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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속의 국민

[2005 지자체 순례]<9>울산 / 박맹우시장(동문, 행정) 인터뷰

  • 작성자 동아
  • 작성일 05.02.28
  • 조회수 5827

[동아일보 2005-02-27 23:04]


공장 굴뚝에서 마구 뿜어져 나오는 검은 매연…. 화염병과 최루탄이 난무하는 노사분규….

울산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이처럼 대체로 부정적이다. 울산발전연구원이 지난해 시민 등 456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52%가 울산의 대표적 이미지로 ‘공해’와 ‘노사분규’를 꼽았다.

이런 울산에 최근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올해 울산에서 열리는 국제포경위원회(IWC) 총회와 전국체전을 앞두고 ‘친환경 문화·관광도시’로의 변모를 꾀하고 있는 것. 울산공단 조성 이후 40여 년 동안 각인된 ‘공업도시’라는 이미지에서 탈피하기 위한 시도이다.

▽고래 테마도시 조성=27일 오후 울산 남구 장생포 해양공원 부지. IWC가 포경(捕鯨)을 금지한 1986년까지 우리나라 유일의 고래잡이 전진기지였던 이곳에서는 다음 달 말 고래박물관(지상 4층) 완공을 앞두고 마무리 손질이 한창이었다. 최근 일본에서 기증받은 길이 12.4m의 브라이드 고래 뼈의 표본 설치를 마쳤으며 3층에는 한국계 귀신고래 모형이 실물크기(길이 14m)로 제작되고 있다.

박물관 기획자 최동익(崔동益·42) 씨는 “이곳에는 세계 최초의 한국계 귀신고래 전시관이 마련되고 희귀 고래 관련 자료 400여 점이 전시된다”며 “박물관이 개관되면 울산은 세계적인 고래 테마도시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박물관은 울산에서 열리는 제57차 IWC 총회 기간(5월 27일∼6월 24일)에 참가자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시설이 될 것으로 시는 보고 있다. IWC 총회는 해양·수산 분야에서는 규모가 가장 큰 국제행사.

60개국의 정부 대표와 과학자는 물론 그린피스를 비롯한 100여 개 국제환경단체 등에서 연인원 1만여 명이 울산을 찾을 예정이다.

IWC 총회는 울산이 광역시가 된 이후 단독으로 치르는 가장 큰 국제행사. 이 때문에 울산시는 세계에 울산을 홍보할 절호의 기회로 보고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총회 준비상황 등을 알리기 위해 한글과 영어, 일본어로 된 홈페이지(www.iwcoffice.org)를 운영하고 있으며 박재택(朴載宅) 행정부시장을 단장으로 한 준비단도 가동 중이다.

또 선사시대에 고래를 잡는 모습이 바위 위에 새겨진 울주군 언양읍 반구대 암각화(국보 제285호)를 총회 참가자들에게 보여주고 바다의 날과 고래축제도 총회 기간에 열 계획이다.

▽환경이 미래다=8월 초 울산 태화강 중류인 태화교∼울산교에서는 공무원과 시민 등이 참가한 가운데 수영대회가 열릴 예정이다. 참가자들이 태화강 200m를 헤엄쳐 건너는 것. 울산공단이 조성되기 전인 1960년대 이전으로 돌아간 듯한 이런 모습이 과연 가능할까.

시 강한원(姜漢元) 환경국장은 “지난해부터 2400여억 원을 들여 추진한 태화강 되살리기 사업이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어 올여름에는 마음 놓고 수영할 수 있다”고 단언했다.

태화강으로 유입되는 오폐수를 차단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언양수질개선사업소(하루 처리용량 6만 t)가 완공됐다. 또 정화과정을 거치지 않고 태화강으로 유입되는 생활오수를 하수처리장에서 정화하기 위해 1995년부터 추진한 가정오수관 연결사업도 5월 말 완공된다.

