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들이 학내 도서관의 자리를 대신 맡아주거나 책상만 차지한 채 오랫동안 자리를 비우는 얌체족을 퇴치하는데 골머리를 앓고 있다. 무인 자리배정 시스템이 도입되고, 학생들 사이에 '일인일석(一人一席)' 운동이 전개될 정도로 얌체족과의 전쟁이 한창이다.
열람실 곳곳에 책 한 권 달랑 놓인 책상은 어제오늘의 얘기는 아니다. 그래서 생겨난 말이 '메뚜기'와 '도자기족'이라는 은어. 메뚜기는 자리를 잡지 못해 자리를 비운 책상을 떠돌며 공부하는 학생을 일컫는다. 도자기족은 '도서관 자리 맡아주기 족'을 줄인 말이다.
최근 들어 한 사람이 열 자리씩 도맡는 도자기족의 폐해가 커지고, 메뚜기가 늘어나자 학교와 학생들이 적극적인 대책에 나서고 있다.
국민대는 지난해 학생증의 바코드를 인식해 좌석표를 발급하는 무인자리배정시스템을 도입, 시행 중이다. 학교 관계자는 "일부 학생의 자리 독점에 대한 학생들의 불만이 많아 도입했다"고 말했다. 터치스크린 화면에서 원하는 좌석을 선택할 수 있는 이 시스템은 경희대.고려대.중앙대 등에서도 운영하고 있다.
한발 더 나아가 한성대.덕성여대는 지문을 인식해 자리를 배정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친구의 학생증을 여러 장 모아 자리를 대신 맡아줄 수 있는 바코드 방식이 못 미더워 마련한 신개념 시스템이다. 하지만 도입을 추진했다 중단한 한 대학 관계자는 "열 손가락 지문을 각각 다른 친구의 이름으로 등록하는 학생이 생기는 등 지문인식 시스템에 허점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자리배정 시스템을 도입한 뒤에도 갖가지 수법을 동원한 자리맡기가 계속되자 시험기간에는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발급기 앞을 지키며 좌석표를 나눠주는 학교도 등장했다. 첨단 얌체방지책도 역부족인 것이다.
일부 학교는 아예 학생들이 자치위원회를 꾸려 자체 단속에 나섰다. 서울대 자치위는 '옐로 카드제'를 실시하고 있다. 자치위원들이 주인없는 책상에 옐로 카드를 올려놓고 2시간 후에도 옐로 카드가 그대로 놓여져 있으면 새 주인을 찾아주는 것이다. 한양대 도서관자율위원회는 책 한 권만 놓여 있는 책상에서는 책을 수거하고, 자리를 맡아주다 적발되면 6개월간 도서관 출입을 제한하고 도서 대출도 중지시키고 있다.
2001년 Y대를 졸업한 이모(28.직장인)씨는 "예전에는 '몇시부터 몇시까지 비우니 공부하세요'라는 메모를 남기는 등 학생들끼리 자율적으로 문제를 해결했다"며 "교통 단속하듯 제재한다는 얘기를 들으니 대학생활이 갈수록 삭막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