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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속의 국민

석유 증산과 푸틴의 더블타깃 / 강윤희(유라시아학부) 교수

  • 작성자 박윤진
  • 작성일 20.03.31
  • 조회수 1331


©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19 사태로 세계 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다. 2008 글로벌 금융위기보다 더 심각한 경제위기가 도래할 것으로 예측되는 상황에서, 세계 주식시장이 폭락하고 환율이 요동치고 있다. 이에 각국 정부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는데 총력을 기울이는 동시에 코로나 사태로 인한 경제적 파급 효과를 최대한 줄이고자 가능한 모든 대책을 시급하게 내놓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세계 경제가 침체된 와중에, 이달 들어서는 국제유가마저 폭락해서 경제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3월 초 배럴당 50달러에 달하던 국제유가는 3월 둘째 주부터 20% 넘는 폭락세였고, 18일에는 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이 배럴당 20.37달러까지 내려가서 2002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코로나19로 인해 국제 석유 수요가 감소하고 국제유가가 하락할 것이라는 점은 경제 전문가가 아니어도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다. 실제 국제유가는 금년 1월 이후 연일 하락세를 보여 왔다. 그렇지만 3월의 국제유가 폭락은 단순히 코로나 사태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

 

이미 보도되었듯이, 최근의 국제유가 급락은 러시아와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가 간 감산 합의의 실패로 인해 야기되었다. 3월 6일 러시아는 ‘OPEC+’ 회의에서 사우디아라비아가 제시한 추가 감산 계획에 동의하지 않았다. 회의는 결렬되었고 사우디아라비아는 즉각적으로 증산과 석유 수출가 인하를 단행했다. 코로나 여파로 국제적 수요가 줄어들었는데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가 역으로 증산을 하겠다고 나서니 국제유가가 폭락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여기서 러시아와 OPEC 회원국 간의 에너지 협력을 잠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를 위시한 중동의 산유국들이 OPEC를 통해 석유 생산량과 국제유가를 조정해 왔던 것은 잘 알려진 바와 같다. 그런데 OPEC 국가들이 석유 감산에 합의하고 이를 시행하더라도 OPEC에 포함되지 않는 다른 산유국들이 석유 생산을 줄이지 않으면 OPEC의 가격 조정 능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여기서 OPEC은 OPEC 외부의 다른 산유국들과 협력할 필요를 느끼게 되었고, 11개의 비(非)OPEC 산유국들과 더불어 OPEC+의 형태로 에너지 협력을 시작했다.

비OPEC 산유국 중 대표주자는 단연코 러시아이다. 러시아는 사우디아라비아에 뒤이어 세계 2위의 석유 수출국이다. 러시아 석유 산업의 역사는 세계 최초의 국제적 유전개발 지역이었던 바쿠 원전 개발부터 시작한다. 현재는 튜멘 등 서시베리아 지역 유전에서 대규모로 석유를 생산하고 있으나, 아직 개발되지 않은 석유 매장지를 다수 가지고 있다. 세계 1위 수출국의 자리를 점하는 가스와 더불어 석유 산업은 러시아 경제를 지탱하는 두 기둥이라 할 수 있다. 러시아 연방정부 세입의 절반이 바로 이 에너지 산업에서 나온다.

러시아와 OPEC은 2016년부터 OPEC+ 방식으로 석유 생산량을 조절하는 협력관계를 유지해왔다. 석유 감산을 통해 높은 국제유가가 유지되면 러시아 정부는 더 많은 세입을 거두어들일 수 있다. 또한 에너지 협력을 통해 러시아는 중동 국가들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이들 국가로 방산 수출을 도모할 수 있다. 실제 러시아는 2016년 이후 중동 국가,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와 친밀한 관계를 맺는데 성공한 듯이 보였다.

그러나 이제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가 석유 생산량을 두고 극한 대립을 하면서 각기 증산에 들어가자 세계 에너지 시장은 요동치게 되었다. 혹자는 이를 두고 러시아가 사우디아라비아보다는 미국의 셰일업계를 겨냥한 것이라 해석한다. 셰일오일의 생산 단가가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50달러 이하의 저유가가 유지된다면 셰일오일업계는 큰 타격을 입게 되기 때문이다. 사실 2016년 이후 중동 산유국들과 러시아가 감산하는 동안 미국의 셰일오일업계는 크게 성장하였고, 미국의 석유 생산량이 세계 1위가 되었다. 러시아는 이러한 상황을 몹시 불편하게 여기고 있다. 러시아 최대 석유회사 로스네프트의 이고르 세친 사장도 OPEC+ 국가들이 감산하는 동안 미국과 같은 국가들이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것에 대해 큰 불만을 표시한 바 있다. 따라서 저유가 유지로 인해 셰일업계가 몰락한다면 러시아로선 박수를 치며 환영할 일일 것이다.

한편 러시아가 OPEC국가와 추가 감산 합의를 거부한 데에는 국내적 요인도 존재한다. 러시아 내부에서는 석유 감산 결정이 러시아 경제 성장을 저해한다고 보는 견해가 있다. 러시아의 새로운 석유 매장지를 유전으로 개발하고 여기에 투자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감산 결정으로 인해 이러한 과정에 차질이 생긴다는 것이다. 이들은 석유 증산 및 저유가로 인한 세입 감소에도 불구하고, 석유산업 발전을 통해 보다 빠른 경제 성장을 달성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나 헌법 개정을 통해 추가 집권을 꿈꾸는 푸틴 정권에는 러시아 국민들이 피부로 체감할 수 있는 빠른 경제 성장이 절실히 필요한 듯하다.

강윤희 국민대 유라시아학과 교수

 


원문보기: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202003271483780004?did=NA&dtype=&dtypecode=&prnews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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