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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속의 국민

작가 뺨치는 ‘무서운 독자’ -위아람(국어국문학과)

  • 작성자 동아
  • 작성일 05.03.10
  • 조회수 6062
작가 뺨치는 ‘무서운 독자’





[동아일보]
7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황금가지 출판사 회의실.

경남 마산에서 막 올라온 베스트셀러 ‘드래곤 라자’의 작가인 이영도(33) 씨가 독자들 앞에서 긴장하고 있었다. 흔한 ‘독자와의 만남’이 아니라 까다로운 ‘독자 편집자 회의’에 참석했기 때문. 앞으로 나올 이 씨의 판타지 소설 ‘피를 마시는 새(일명 피마새)가 어떤 책이 돼야 할 건지, 독자들로부터 요구사항과 아이디어를 듣는 자리였다.

“피마새가 이미 나온 ‘눈마새’(‘눈물을 마시는 새’의 줄임말)와 연결되니까, 피마새부터 곧장 읽으면 힘들지 않겠어요? 작가가 부록으로 해설집을 써야 합니다. 피마새에 나오는 사람 땅 물건 이름들을 설명해줘야지요.” (이정현·21·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작품에 지도나 전술 전투도를 넣어야 합니다. 박진감도 있고, 눈에 보이니까요.”(이호·21·명지대 문예창작과)

“작가가 직접 사인한 한정본을 내는 것은 생각해봐야 합니다. 마니아 확보에는 좋을지 몰라도 구할 수 있는 독자가 한정되니까요. 사인을 책에 인쇄하면 어떨까요?”(위아람·21·국민대 국문학과)


이날 나온 ‘독자 편집자’들은 ‘이영도 광(狂) 팬’으로 이정현 씨가 대표다. 이정현 씨는 ‘눈마새’를 서른 번도 더 읽었다. 2003년 2월 ‘눈마새’가 나오기 전 반 년 간 약 60건의 ‘오탈자 지적’과 ‘편집 건의’를 인터넷에 띄웠다.


‘독자 편집자’는 이런 ‘광팬’ 200여명이 모인 ‘피마새’의 인터넷 카페(cafe.naver.com/bloodbird) 회원들을 대상으로 황금가지가 1월말 공모해 뽑았다.


이날 이영도 씨는 독자 편집자들의 아이디어에 대해 “부록 해설집은 쓰겠다. 하지만 지도나 전술 전투도는 독자의 상상력을 방해한다. 사인 인쇄는 출판사와 이야기해보겠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 같은 ‘독자 편집자’와 작가의 만남은 처음 있는 일. 이영도 씨는 앞으로 피마새의 ‘독자 편집자’들과 세 차례 더 만날 계획이다.


권기태 기자 kk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