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각각 다른 곳에서 다른 모습과 용도로 쓰였을 구슬과 산호, 비취, 호박, 진주, 조가비 들이 한데 어울려 화려한 꽃을 피워냈다. 역시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김인숙 국민대 사회학과 명예교수의 두번째 개인전 `구슬꽃 이야기’전(15일까지, 가나 스페이스 포럼)엔 이질적인 것들의 직관적 결합이 이뤄내는 활달함과 생기가 가득하다.
투명한 황수정들이 만들어 내는 개나리꽃 같은 목걸이, 화병에 담긴 벚꽃가지를 연상시키는 비취와 진주의 오묘한 조합, 진주와 비취는 또 나비가 되고, 자수정들은 제비꽃처럼 활짝 피어 목걸이, 브로치로 변신했다.
"제가 구슬을 모으기 시작한 것은 30년 돼요. 작품은 10년 전부터 만들었고요. 옷을 입을 때마다 목걸이가 마땅찮은 거예요. 남들 다하는 똑같은 것 하기도 그렇고. 내가 가진 구슬로 만들어보자 했지요.” 그렇게 태어난 작품들은 수가 제법 많아져 2년 전엔 성곡미술관에서 첫 전시회를 열었다.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새로움 때문에 연예, 사교계에서 일대 화제가 됐다. 이번 전시회 개념은 구슬로 만든 민화. 민화 특유의 대범함과 화려함이 생생하다.
"구슬 꿸 때가 가장 행복해요. 밤에 주로 작업하는데 그 시간이 바로 저의 수양시간이예요. 다 잊어버리고 오로지 기도하는 마음으로 꿰다 보면 너무 행복해요.” 30년 동안 모아놓은 재료를 거의 다 써버린 게 일면 걱정이 되기도 한다. 미국, 영국, 멕시코, 인도, 미얀마 등 세계 각지의 벼룩시장을 돌아다니며 원하는 재료들을 모아왔다. 원하는 구슬 5개를 얻기 위해 30개를 사야 하는 경우도 있다.
"걷다 보면 구슬 안테나가 작동해요. 멀리서도 저기 구슬이 있는 게 느껴지고 거기까지 가는데 얼마나 흥분되는지 몰라요.” 그는 사실 미술이나 디자인과는 거리가 먼 사회학, 그것도 여성범죄가 전공이다. 매일 교도소를 드나들며 범죄에 대한 연구를 하다 보니 아름다운 것에 대한 욕망이 반작용으로 일어난 것 같다고 한다. 아름다운 목걸이는 여성의 정체성과 통한다. 그는 당당하고 자신감 있게 자기를 표현하라고 한다.
"얌전한 것만 고르던 부인이 어느날 대담한 목걸이를 걸고 나왔을 때 얼마나 기쁜지 몰라요.” 구슬작업 외에 다른 열정의 대상은 가수 조용필. 콘서트 때마다 맨 앞자리에서 일어나 `용필 오빠’를 외치는 그다. 여성들이 나이가 들면 정열을 들여 모으는 게 있으면 좋다고 조언한다. (02)720-1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