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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속의 국민

[DT시론]건전한 향상심 넘치는 사회 / 김현수 비즈니스IT 대학원장

  • 작성자 디지털타임스
  • 작성일 05.03.02
  • 조회수 5970
[디지털타임스 2005-02-28 10:56]


김 현 수 한국SI학회 회장 국민대 교수

경제 회생과 청년실업 해소를 위해 정부가 다양한 대책을 제시하고 있다. 내일을 생각하는 자는 매일 급급하고, 십년 뒤를 계책하는 자는 마침내 성공을 얻는다는 말이 있다. 오늘 우리가 겪고 있는 문제의 대부분은 내일만을 생각하며 급급한 대책을 세웠기에 발생한 것들이다. 우리 사회를 혁신하는 근본적 해법을 생각해본다.

향상심과 경쟁심이 없는 사회는 쇠망한다. 역사적으로도 도전정신과 사회적 모빌리티가 약한 국가는 일찍 쇠망하였으며, 지금도 그 원리는 변함이 없다. 서기 212년 로마황제 카라칼라는 그의 나이 24세 때에 안토니우스칙령(Constitutio Antoniniana)을 선포하였다. 로마제국에 사는 자유로운 신분의 모든 사람에게 로마시민권을 부여한다는 칙령이었다. 그는 로마시민(Romanus)과 속주민(Provincialis)과의 차별을 철폐하고, 로마시민의 범주를 넓혀 제국의 융성을 도모하려 하였다. 그러나, 결과는 로마의 쇠망으로 이어지는 계기가 되었다. 종래에 속주민이 로마 시민권을 얻기 위해서는 큰 공을 세우는 등의 각고의 노력이 있어야 가능하였다. 안토니우스 칙령으로 종래의 로마 시민권자는 자신들이 로마제국의 기둥이라는 기개와 긍지를 상실하였으며, 새로 로마시민이 된 속주민은 공짜로 얻은 권리이므로 소중히 여기지 않아, `로마시민'이라는 일류 브랜드가 사라지는 결과를 낳았다. 속주민이 로마시민권을 얻기 위하여 고생할 필요가 없어졌으므로, 그들은 향상심이나 경쟁심을 상실하여 갔고, 속주민과 로마시민의 경계가 없어졌으므로, 로마사회가 경직되어 갔다. 동맥경화에 걸린 인간의 수명이 짧아지듯이 로마도 200여 년이 지난 후 비잔틴제국만을 남기고 쇠망하여 갔다.

개인간에도 이런 현상은 뚜렷하다. 1953년 미국의 한 유명대학에서 졸업반 학생들을 대상으로 그들이 얼마나 확고한 삶의 목표를 가지고 있는지를 조사하였다. 3%의 학생들만이 뚜렷한 인생목표를 설정하고 있었고, 자신의 향상심을 자극하기 위하여 그 목표를 글로 써두었다고 한다. 20년이 지난 후 이 3%의 졸업생들이 축적한 재산이 자신의 목표가 없거나 글로 적어두지 않았던 나머지 97%의 졸업생 전부가 축적한 재산보다 훨씬 많았다고 한다. 이들 간에는 학력과 지능 면에서 뚜렷한 차이가 없었다고 하는데, 결국 자기 향상심이 얼마나 뚜렷한가에 의해 그 성과가 좌우되었다고 볼 수 있다.

우리 사회가 어떻게 하면 건전한 향상심과 경쟁심을 고양할 수 있을까. 건전한 사회적 보상체계의 확립이 선결조건이다. 로마시민이라는 브랜드, 미국이라는 사회에서의 경제적 성공과 같이 건전한 향상심을 고양하는 사회가치 체계의 정립이 전제조건인 것이다. 로또 광풍이 살아있는 사회는 건전한 향상심이 있는 사회라고 볼 수 없다. 오히려 어려운 목표를 향해 나아가려는 노력에의 의지를 약화시키는 사회다. 부동산 투기가 살아있는 사회는 건전한 향상심이 있는 사회라고 볼 수 없다. 기업을 일으키는 등의 도전적인 노력으로 부를 축적할 의욕을 상실하게 하기 때문이다. 또 로비력이 기술력보다 우선시되는 사회는 건전한 향상심이 있기 어렵다. 기술개발의 힘든 노력을 할 인센티브를 감소시켜주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 정부와 사회는 변화가 화두이다. 정부도 변화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고 하고 있고, 사회와 기업도 여러 변화에 직면하고 있다. 혁신이 없으면 국가도, 사회도, 산업도 살아남지 못한다. 문제는 혁신의 방향이다. 근본적인 혁신이 있도록 바른 방향으로 혁신이 일어나야 한다.

올해 들어 소비가 일부 회복되는 등 경제에 봄기운이 돌고 있기는 하지만, 기업가 정신은 아직 깊은 동면상태에 있다. 본격적인 경제회생은 제도개선도 중요하지만, 기업가 정신과 그 활동 결과를 가치 있게 평가해주는 사회정신이 있어야 가능하다. 금융정책이나 피상적인 지원정책으로 산업을 활성화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성장은 건전한 가치체계와 사회정신의 바탕 위에서 가능한 것이다. 청년실업 문제 해결도 대학구조조정만이 아니라, 건전한 향상심이 살아나게 하는 사회정신의 혁신이 있어야 가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