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부터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을 비롯한 전 세계 주요 인사들이 대거 서울로 몰려들었다. 제6차 정부혁신 세계포럼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5월 24일 개막된 이 포럼에는 유엔 산하 141개국에서 2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참석했다고 하니 명실공히 세계적 규모의 회의가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는 정부혁신의 선도국가로서 이번 세계포럼을 주관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가 출범한 지 2년 반, 이제 반환점을 돌아 골인 지점으로 향하고 있다. 정부혁신은 노무현 정부의 트레이드 마크였다. 대통령 직속의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를 두어 혁신업무를 전담하게 했음은 물론 부처마다 4∼5급 공무원들로 혁신담당관을 두어 자나깨나 혁신을 외쳐왔다. 산자부 출신의 오영교씨를 행정자치부 장관으로 임명하여 팀제의 전면 도입 등 혁신을 위한 과감한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어디 그뿐인가. 개방형 인사제도를 통한 민간 전문가의 공직 개방, 다면평가제도, 실적과 성과 위주의 조직 운영, 정부 업무나 기관에 대한 지속적인 성과 평가, 3급 이상 고급공무원단의 직급 폐지, 성과계약 체결, 상시혁신의 강조, 전자정부의 확산을 통한 투명한 국정 운영, 대통령이나 장관 보고서의 홈페이지 개방 등 그야말로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조직 운영과 인사 제도의 개혁에 도입하여 ‘철밥통’이라 불렸던 정부조직을 21세기 급변하는 정보화시대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게 변화시키는 데 크게 공헌했다.
항상 수동적이고 폐쇄적으로 여겨졌던 정부 조직이 불과 3년도 안되는 기간에 이렇게 변할 수 있었던 것은 ‘모든 것이 바뀌지 않으면 잘살 수 없다’는 강력한 캐치 프레이즈 아래 혁신을 외쳐온 참여정부의 성과라는 데 이견은 없다. 하지만 이러한 성과의 뒷면에는 여전히 생각해 볼 문제들이 있는 것 같다.
우선 참여정부는 ‘혁신’을 너무 강조한 나머지 혁신하지 않으면 수구세력으로 몰아붙였다. 혁신에 능동적이지 않은 공무원들은 소위 ‘우리 편’이 아니라는 무의식적 편가르기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혁신 마인드의 광범위한 확산은 바람직하지만, 그러다 보니 공무원들 스스로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혁신파와 수구파로 구분되어 보이지 않게 조직의 효율성을 저해할 가능성이 있다.
각 부처 장관들은 혁신의 전도사로서 모든 것을 바꾸는 데 앞장서야 하고, 혁신담당관들을 비롯한 모든 공무원들은 혁신 실적을 올리기에 급급하다. 어떤 부처의 혁신 아이디어에는 과장의 책상을 문가에 배치하고 하급 직원의 책상을 가장 안쪽에 배치하는 것이 포함되어 있었으니, 혁신의 성과를 가시화해야 하는 공무원들의 고달픔이 보이는 것 같아 안타깝기만 하다.
혁신의 선도적 부처인 행자부는 전면적인 팀제를 도입하였다. 본부장 밑에 국과장급을 모두 없애고 팀장을 임명하고, 각 팀장들이 함께 일할 직원들을 선발하게 하는 등 과감한 조직 개혁을 단행했다. 그리고 팀장들이 본부장과 장관에게 직접 보고하게 함으로써 책임경영이 가능하게 하였다. 그러나 행자부가 어떤 부처인가. 정부조직의 총무 역할을 하는 까닭에 상당한 업무가 성과를 측정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대부분의 업무가 일회성 사업보다는 반복되는 일상적 업무들이 많은 전형적인 부처이다.
그런 부처에 가시적 성과와 유연성을 강조하는 팀제를 전면 도입한다는 것은 생각해 볼 일이다. 행자부 조직 개편의 성과는 그러한 의미에서 앞으로 눈여겨보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참여정부의 정부혁신을 평가하는 데 가장 중요한 잣대는 결국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혁신인가 하는 점이다. 정부 혁신의 최종 목표는 누가 뭐라 해도 ‘신뢰받는 정부’로 거듭나는 것이어야 한다. 신뢰받지 못하는 정부는 무슨 일을 해도 국민의 마음속으로 다가갈 수 없다. 중앙정부 수준의 혁신은 이루었고 이제 지방정부와 공기업의 혁신만 남았다고 하는 참여정부는 과연 얼마만큼 국민의 신뢰를 받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