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라면 남산의 소나무가 하루아침에 온통 말라죽어 잿더미가 될 수도 있습니다. 한국의 민족수(民族樹)가 없어지면 한국인의 얼도 없습니다.”
최근 번지고 있는 ‘소나무재선충병’으로부터 우리 소나무를 지켜내자며 문화예술계 인사 100여명이 나섰다. 예술인들의 소나무 동호회 ‘솔바람모임’(회장 전영우 ·54·국민대 산림자원학과 교수)은 3일 오후 2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국회에 소나무재선충병 방제 특별법 제정 등을 호소하는 ‘문화예술계 100인 긴급동의’를 발의한다. 이날 참여하는 인사는 김남조 시인, 서예가 김양동 , 박희진 시인, 사진작가 배병우 , 변영섭 고려대 교수, 송암 도피안사 주지, 도편수 신응수 , 소설가 심상대 , 엄호열 시사일본어사 대표, 화가 이영복 , 우찬규 학고재 대표, 이시형 정신과 전문의, 인간문화재 이애주 , 이인호 전 러시아 대사, 화가 이호신 , 홍윤표 국어학회장 등이다.
소나무재선충병은 지난해 말 포항과 경주 등 38개 지역에서 발병, 이미 소나무 70여만 그루를 고사(枯死)시키고 백두대간까지 급속도로 번질 태세다. 솔바람모임 전영우 회장은 “소나무재선충병의 발생 초기에 병균을 옮기는 솔수염하늘소를 제대로 잡아 없애지 못했다”며 “지금이라도 특별법을 만들어 국가의 인력과 예산을 이 문제 해결에 집중 투입하지 않으면 우리 민족의 나무가 다 죽는다”고 주장했다. 전 회장은 “얼마 전 금강산 솔숲이 솔잎혹파리로 초토화된 것도 북한의 미숙한 산림관리 시스템 탓이었다”고 말했다.
“한국인은 태어날 때 새끼줄에 소나무 가지를 걸고, 소나무 집에서 솔가지로 불을 때며 소나무로 만든 농기와 가구를 쓰며 살다가, 소나무 관에 묻혀 솔밭에 묻힙니다. 과거 어려웠던 시절 배고플 때 먹던 것도 소나무 껍질이었어요. 또 지조와 품격, 생명력의 상징으로 우리 민족과 함께 해온 나무인데 죽게 놔둘 수는 없지 않습니까?”
지난해 2월 발족한 ‘솔바람모임’(www.solbaram.or.kr)은 함께 소나무숲을 탐방하며 숲에서 예술적 영감을 찾는 모임. 솔밭에서 시인은 시를 쓰고 낭독하고, 화가는 스케치를 한다. 소나무숲에서 막걸리를 마실 땐 나무에 한 잔 뿌려주며 ‘나누어’ 마신다. 이 모임 활동 중에 이호신 화백은 소나무그림 전시회를 열었고, 박희진 시인은 시집 ‘내 사랑 소나무’, 전영우 회장도 책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소나무’를 각각 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