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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속의 국민

[시론] 교수 6094명 시국 선언, 그들은 왜 청와대로 행진했나 / 이호선(법학부) 교수

  • 작성자 우성웅
  • 작성일 20.01.22
  • 조회수 1749

이호선 국민대 법대 교수 '정교모'공동대표

현 시국은 ‘유사 전체주의의 위기’
‘디스토피아’로 가는 폭주 멈춰야

‘사회정의를 바라는 전국 교수 모임’(정교모) 소속 6094명의 전국 대학교수들이 지난 15일 2차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를 보면서 비상식과 몰염치, 반지성에 분노했기 때문이다.

교수들은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시국선언문을 발표하고 이어 청와대 앞까지 행진했다. 교수들은 문재인 정권의 위선과 거짓, 폭주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국정의 대전환을 촉구했다. 지난해에 이어 이렇게 많은 교수를 뭉치게 한 제일 큰 동인(動因)은 무엇보다도 자유 헌정질서 파괴라는 위기감과 이에 대한 국민적 각성이 필요하다는 절박함이었다. 교수들이 이런 판단을 하게 된 것은 한마디로 정권의 거짓 행태 때문이다.

조국 사태는 어찌 보면 문재인 대통령이 자격 미달의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았으면 깨끗이 끝날 사안이었다. 그러나 임명 강행과 그 과정에서 일어난 각종 궤변과 억지, 국론 분열 속에서 교수들은 개인적 일탈이 아닌 진영의 일탈을 보았다.
 
지금까지 공동체의 존속과 발전이라는 하나의 목표 아래에서 방법의 차이는 있을 수 있다는 민주주의의 대원칙이 있었다. 그런데 ‘동의하지 않을 것에 대한 동의(agree to disagree)’라는 기본이 무시될 뿐 아니라 악용되고 있다는 의구심을 갖게 됐다. 다양한 전공의 교수들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준 연동형 비례대표제, 소득주도성장 등 이 정권의 주요 정책들을 집중적으로 들여도 봤다. 그 결과 이 정책들을 관통하고 서로 묶고 있는 거대한 끈 하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그것은 ‘거짓’이었다.
 
참다운 좌와 우, 진정한 보수와 진보는 진실 위에서 경쟁하는 것이다. 가치관과 신념에 따라 살아온 경험에 따라 전망이 다를 수 있고 방법도 다를 수 있지만, 그 해석의 바탕은 진실이어야 한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문 정권과 집권 여당은 이미 포획된 언론을 통해, 또 ‘묻지 마’ 지지층을 통해 진실을 숨기거나 왜곡하고 때로는 ‘친위 쿠데타’ 같은 선동도 마다하지 않았다. 특히 지난 연말의 공수처법과 연동형 비례대표제 법안 통과 당시 문희상 국회의장은 쪼개기 편법 국회를 주도했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조국 전 장관에 대한 검찰의 기소를 공개적으로 비아냥대고 깎아내렸다.
 
검찰의 살아 있는 권력 수사를 무력화한 집권 세력의 행태는 ‘조로남불’이란 표현만으로는 부족할 정도로 노골적이었다. 이런 거짓은 매우 오랫동안 치밀하게 준비돼왔음을 보여줬다. 진영 논리로만 설명할 수 없는 이런 권력의 광기가 도달할 종착역은 어디일까. 역사적 경험에 비춰보면 자명하다. 그것은 전체주의다.

전체주의에서는 권력을 독점하는 정파가 존재하고, 광적인 국가 공식 이데올로기가 제시되고, 이를 강요하기 위한 폭력과 선전 수단을 국가와 당이 독점하고, 경제 체제는 국가의 직접 통제 속에 놓인다. 그리고 경찰과 반관반민(半官半民) 어용 세력이 개인의 양심과 자유에 대한 이념적 테러를 자행한다.
 
나치, 소비에트, 중국 공산당, 북한 김일성 왕조 등에서 볼 수 있는 전체주의는 인간 존엄을 파괴하는 인류 최악의 정치체제다. 그래서 6094명의 교수들은 시대의 지적 파수꾼으로서 현 시국을 ‘유사(類似) 전체주의의 위기’ 시국으로 규정했다. 그 종착지는 디스토피아(Dystopia)가 될 수 있음을 경고할 책무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이제 문재인 정권에 유사 전체주의로 가는 폭주를 멈추고, 그 자리에서 돌아서길 다시 한번 촉구한다. ‘문재인 디스토피아’의 문을 열지 말라. 야당에도 고한다. 나라 걱정하는 선량한 국민의 마음을 인질로 삼지 말라. 지금은 야당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엄혹한 시절이다. 몽상적 이익에 눈멀어 유사 전체주의의 공범으로 역사에 죄를 지어서는 안 된다.

원문보기: https://news.joins.com/article/23687849

※ 게재한 콘텐츠(기사)는 언론사에 기고한 개인의 저작물로 국민대학교의 견해가 아님을 안내합니다.

※ 이 기사는 '뉴스콘텐츠 저작권 계약'으로 저작권을 확보하여 게재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