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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속의 국민

[디자인경제] 공간경제학 / 장기민(디자인대학원 석사 19) 학생

  • 작성자 박윤진
  • 작성일 20.04.09
  • 조회수 1418
밀레니얼 세대들이 흔히 하는 말 중에서 ‘요즘 감성’ 이라는 표현이 있다. 밀레니얼 세대는 주로 인스타그래머블한 감성적인 공간을 찾아다니며 요즘 감성의 사진을 찍어 올린다. 언제부터인가 스마트폰 시장의 마케팅관점은 전화통화의 기능이 아닌 카메라에 집중되기 시작했다. 덕분에 스마트폰 유저들은 고성능의 카메라가 장착된 휴대폰을 이용해 언제 어디서든 감성적인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되었고, 즉시 SNS에 업로드하며 전세계와 공유하며 지낼 수 있게 되었다.

요즘 감성을 중시하는 밀레니얼 세대는 교외에 위치한 넓은 집보다는 다양한 편의를 누릴 수 있는 도심 속 적당한 크기의 집을 더욱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이 때문인지 적당한 가격에 지낼 수 있는 셰어하우스는 이미 서울을 중심으로 많이 생겨나고 있고, 호텔에서 경험하는 서비스인 객실 청소와 조식서비스도 제공하기 시작했다. 고급 호텔처럼 완성도 높은 공간의 디자인까지 더해져서 이젠 마치 호텔에서 지내는 것과 같은 감성을 불러오기까지 한다.

내 집 마련을 최우선 순위로 삼던 이전 세대의 모습들과는 달리 요즈음은 집을 소유의 대상이 아닌 경험의 대상으로 삼는 경향이 생겨났다. 또한 구독경제의 확산으로 내가 지내는 공간도 구독이 가능한 형태로 점점 변해가고 있다. 어느덧 호텔의 공간은 점점 주거형태로, 거주를 위한 공간은 에어비앤비 덕에 누군가의 숙박을 위한 공간으로 변해가는 추세다. 공간의 성격을 구분 짓는 ‘경계’와 ‘차이’가 점점 모호해지며 붕괴되어 가고 있다. 수도권을 비롯한 주요 도심에는 여러 복합문화공간이 존재하고 있으며, 이들의 존재는 공간의 획일적 사고를 차단하고 유기적이며 밀도 높은 사용을 가능케 한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이후부터 유럽의 지식인들은 지난 일에 대한 반성을 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계급제도에 대한 비판과 함께 식민지에 대한 반성을 이어갔다. 이 과정에서 기능주의적 건축이 획일성을 가져왔기에 삶의 특수성이 상실되었다는 분석이 나오게 되었고, 유기적이며 개방적 사고를 중심으로 하는 구조주의 건축양식으로의 전환을 불러오게 되었다.

우리가 정확히 인지하고 있지 못하는 사이에 공간은 이미 우리에게 소비의 대상이 되어있었다. 예쁜 호수전망을 보기위해 찾아가는 카페, 아름다운 오션뷰를 보며 휴식을 취하기 위해 오래전부터 예약하는 호텔 등 우리는 어떤 특별한 목적을 이루기 위해 공간을 사용한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그 공간 자체에 대한 경제활동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최근에는 입장료를 내야만 출입이 가능한 럭셔리 도서관이 강남에 생겨났고, 직원과 계산대가 없이 QR코드로만 운영되는 무인 슈퍼마켓이 미국 아마존사에 의해 생겨나고 있다. 대우건설에서 시공하는 인천광역시의 대형 리조트 형 아파트에는 단지 내에 수영장이 아닌 워터파크를 지으며 전문 식품업체와 공급계약을 채결하여 하루 세끼를 내가 사는 공간 내에서 서비스 받을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거긴 거기니까 꼭 그래야만 해’ 라는 틀에 박힌 공식은 더 이상 공간디자인에 적용되지 않으며 점점 더 새로운 방식의 공간경제가 생겨나는 것이다.

우리나라 쇼핑업과 유통 분야의 최대기업인 롯데는 앞으로 오프라인 쇼핑에 대한 지원을 줄이고 매장을 점차 줄여나가겠다는 계획을 발표 했다. 인터넷 쇼핑과 소셜커머스, 홈쇼핑의 발달과 편리한 배달 서비스의 보편화로 인해 오프라인 쇼핑매장의 공간경제성이 저하된 것이다. 미국 아마존사에서 인건비가 발생하지 않는 무인 슈퍼마켓을 개발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우리가 직장에서 연봉협상을 하거나 물건을 사게 될 때 고려하게 되는 경제적인 방법론을 공간 역시도 똑같이 사고하고 있는 것 이다. 경제성이 없다면 제거되는 지금 흐름 속에서 우리는 어떠한 준비를 하며 살아야 할지 잠시 고민해 볼 때가 된 것 같다.

장기민 디자인경제연구소장, 칼럼니스트
 


원문보기: http://www.joongboo.com/news/articleView.html?idxno=363409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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