대내외 형세하에서의 당면한 투쟁방향”이었는데, 결정서를 보면 ‘정면돌파’한다는 말 이외에는 내용이 없다. 그렇다면 북한의 수뇌부들은 향후 투쟁방향에 대하여 심층깊게 논의하였지만, 명확하게 결정하지 못하였거나 아니면 결정하였더라도 아무도 모르게 은닉하고 있는 내용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것이 무엇일까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지만, 당연히 김정은이 언급한 ‘새로운 길’에 대한 구체적인 방향이었을 것이고, 그것은 남한에 대한 무력 적화통일의 적절한 시기와 방법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현재 상태에서 북한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효과적이면서 어쩌면 유일한 방법은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한국을 병합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핵무기를 구비한 상태이고, 남한은 대비태세를 전혀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아무런 경계도 하지 않고 있어 현재가 호기라고 판단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다만, 한미동맹이 아직은 굳건하여 자칫 잘못하면 북한 자신도 패망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위험성과 성공 가능성을 집중적으로 논의하였을 가능성이 높고, 아직은 결론에 이르지 못하였을 수 있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잊고 있지만 북한은 최소 25개 이상의 수소폭탄 급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고, 다양한 미사일로 한국과 일본은 물론이고 미국에 대해서도 핵공격을 가할 수 있다. 따라서 북한 입장에서는 미국만 없을 경우 핵무기를 몇 개만 사용하면 남한은 쉽게 병합할 수 있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다만, 미국의 개입 여부와 정도에 대하여 불확실성이 적지 않기 때문에 쉽게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머뭇거리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북한=조선노동당=북한 군의 목표는 “전(全) 한반도의 공산화”이고, 이것은 지금까지 한 번도 변한 적이 없다. 북한체제에서 최상위 규범으로 인식되는 김일성과 김정일의 유훈에서도 북한식 사회주의를 통한 한반도 통일은 “포기할 수 없는 가치체계”로 강조하고 있다. 김정은의 공격적인 성향과 자주를 강조하는 정책노선을 고려할 때 전 한반도 공산화라는 북한의 군사정책 목표는 오히려 강화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이제 핵무기까지 보유하였는데, 이러한 선대의 유훈을 포기할까? 실제로 북한은 “3일 전쟁” “일주일 전쟁” “7일 전쟁” 등의 다양한 명칭으로 핵무기와 재래식 무기를 배합한 대남공격 계획을 발전시켜오고 있고, 이러한 계획들의 위험과 실현가능성 등을 이번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비밀리에 논의하였으리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다만,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핵무력을 갖고 있고, 남한을 보호한다고 약속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에 대한 확실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였을 가능성이 높다. 대륙간탄도탄(ICBM)과 잠수함발사 탄도탄(SLBM)을 개발해 나가고 있지만, 아직 완성되지는 않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한은 그것을 완성하는 데 최우선적인 노력을 경주하자고 결의하였을 것이고, 그것이 이번 노동당 전원회의를 통하여 김정은이 전략무기의 개발을 지속하겠다고 보고한 내용일 수 있다.

북한의 도발 시나리오 예상 및 대비해야

이제 우리는 북한이 이번 노동당 전원회의의 결과로 발표한 사항만으로 북한의 의도와 전략을 판단한 후 안심해서는 곤란하다. 북한이 비밀리에 토의한 사항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그것까지 예상하여 대비해야 한다. 한국의 정보활동으로 그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면 최선이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북한이 채택할 수 있는 가용한 모든 방안을 예상하고, 그 방안들 모두에 대하여 나름대로의 대비책을 강구하지 않을 수 없다.

예를 들면, 북한이 한국에 대하여 핵무기 사용 등의 가능성으로 위협하면서 연방제 통일방안을 수용하라고 최후통첩을 보낼 가능성과 그러한 경우 대비책은 무엇인가를 우리 스스로 토의하고, 필요한 대비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북한은 한국이 그들의 최후통첩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핵무기로 한국의 도시를 공격하거나 군사적 기습공격을 감행할 수 있다고 위협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남한 사회는 방향 없이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게 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북한이 서북 5개 도서 등을 공격하거나 점령할 경우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토의하고, 대비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북한은 백령도로부터 30분 거리에 있는 고암포에 대규모 상륙정들을 보유하고 있고, 악천후를 활용하여 북한이 기습공격을 가할 경우 한국이 서북도서에 대한 방어작전을 적극적으로 수행하거나 지원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이다. 북한의 도발에 대하여 한국이 공세적으로 나올 경우 북한은 핵무기 사용으로 위협함으로써 그것을 차단할 수도 있고, 그것을 남한에 대한 본격적인 공격의 구실로 삼을 수 있다.

