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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속의 국민

사회 발전을 이끄는 "교육의 본질"에 주목하다 / 김희영(회화전공) 교수

  • 작성자 박윤진
  • 작성일 20.04.21
  • 조회수 1652

최근 인공지능은 인간 고유의 영역인 예술에도 적잖은 영향을 주고 있다. 2018년, 프랑스 인공지능 예술집단 ‘오비어스’가 인공지능에 머신러닝코드를 작성시켜 만들어낸 초상화가 43만 2500달러(약 4억9400만원)에 팔렸다. 이는 세계 3대 경매사 가운데 하나인 크리스티가 뉴욕에서 진행한 경매에서 나온 결과로, 컴퓨터 알고리즘으로 제작한 초상화가 경매에 나와 팔린 것은 그림 경매 250년 만에 처음이다. 그렇다면 인공지능이 만든 그림을 창의적인 예술작품으로 볼 수 있을까? ‘창의적인’에 대한 기준을 명확히 제시해야겠지만 일각에서는 예술작품으로 인정하고 있다. 컴퓨터가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는 학습 경험이 필요하고, 위 초상화의 경우엔 1만 5천개의 그림을 학습했다고 한다. 이는 컴퓨터뿐 아니라 인간도 마찬가지다. 그림을 그릴 바탕재료, 즉 모방과 재구성이 필요한데 이를 컴퓨터와 달리 인간은 ‘영감’이라고 부른다. 이러한 영감은 자신의 경험과 다른 사람의 예술 사이에서 얻어진다. 이처럼 빠르게 변화해가는 시대. 김희영 국민대학교 미술학부 교수는 미술사학의 발전 방향과 전망을 모색하며, 학술적인 연구가 단순히 추상적인 이론에만 머물지 않고 교육 현장으로 이어져 학생들의 의식을 고양시킬 수 있도록 다방면에서 노력하고 있다. 위클리피플은 김 교수가 전하는 미술사학의 세계에 귀를 기울여 보았다.

미술사학 발전에 기여하다
취재진은 김 교수를 만나기 위해 서울시 성북구 정릉동에 위치한 국민대학교를 찾았다. 그곳에서 학문연구에 여념이 없던 김 교수를 만날 수 있었다. 학부시절부터 미술 영역에 관심이 많았던 김 교수는 서양미술사의 근간을 알고 싶다는 일념만으로 곧장 유학길에 올랐다. 이후 미국 시카고대학에서 르네상스 분야로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미국 아이오아대학에서는 20세기 서양미술사를 연구하며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한국으로 돌아와 미술사를 가르치는 교육자로서 강단에 섰다. 김 교수의 석·박사학위 논문으로는 「클레멘트 그린버그의 미술비평에 관한 연구」, 「마리아의 탄생에 그려진 루도비카의 역사, 사회적인 연구」, 「해롤드 로젠버그의 모더니즘 미학에 대한 비평」이 있다. 현대미술 관련 연구는 점차 동시대미술 논의로 확장되었고 작품이 대중에게 소개되는 미술관의 역할과 연계되는 「동시대미술과 미술관의 동시대성」, 「동시대에 대한 미술관의 대안적 전망」 등의 연구와 「분절된 시간: 동시대에 대한 미디어고고학적 이해」 등의 최근 미디어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렇듯 끊임없는 연구와 노력을 바탕으로 김 교수는 한국미술이론학회 학회장을 역임하고, 현재 서양미술사학회 학회장으로서 미술사학 분야 발전에도 기여하고 있다.

창의적 역량을 갖춘 전문 예술인을 양성하다
20세기 서양미술사, 특히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미술사를 중심으로 연구해온 김 교수는 국민대학교에 부임한 후 미술학부 회화전공에서 20세기 미술사와 현대미술이론을 강의하며, 후학 양성에 힘쓰고 있다. 특히 국민대학교 예술학부는 순수미술 전반의 교과과정을 바탕으로 새로운 이미지를 창조하는 개성적이고 독창적인 조형활동을 장려하여 역량 있는 화가, 미술이론가, 미술교육자 등의 전문 인재를 육성하는 예술교육의 요람으로서 정평이 나있다.

“회화전공은 작가양성을 목표로 하여 다양한 매체에 대한 이해와 미술사, 그리고 비평 분야는 고대부터 현대까지 서양과 동양을 모두 섭렵하는 포괄적인 교육과정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실기와 이론이 균형 잡힌 교육을 바탕으로, 공구스터디, 대외 전시활동 등 다채로운 실무를 경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여 학생들의 자발적인 학습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4학년의 졸업전시는 학부생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합니다. 1학기에 4학년 전체가 조를 나누고, 한 사람당 한 개의 부스를 배정받아 개인전의 형태로 일주일씩 작품을 전시합니다. 개막일에는 교수들과 모든 학생들이 참여하여 작품에 대한 심도 있는 비평을 나누는 유의미한 시간을 가집니다. 이른바 ‘개인전 프로젝트’라 불리는 이 과정을 거치며, 4학년들은 2학기에 있을 졸업전시를 위한 작업의 방향을 모색하고 중간 점검을 하는 기회를 가집니다. 각 부스를 만들고 준비할 때, 1·2·3학년 학생들이 자원하여 4학년들과 팀을 만들어 부스 설치를 도우면서 전시를 위해 필요한 과정을 함께 경험하게 됩니다. 이러한 공동체 중심의 협업은 상호 소통과 협업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는 소중한 과정으로 작용합니다.”