6월 말까지 강바닥에 쌓인 각종 쓰레기를 모두 걷어내면 태화강 중하류는 수영이 가능한 2급수(생물학적 산소요구량 3ppm 이하) 수준으로 개선된다는 게 강 국장의 설명이다.

시는 맑아진 태화강을 전국에 알리기 위해 10월 울산 전국체전에서 조정과 카누 경기를 태화강에서 열기로 이미 대한체육회와 협의를 마쳤다.

▽기업이 울산의 경쟁력=울산시가 ‘산업수도’로서의 위상을 더 탄탄하게 다지기 위해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사업은 2002년부터 2211억 원을 들여 북구 매곡동에 추진 중인 오토밸리 조성.

2007년 12월 완공되는 오토밸리에는 자동차 부품혁신센터와 자동차 부품소재단지, 모듈화단지, 자동차 선박기술대학원 등이 들어선다.

이 사업이 완공되면 울산은 일본 도요타(豊田) 시, 독일 바덴뷔르템베르크, 미국 디트로이트와 함께 세계 4대 자동차 집적도시로 도약할 수 있을 것으로 시는 보고 있다.

29선석 규모의 울산 신항만도 2011년 완공 예정이며 신항만 배후부지 76만 평에는 신산업단지가 조성된다.

울산발전연구원 도시사회연구실 이재호(李宰昊) 연구원은 “울산은 교통과 산업 등 하드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기 때문에 문화와 교육 등 소프트 인프라를 충실히 갖추면 누구나 살고 싶어 하는 도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울산=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박맹우 울산시장 인터뷰▼


박맹우(朴孟雨·사진) 울산시장이 요즘 공석이나 사석에서 유난히 강조하는 말은 “기업을 사랑하자”이다.

상공인이 아닌 정통 행정관료 출신인 박 시장이 기업사랑을 호소하는 데는 2년여 동안 시정을 이끌면서 체득한 철학이 담겨 있다.

박 시장은 “지난해 울산의 수출이 350억 달러를 넘어섰고 울산의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이 2만7282달러로 16개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1위를 차지한 것은 지역 기업들이 제 몫을 다했기 때문”이라며 “이 시대 울산의 최고 화두는 경제며, 기업은 울산의 존재 이유”라고 강조했다.

27일의 인터뷰에서도 박 시장은 “1998년 외환위기 때 울산은 타 도시에 비해 실업률이 높지 않았고 지금도 시민들이 비교적 높은 임금을 받을 수 있는 것은 대기업들이 울산에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부에서는 반(反)기업정서가 여전히 남아 있어 기업의 투자의욕을 꺾고 있다”며 “앞으로 개선해야 할 과제”라고 지적했다.

울산시는 반기업정서를 누그러뜨리는 하나의 방법으로 울산 상의와 함께 올해부터 ‘기업 사랑하기 운동’을 대대적으로 펼치고 있다. 먼저 기업체가 원하는 부지를 싼값에 제때 공급하기 위해 연말까지 공장부지 79만5000평을 조성하고 2011년까지 236만 평을 추가로 조성하기로 했다.

박 시장은 야심 찬 도시개발 구상도 밝혔다.

그는 “지난해 경부고속철도 울산역 유치가 성사돼 울산은 신항만 조성이 완료되면 동북아 산업물류거점도시로 제2의 도약을 할 수 있게 됐다”며 “고속철 울산역세권에는 인구 20만 명의 자족형 신도시를 조성하고 신항만 인근에는 새로운 산업단지도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2008년 3월에는 울산에 국립대가 개교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태화강 생태공원 조성과 수질개선사업으로 지난해 태화강에 연어가 되돌아왔다”며 “올해 울산에서 열리는 IWC 총회와 전국체전을 완벽하게 준비해 ‘국제적인 친환경 문화·관광도시 울산’의 이미지를 드높이겠다”고 덧붙였다.

울산=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약력:


△1950년 울산 출생


△경남고, 국민대 행정학과, 경남대 대학원


△제25회 행정고등고시 합격(1981년)


△경남 함안군수


△울산시 건설교통국장


△울산시장(2002년 7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