나아가 북한이 수도권에 대한 기습공격을 감행할 경우 어떻게 수도권을 방어할 것인가도 검토해두어야 할 것이다. 북한은 한국의 행정 및 경제 중심지인 서울을 먼저 점령하여 기정사실화한 후 나중에 남한 전역으로 점령지역을 확대하는 방안을 충분히 고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은 휴전선에서 40km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서 밤 사이에 기습공격으로 점령할 수도 있다. 북한은 특수전 부대를 적극적으로 투입하여 서울의 핵심부를 조기에 장악할 것이며, 사이버 부대를 총동원하여 남한의 산업 및 행정 기능을 마비시킬 수 있다.

이 외에도 북한은 1950년도의 6.25전쟁에서와 같이 전국적인 범위에서 남한에 대한 기습공격을 감행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대비책도 필요할 것이다. 남한의 미흡한 대비태세를 고려할 때 남한 전역을 일거에 석권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북한은 파주-문산 지역에 집중적인 공격을 가함으로써 주공 방향을 기만하면서 철원 축선과 김포 축선에 정예 전투력을 투입하여 서울에 대한 양익 포위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시나리오는 너무나 섬뜩하지만, 어느 정도의 군사적 지식만 가진 사람이면 누구나 상상할 수 있는 시나리오이고, 따라서 북한의 수뇌부들이 이번 전원회의에서 각 방안의 위험성과 실현 가능성을 충분히 논의하였을 가능성이 낮지 않다. 북한이 자신의 체제를 유지하거나 국력을 과시하기 위한 목적으로 천신만고를 통하여 핵무기를 개발하지는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1950년에 실패한 전 한반도 공산화를 핵무기를 통하여 달성하고자 핵무기를 개발한 것이다. 이번의 노동당 전원회의가 오래 지속된 것도 무력 적화통일의 다양한 방안의 위험과 실현 가능성에 대한 심층깊은 논의가 필요하였기 때문일 수 있다.

한미동맹 강화만이 살길

북한이 이번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도발적인 ‘새로운 길’을 제시하지 못한 채 추상적인 ‘정면돌파’ 만을 반복한 것은 미국의 강력한 억제노력에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 즉 북한이 “조성된 대내외 형세하에서의 당면한 투쟁방향에 대하여” 논의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였던 사항은 한미동맹의 존재였을 가능성이 높다. 한국에 대한 공격을 포함하여 어떤 도발을 감행할 경우 미국의 대규모 응징보복이 이행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북한의 패망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북한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지만 한국은 그렇지 못하다는 점에서 한미동맹이 붕괴되어 미국의 핵우산만 제공되지 않으면 한국을 금방 정복할 수 있다고 판단할 것이고, 따라서 북한은 한국의 존재는 별로 중요하게 고려하지 않고 있을 것이며, 그래서 이번 전원회의에서는 “남북관계”라는 단어조차 사용되지 않은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북한에게 잘해주기만 하면 남북관계가 좋아질 것이라고 주장하는 남한 내의 학자들과 관리들은 그들의 인식이 잘못되었다는 점을 인정하고, 수정할 필요가 있다. 남한의 현 문재인 정부는 굴종적이라는 비판을 들으면서까지 북한에게 그렇게 호의적으로 접근했지만, 이번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남북관계에 관한 사항은 논의조차 되지 않았고, ‘남한’이나 ‘남북관계’라는 단어 자체도 언급되지 않았다. 미국의 억제력에 북한이 ‘새로운 길’을 결정하지 못하였듯이 힘이 아니면 북한의 행동을 바꿀 수 없다는 것을 이번의 사태를 통해서도 깨달아야할 것이다.

결국 한국은 한미동맹의 현 실태를 냉정하게 파악하면서 유사시 미국이 동맹공약을 확실하게 지킬 수 있는 수준으로 강화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다소 부담이 되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에 어느 정도 부응하여 방위비분담을 상당할 정도로 증액시킬 필요가 있고, 외교부와 국방부를 중심으로 북한의 공격을 억제 및 예방하기 위한 다양한 조치를 미국의 상대역과 협의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북한 핵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현재의 한미연합사 체제를 유지함으로써 한미연합방위태세가 확고하다는 점을 북한에게 과시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 글을 맺으면서 만해 한용운 선생의 말을 소개하고자 한다. 그는 일제에 의하여 한국이 침탈당한 것에 대하여 이렇게 말하였다. “어떠한 나라든 자기가 스스로 망하는 것이지 남의 나라가 남의 나라를 망하게 할 수 없는 것이다.” “만고(萬古)를 돌아보건대 어느 국가가 자멸(自滅)하지 아니하고 타국의 침략을 받았으며, 어느 개인이 스스로를 멸시하지(自侮·자모) 아니하고 타인의 모멸을 받았는가.” 북한의 선의만 기대하면서 스스로 지킬 노력은 하지 않는 현 정부의 모습이 한말의 대한제국과 크게 다르지 않아서 참담할 뿐이다.

원문보기: http://www.dailian.co.kr/news/view/858031/?sc=na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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