이렇듯 국민대학교 예술학부의 체계적인 교육시스템과 학생들의 성장을 도모하는 학습 환경은 학생들이 졸업 후 예술작가, 화랑 및 큐레이터, 학예연구원, 영화 및 방송관련 분야 등 미적 감각과 창조적인 시각을 요하는 다양한 전문 분야로 진출하는데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차이를 인정하고 포용하는 열린 태도가 필요하다
과학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도래한 4차 산업혁명 시대. 인공지능 예술가의 등장은 과연 ‘예술이 인간 고유의 영역인가’에 대한 물음에 의문을 제기한다. 이러한 가운데, 취재진은 김 교수에게 “예술가는 어떠한 소양을 갖춰야 하는가?”에 대해 물었다.

“예술은 창의성과 자유로운 사상으로 만들어가는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고유한 영역입니다. 그러나 개인의 표현에 매몰되지 않아야 하고 보편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가는데 창의력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를 위해서는 다른 사람들, 다른 문화, 다른 시대의 경험과 표현에 대한 진중한 관심과 이해가 필요합니다. 예술인들은 보통 지나치기 쉬운 사소한 것도 예민하게 관찰할 수 있는 섬세한 감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것이 가장 큰 힘이라 생각합니다. 모든 것에서 가능성을 찾을 수 있는 것이 예술의 생명력이라고 봅니다. 현재 인간과 기계와의 관계, 인간과 환경과의 관계 등 단지 예술에만 국한되지 않는 사안들은 예술가들의 창의성 안에서 새롭게 해석되고 또 다른 가능성이 열리게 될 것입니다. 이에 발맞춰 ‘열린 태도’가 예술가에게 필요합니다. 이것은 단지 예술에만 국한되지 않고 배움의 과정 속에서 반드시 필요합니다. 차이를 인정하고 포용력을 기르는 것, 단지 효용성만을 보는 것이 아닌 고유한 특성에 관심을 가지고 소중하게 대하는 자세는 예술가에게 뿐만 아니라 학문을 하는 사람들에게 모두 필요한 태도입니다. 인간 중심의 태도가 가져온 결과만 생각해봐도 반성적인 논의는 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 함께 살아가는 공존의 환경을 모두가 고민해야 합니다.”

블랙 마운틴 컬리지가 주는 교훈
미술사를 연구해오면서 점차 동시대미술 연구에 주목한 김 교수는 이러한 연구가 왜 필요한 지에 대해 강조했다. 영국의 정치인이자 역사학자인 에드워드 카(Edward Hallett Carr)는 그의 저서 『역사란 무엇인가』에서 “역사란 현재와 과거 사이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말했다. 이렇듯 그 당시 시대상황을 분석하는 것은 결국 ‘우리 미래를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방향 설정의 토대가 된다.

“미국에 경제대공황이 일어났을 때, 이와 같은 경제·정치적 위기의 시기에 교육의 혁신을 통해 사회를 개선하려는 전망을 가지고 1933년에 설립된 블랙 마운틴 컬리지(Black Mountain College, 이하 BMC)가 있었습니다. BMC는 이성과 감성의 균형적인 계발을 추구했던 교양학부대학으로, 1957년에 폐교되었습니다. 고전학자 존 라이스(John A. Rice)가 교육의 핵심을 예술에 두고 바우하우스 예술가 요셉 알버스(Josef Albers)를 초빙하여 출발한 BMC의 교육적 전망은 개인의 창의적인 잠재력이 충분히 발현된 균형적인 성장이 곧 사회 전반에 발전적인 변화를 가져온다는 존 듀이(John Dewey)의 철학에 근거했습니다. BMC는 경험으로서의 예술이라는 보이지 않는 결과를 전망했던 역설적인 장소였습니다. BMC에서는 모든 배움의 과정 안에서 관계의 진실성을 중시하고, 예술매체의 형식적 관계를 개인과 사회의 관계에 연결시켜 이해하도록 했으며, 삶을 풍요롭게 하는 경험으로서의 예술을 추구했습니다. BMC 교육의 취지는 현대 사회에서 팽배해가는 개인주의를 지양하고, 개인의 전인적인 성장을 통해 민주적인공동체를 만드는데 기여하여 궁극적으로는 사회의 변화를 가져오는 것이었습니다. 예술에 기초한 전인 교육의 이상을 추구했던 BMC의 이러한 취지는 시대에 뒤떨어진 낭만적인 전설이 아니라 21세기 교육의 전망을 새롭게 하는 중요한 유산으로 재조명되어야 할 것입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전염성 질병이 창궐하고, 경제대국 간의 무역전쟁이 일어나는 등 사회적으로 혼란한 시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올바른 교육의 필요성은 더욱 강조될 것입니다. BMC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에 귀를 기울여 험난한 시기를 현명하게 이겨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처럼 BMC에 대한 연구를 지속해온 김 교수는 앞으로 그간의 연구 데이터를 한데 모아 『블랙 마운틴 컬리지:예술을 통한 진보적 융합 교육』이라는 제목의 저서를 출간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취재진이 만난 김 교수는 미술사학에 대한 남다른 시각과 견해로 사회를 바라보는 통찰이 대단한 사람이었다. 인터뷰 막바지에 이르러 김 교수는 “교육의 본질은 세상을 새롭게 바라보는 시각을 길러주는 것”이라고 강조하며, 교육자로서 앞으로도 후학 양성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 다짐했다. 위클리피플은 교육자로서의 뚜렷한 사명을 바탕으로, 사회 발전에 기여하고 있는 김희영 교수를 응원해본다.

profile
서울대학교 영어영문학과 졸업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원 미술이론 전공
미국 시카고대학 미술사 석사
미국 아이오아대학 미술사 박사

現 서양미술사학회 학회장
前 한국미술이론학회 학회장

 

원문보기: http://www.weeklypeople.net/view.do?seq=15342

※ 게재한 콘텐츠(기사)는 언론사에 기고한 개인의 저작물로 국민대학교의 견해가 아님을 안내합니다.